‘2부 길’에서는 1950~60년대 라사점으로 대표되는 싸리재와 우각로 헌책방 거리의 번영과 쇠퇴를 표현하고 있다. 수북이 쌓여 있는 헌책들이 점차 줄어드는 모습은 이러한 번영과 쇠퇴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3부 사람’은 ‘끊임없이 이어지고…’와 ‘이어짐이 끊어지다’라는 두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고…’에서는 헌책방, 여인숙, 양키시장, 양조장, 창영초등학교와 관련된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사진과 소지품을 통해 배다리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어짐이 끊어지다’에서는 산업도로와 재개발 관련 자료 및 영상,산업도로 굴다리 양쪽으로 보이는 삭막한 도로와 배다리 마을의 자연을 보여주는 상반된 장면을 영상으로 재현하였다. 상반된 두 영상을 보고 나면 마을 사람들의 인터뷰 영상이 이어지며 전시장을 나오게 된다.
70평 남짓한 전시장을 걸으면 배다리가 형성된 근대의 역사에서부터 현대에 직면한 문제까지 공간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배다리 관련 자료와 설명으로 촘촘하게 이어지는 ‘1부 공간’과는 달리 ‘2부 길’과 ‘3부 사람’에서는 관련된 자료와 전시들이 너무 상징적으로만 표현되었다는 점이다. 전시물에 담긴 함축적인 의미에 대한 별도의 설명이 없어 꼼꼼히 보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칠 것 같다. 다른 한 가지는 배다리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에 대한 ‘이어짐’과 산업도로와 재개발과 관련한 ‘끊어짐’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이다. 배다리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기 위한 움직임이 주민과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배다리 마을 행사, 헌책 잔치 등의 문화행사와 텃밭 활용, 배다리에 생겨난 작은 문화공간들은 이러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와 관련된 자료들과 이들의 고민을 함께 녹여 전시하였다면 배다리 마을의 현재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볼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