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협화음과의 대면: 근대 미학 이후의 상상력
2010년 10월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을 수상한 인디밴드 그룹 ‘야야(YAYA, 夜夜)’.
인디밴드계의 유력한 등용문으로 자리 잡은 의 신인 뮤지션 발굴 프로젝트인 ‘헬로루키’를 통해 ‘야야’가 독보적인 자리에 등극하게 된 것은 싱어송 라이터 아야(Aya/我惹, 김은지)와 드러머 시야(Siya/視野, 이용진)가 혼성 듀오를 결성한 지 약 3개월 후의 일이었다. 오지은, 국카스텐, 아폴로18, 한음파, 텔레파시, 장기하와 얼굴들 등 내로라하는 인디 뮤지션들이 거쳐 간 곳인 만큼 ‘헬로루키’ 대상 수상은 이미 작곡과 연주 실력을 공인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로 간주된다.
그런 ‘야야’의 실력이 지난 시즌 2에서 심사위원들의 혹평 세례를 받으면서 급기야 음악성 논란에 휩싸였던 바 있다. 제2차 트리플 토너먼트 예선에서 뮤지컬 영화 의 OST 중 폰 트라프 대령의 일곱 아이들이 매우 사랑스럽게 불렀던 를 충격적인 사운드와 과격한 보이스로 선보인 데 대해, ‘야야’의 편곡이 잦은 변박과 현악기 선율의 부조화, 그리고 규칙 없는 실패한 불협화음으로 인해 이해 불가한 음악으로 평가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 록의 전설로 불리는 신대철이 ‘야야’의 독특한 개성과 강력한 무대 장악력을 그저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폄하할 수는 없다면서 급기야 다양한 음악세계를 수용하자는 태도론을 거론했고, 결국 40여 분간의 심사위원 논의 끝에 유영석이 심사 기권을 선언하는 사태를 초래하고 말았다.
공중파 방송인 사상 초유의 사태로 기록된 이 장면에서 결국 신대철의 단독 심사를 통해 ‘야야’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고, 이후 일각에서는 유영석의 심사위원으로서의 자질을 문제 삼는 한편, 더 나아가 심사위원들의 전문성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던 ‘야야’의 태도를 질책하는 의견과 ‘야야’를 지지하는 의견 등이 갈리면서 사태에 대한 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그러나 사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떤 경연대회에서든 심사위원과 경연 참가자들의 의견 대립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었고, 더욱이 그러한 사태의 논점을 양자의 자질론에 국한시킴으로써 문제를 한정하거나 희석해버리는 것은 그다지 생산적인 일이 못 된다. 같은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의견 충돌은 매우 흔한 일이며, 또 우리는 그것을 토대로 양자의 대립을 조율하고 제어하면서 새로운 연대를 모색하거나 좀 더 나은 결과를 제시해왔다는 점에서 그것은 오히려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고 심지어 고무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더욱 중요한 문제는 ‘헬로루키’ 대상 수상이라는 아우라를 가진 인디밴드 ‘야야’가 문제적 뮤지션으로 떠올랐고, 또 그들의 음악이 대중에게 문제적으로 자각되고 회자되었다는 하나의 ‘사건’적 사실에 있다. 요컨대 어떤 대상을 대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논점은 그 대상의 어두운 곳을 응시하고 그 이면의 은폐된 것과 대면하면서 비로소 핵심에 다가설 수 있는 계기를 포착하기 위한 노력을 감행해가는 데 있다. 그럴 때 한낱 흔하게 목도되는 뮤지션에 불과했던 ‘야야’가 가지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수수께끼나 주술처럼 서서히 다가오게 되고, 또 우리는 그것과 정면으로 대면할 수 있는 일정한 준비태세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각적이고 능동적인 태세야말로 근대 미학 이후 새로운 상상력의 원천을 탐색하는 주체적인 계기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2. 어두운 밤의 비밀스런 서커스
강력한 촌철살인의 위력을 자랑하는 수많은 인디밴드들의 초감각적인 밴드명에 비해 다소 평범하고 심지어 수수해 보이기까지 한 ‘야야’라는 이름은 ‘아야’와 ‘시야’의 이름에서 따온 공통된 문자이자 ‘매일 밤’이라는 뜻을 지닌 한자숙어이기도 하다. 또한 신비롭고 어두운 밤(夜/YA), 그리고 화려하고 찬란한 밤(夜/YA)이라는 인간 세계의 ‘밤’이 갖고 있는 이중적인 마력의 색채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야야’ 음악의 독특한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환희와 우울, 기쁨과 슬픔, 감성과 격정, 격동과 낭만 등 양 극단을 오가는 분위기는 주술과도 같은 인간 감정의 이중성을 표상하는 ‘야야’만의 파워풀하면서도 섬세한 감성사전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반도네온과 아코디언의 아날로그적 감수성 혹은 탱고풍의 복고적 리듬, 바이올린과 콘트라베이스의 처연함, 그리고 트럼펫과 색소폰의 열정적인 카바레 선율, 강렬한 건반의 타격감, 섬세하고 감각적인 드러밍, 집시 바이올린의 서늘한 애수 등 오색찬란한 실력을 겸비한 세션의 참여가 돋보이는 ‘야야’의 크로스오버 감각은 홍대 인디신에서조차 희귀한 존재로 통한다. 더욱이 착하고 여린 미소년과 같은 시야의 외모에 비해 비제^Bizet의 오페라 <카르멘^Carmen>의 여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아야의 강렬한 외모와 보이스는 ‘야야’ 음악의 독특한 개성을 시각적으로 배가시킨다.
혹자는 이런 아야의 개성과 보컬에 대해 기모노를 입고 일렉트로닉 기타를 연주하는 일본의 여가수 시이나 링고^椎名林檎와 비교하기도 하지만, 아야는 에디트 피아프, 마돈나, 레이디 가가와 같은 카리스마를 지닌 여가수들에 비유해주는 팬들의 안목이 더욱 반갑다. 여기에 더 추가한다면 몽환적이고도 섬뜩한 분위기의 뷔욕^Bjork이나 포티셰드^Portishead의 나른한 비트와 기묘하게 어울리는 트립합 개성 등도 포함될 수 있지 않을는지. 그 때문에 퇴폐적이면서도 고혹적인 아야의 보이스와 잘 결합하는 ‘야야’의 음악은 사이키델릭을 토대로 탱고, 재즈, 일렉트로닉, 트립합, 클래식, 록, 집시와 탱고음악 등 음악적 경계를 설정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이른바 all–kind Music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것이리라.
