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적인 움직임들을 이용해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면 연극이 아니라고 할 것 같기도 해요. 관객들은 판토마임 형태의 명쾌하고 간단한 마임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저는 느낌 위주의 감성적인 마임을 좋아하고 추구하다 보니까 관객들이 다소 거리를 느끼시는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전문적으로 움직임을 하시는 분들은 좋아하는 거 같아요.
2. 인천을 작업의 터전으로 삼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인천이 고향이에요. 1984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연극을 시작했어요. 졸업을 하고 작업을 계속하고 있을 때 마임을 봤는데 흥미롭고 재밌었어요. 연극에서 목말라했던 부분들을 마임이라는 움직임이 채워줬죠. 그런데 처음엔 재밌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 한계에 부딪쳤어요. 우리나라엔 전문적인 책도 없었고 마임을 하시는 분도 많지 않았거든요. 정체기가 찾아오고 잠시 쉬기도 했죠. 선배들도 제가 발전이 없으니 “끝난 거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돌연 공부를 하기로 결정하고 영국으로 갔어요. 신체 마임 학교를 다녔는데, 1998년도에 영국으로 가서 2002년도에 귀국을 했어요. 인천이 고향이고 이곳에서 작업을 시작을 했기 때문에 귀국 후 자연스럽게 인천에 터전을 마련하게 되었어요.
3. 인천에서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은 어떤 변화가 있나요?
80년대 중반에 신포동 쪽에 극장이 많았어요. 배다리에도 극장이 있었고요. 그럴 때에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 시립극단이 생겼죠. 배우들에게 월급도 주고, 그래서 지역 배우들을 많이 흡수했어요.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이라는 좋은 극장에서 무료공연을 하니까 관객들이 그리로 많이 몰렸어요. 그때만 해도 신포동 쪽 공연장은 지하에 있고 작았어요. 에어컨도 없고 냄새 나고 그랬거든요. 공연 티켓 값이 만원, 만 오천 원이었는데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 밀려 하나둘씩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경쟁에 배겨나지 못했던 거 같아요.
4. 개인적으로 겪었던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었나요?
연극하는 분들이 봤을 때 제가 하는 작업을 연극이 아닌 타 장르로 보는 것이죠. 연극이라는 작업에서 대사의 비중이 조금 줄어든 것뿐이고, 연극적인 움직임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보지 않아요. 작업의 모태는 연극인데 예전 연극이라는 시선으로 보는 거죠. 시각적인 차이로 막혀 있어, 새로운 젊은 연극이 치고 올라올 만한 터전이 없어요.
5. 인천 연극의 현 주소는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수준이하의 작품들이 너무 많아요. 서울 올라가게 되면 인천에서 연극을 한다고 말을 못하고 마임을 한다고 해요. 왜냐하면 인천에서 연극을 한다고 하면 한 수 아래로 보고 무시하는 경우가 있죠. 그래서 그런지 열심히 하고 잘하는 친구들은 웬만하면 서울로 가요. 공연을 못했다고 해도 고민을 한 흔적이 있는 작품들은 그건 못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인천 연극에는 그것이 없어요. 나도 저렇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돼요. 내가 변해야 작품이 변하는데 고민이 부족한 거 같아요.
6.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한 거 같아요. 저도 연극하는 사람들이라는 울타리에 있지만, 항상 그 울타리 안에 머물러 있는 거 같아요. 모든 팀이 그렇지 않지만 역량이 부족한 거 같아요. 그리고 다양한 시선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시각, 설치, 미디어 등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관심을 갖지 않는 거 같아요. 그리고 새로 시작하는 젊은 팀들을 잘 감싸 안았으면 좋겠어요. 인천에서 작업하다 서울 올라가서 잘 된 팀들도 많아요. 그런 팀들과 협업하는 터전도 만들고 싶어요.
7. 앞으로의 작업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올해는 인천에서 벗어나 외부 작업을 많이 하려고 해요. 그동안 그룹으로 작업을 했는데 잊힌 제 개인 작업을 정리하면서 충실히 하려고 해요. 약 1~2년 정도 개인 작업에 집중하고 흔들리지 않게 자리 잡으면 다시 다른 사람들과 작업하려고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