그러나 ‘야야’의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의 그 강렬하고도 충격적인 사운드와 세상 그 어디에도 없을 것만 같은 그 독특한 개성은 그 자체로 신선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지만, 조금만 반복해서 들어보면 처음의 그 낯설었던 인상이 주었던 강렬함은 어느덧 대중적이고 듣기 편한 느낌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이따금 고딕 록과 클래식, 슬라브 민속음악을 절충한 데빌 돌^{Devil Doll}의 컬트적이고 난해한 느낌을 상기시키는 인트로가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지속해서 들어보면 오히려 몽환적이면서도 발랄한 대중적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즉 복합적인 장르가 절묘하게 혼재된 편곡 속에서 오히려 우리에게 익숙한 탱고리듬이나 재즈, 트립합, 록, 사이키델릭을 숨은 그림 찾듯이 구별해내는 묘한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특히 ‘야야’의 1집 앨범은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 류복성 라틴재즈 올스타즈의 임보라, 김예중, 크라잉넛의 김인수, 문샤이너스의 백준명,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중엽 등 국내 정상급 멤버들이 직접 세션으로 참여하면서 많은 화제를 불러 모으기도 했다. 현재 한국의 재능 있는 싱어송 라이터들의 약 70% 이상이 인디신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볼 때, 이 앨범에 수록된 총 12곡 모두가 아야의 작사·작곡이라는 사실은 그다지 주목을 끌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때 판소리, 창, 민요를 배우고 재즈 보컬로 잠시 활동했을 뿐 작곡에 있어서는 아야가 독학으로 이루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녀 스스로 얼마나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매료되고 심취했으며 거기에 열중해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더욱이 퍼포먼스, 스타일링 등 전반적인 프로듀싱은 물론 티저영상의 일러스트 작업과 스타일링, 연출, 후반 작업까지 모두 소화하는 동시에 앨범의 아트워크까지 아야가 담당했다는 사실까지 감안한다면 만능 아트 플레이어로서의 그녀가 조금은 특별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앨범 재킷의 전면을 장식하고 있는 강렬한 총천연색의 색감, 그리고 짙푸른 밤하늘의 어둠을 응시하는 슬픈 눈, 다이아몬드 모양의 눈물방울을 뚝뚝 흘리고 있는 피에로의 차가운 시선. 앨범의 타이틀 ‘曲藝’의 주인공인 피에로 가면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존재지만 그 내면에는 깊은 슬픔과 애환을 간직한, 어쩌면 한 생애를 살아가는 인간 존재의 그것과도 꼭 닮아있다. 아니, 어쩌면 인간의 삶 그 자체가 기묘한 곡예인 것일까.
앨범 재킷을 직접 디자인했다는 아야는 “서커스에서 사람들에게 보이는 즐겁고 재미난 쇼의 내막에는 슬픔과 고난 등 다른 다중적인 모습들이 숨어 있다. 그 양면성의 묘한 매력이 밤의 이중성을 표방하는 야야의 음악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에서 첫 앨범의 이름을 곡예로 지었다”라고 술회했던 바 있다. 실제로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화려한 피에로의 가면 속에 은폐된 음울한 표정과 현란한 곡예사의 쇼 뒤에 숨겨진 핏빛 심장이 투명하고 비밀스럽게 각인되어 있다.
앨범의 타이틀곡인 <曲藝>는 안개 낀 밤의 공동묘지를 연상시키는 섬뜩한 보컬이 시종일관 이어지지만, 오르골의 아름다운 선율과 작은북의 소박하고 수수한 소리가 기묘하게 어우러지면서 마치 회전목마를 타고 있는 유년시절 자신의 모습이 상상될 만큼 아기자기한 소품의 느낌을 준다. 또는 서커스 공연을 시작하기 직전 피에로가 좌중을 정돈하기 위해 보여주는 막간 공연을 보면서 본격적인 공연을 대망하는 어린 아이의 설렘과도 같은 감성을 선사한다. 아야의 말에 따르면 두 번째 수록곡인 <거미의 숲>과 열 번째 수록곡인 <춤>이 바로 비밀에 싸인 듯한 ‘야야’ 음악 전체의 전모를 밝혀주는 곡으로서, ‘야야’가 표현하고자 하는 자유롭고 독특한 음악적 성향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한다.
먼저 <거미의 숲>은 1900년대 초 실사단편인 무성영화와 집시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을 하고, 또 그리스·로마신화의 ‘아라크네 이야기’의 상상력에 의거하여 가사를 붙인 곡이다. 베 짜는 솜씨가 좋았던 아라크네의 교만은 아테네 여신의 분노와 질투를 샀고 마침내 거미가 되었다는 내용의 이 곡은 약간 빠르고 묵직한 리듬의 긴장감과 왈츠의 변박이 표현하는 드라마틱한 요소 위에 독특한 화성법을 사용하여 자유로움과 풍자를 표현했다고 한다. 다양한 음악 장르를 섭렵하는 밴드 ‘야야’에게 그리스·로마신화의 상상력 정도야 그리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음악에 내재된 그 표현법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춤>은 평소 3/4, 6/8 리듬을 좋아한다는 아야와, 특별히 6/8 리듬에 자신이 있다는 드러머 시야의 기호가 공통적으로 반영된 곡이다. 앨범의 수록곡 중 작업 기간이 가장 오래 걸렸다는 이 곡은 세션 연주자들이 그 어떤 곡보다도 가장 빨리 이해했기 때문에 또 가장 쉽게 연주할 수 있었다고 한다. 더불어 이 곡은 ‘야야’가 추구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적인 모든 것이 전부 내포되어 있다는 ‘아야’의 말을 따른다면 이 곡이야말로 ‘야야’의 대표곡으로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

3. 청춘과 기억에 대한 두 개의 시퀀스: 고양이처럼, 집시처럼 혹은 밀림의 야수처럼
앨범 재킷에 그려진 피에로의 하얀 얼굴 가면이 그 이면의 은폐된 이중성을 가리키는 것처럼, ‘야야’ 음악의 가사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상처의 지층에서 차갑고 흉측한 모습으로 죽어버린 청춘의 시간과 기억에 대한 폭로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세상에 대한 소통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나의 영혼은 사랑에 굶주려 마물이 되어버렸고, 심장은 까맣게 물들었으며, 세상의 차가운 시선(고양이 춤)으로 인해 “빛도 없이 흘러가는 새벽의 끝자락까지 홀로 삼켜내야만 했던 더러운 기억”(444)만이 “죄수처럼 외면당한 오래된 깊은 추억”(폭풍처럼, 불꽃처럼)으로 공허하게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더러운 도시의 밤공기에 현기증을 느끼며 그 흉측한 기억들 속을 홀로 헤매면서 “죽어버린 시간들의 외로움뿐인 기억을” 또다시 더듬어 찾아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비록 “메아리처럼 질문처럼 다시 침묵뿐인 기억들”(獨)에 불과한 것일지라도 말이다. 단지 모질게 스쳐간 세월의 흔적이자 끝내 산산이 조각난 꿈에 불과할지라도, 만약 그것이 차마 버릴 수 없는 잔혹한 청춘의 시간이었다면 사무치는 외로움 속에서도 “폭풍처럼 또 불꽃처럼 타오르는 열정으로”(폭풍처럼, 불꽃처럼) 또다시 나는 사랑을 구걸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구해줘 나 좀 여기서 꺼내줘, 하루 종일 뜨겁게 안아줘
까만 너의 사랑을 내게 줘, 내게, miau!
차가워 너의 새파란 눈동자 속에 보여 두려워하잖아
음습한 악령 따위의 루머를 흘려버려
- <고양이 춤> 중에서

그러나 그러한 행위는 실낱같이 불안하고 위태로운 사랑의 방식으로 근근이 버텨가는 안간힘이라는 것쯤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러한 사랑의 대상이란 예의 거짓투성이의 낭만가이거나 음모와 거짓에 물든 기만가이며, 병든 꿈속을 헤매는 몽상가거나 서툴고 불쌍한 야심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과의 행복한 소통을 위해 아무리 거짓 사랑을 구걸해 본들 그것은 결국 “조각나버린 나의 꿈처럼 차가운 너의 사랑”(444)으로 되돌아올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세상과의 불가능한 소통을 감행하려 했던 나의 나약한 시도는 한갓 푸념이 되었다가 이내 서투른 체념이 되고, 다시 야수의 분노가 되었다가 결국 집시의 폭로가 되어버린다.

넌 내게 진한 충고들과 멋진 한마디의 위로를 던질 수도 있지만
난 그저 스스로 위로할 수 있는 거친 눈물 따위에 의지해야겠지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나의 비밀은 네게 그저 그런 핑계일 뿐
- <푸념전쟁> 중에서

까만 너의 만행들은 아무도 숨 쉬지 않는 곳으로
싸워라 정신없이 사라진 거짓의 눈물을 마셔라 마셔라
새빨간 너의 눈물은 사랑을 초대했고
마치 내일은 죽을 것처럼 부르네, 노래, 노래, 노래, 노래
더러운 거짓 투성의 낭만자여, 음모와 꿈을 떠돌던 방랑자여
거짓에 물든 철없는 망상가여, 병들어버린 꿈속의 몽상가여
더러운 거짓 투성의 낭만자여,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
폭로의 노래 노래 노래
- <폭로> 중에서

나의 “거짓 없는 투명한 불타는 야망을” 돌아봐주지 않는, 그저 내게 깊은 상처만을 안겨다주는 그 모든 대상. 진실을 말하지 않고 나의 의지를 싹둑 잘라버리는(Damper) 그 모든 것들은 거칠고 세찬 바람이 되어 결국은 이 세계에서 “하얗게 뒤엉킨 먼지처럼” 나를 추방시켜버렸다. 그리고 그 바람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체셔 고양이처럼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끊임없이 나를 뒤흔든다.

오라, 서투른 불쌍한 야심가여 흔들림 없는 내 야망을 불타게 하여라
바람아 불어라 쉴 새 없이 불어 춤추게 하라
하얗게 뒤엉킨 먼지처럼 나를 춤추게 하여라
바람아 불어라 거침없이 불어 춤추게 하라
하늘에 뒤엉킨 달빛처럼 나를 춤추게 하여라
- <바람아 불어라> 중에서

너덜너덜한 네 입을 태울 테야
그들 머리 위로 널어버릴 거야
너는 내게 애원을 배워갈 거야
모두가 네 안을 들여다보게 될 거야
넌 침묵을 키워 넌 내게 속삭여
야야야야야야 -----
난 분노를 배워 내 심장은 더 뛰어
야야야야야야 -----
차곡차곡 먼지처럼 쌓여가는 시간은 춤을 추네
너의 빈약한 핑계들은 하나둘씩 죽어가네
- <춤> 중에서

‘야야’ 음악의 전반에 내재해 있는 이러한 자폐적 이기심은 유아적이고 폐쇄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통이 불가능한 세상의 온갖 대상들을 그것의 원소적 특징(밤, 거미, 숲, 고양이, 먼지 등)의 수준에 위치시키면서 야수적 활력에 기반을 둔 폭로와 복수를 통해 초극하고자 하는 이러한 심리는 주체의 사회심리적 현실감의 결여를 반영한다. 아도르노가 ‘억압적 탈승화’를 언급했던 것처럼, 이러한 결여는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압력의 과부하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충동을 조절하는 내면적 자아를 자신의 정신적 위상에서 추방시키려는 탈현실적 양태와 관련이 있다. 이러한 주체는 사회 기구에서 자신에게 할당된 적절한 임무를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담당하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주체적 권능을 보다 명료하게 하기 위해 어떤 대상에게 비이성적 권력을 강요하는 외설성을 행사하기가 쉽다. 따라서 그것은 어떤 문제에 대한 합리적이고 건실한 해결을 지향한다기보다는 오히려 그 대상을 강제적으로 해체함과 동시에 자기 파괴를 실현함으로써 총체적인 파국으로 치닫게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다양한 음악 장르를 크로스오버하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독창적으로 표현하려는 새로운 상상력에 의거한 창조적 행위는 ‘야야’만의 미학적 실천의 산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초현실주의 선언과 같은 아방가르드 미학의 형식이 “나, 예술이 말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데 있는 것이었다면, ‘야야’의 음악에서 보이는 이러한 자폐적 이기심, 그리고 낯설고도 불합리한 불협화음이 오히려 강렬한 주체적 현상으로 목도되는 까닭은 바로 그 때문이다.
시청률 2%를 간신히 유지하면서 명맥을 이어나갔던 시즌 1과 시즌 2를 지켜보면서 한국 음악계의 풍요로움을 재확인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중파에서는 역시 그 명맥을 유지해가는 일이 지난했던 것인지 결국 시즌 3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일부의 네티즌들이 시즌 3을 방영하기 위한 청원운동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아무래도 어려워 보인다. ‘오디션 공화국’이라는 비판이 만연한 가운데 각 방송사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지만, 모든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좀처럼 기회를 갖지 못하는 젊은 뮤지션들의 음악 창작에 대한 사회적 환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야야’를 비롯한 젊은 뮤지션들이 보다 다양한 양질의 음악을 음악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수/상/소/감

이혜진

기성세대가 된 내가 낯설고 생소한 젊은이들의 감각을 재고하고 그에 접근해가기 위한 사유의 산물

처음 음악을 듣기 시작했던 것은 순전히 아버지 덕분이었다. 국민학교에 다닐 무렵 아버지는 휴일 아침마다 닐 다이아몬드나 비지스, 토니 올란도, 로드 스튜어트, 존 덴버와 신중현의 음악을 틀어놓은 채 청소를 하며 흥얼거리곤 했다. 그렇게 이들의 곡들을 무의식중에 접하게 되면서부터 <쇼쇼쇼>나 <가요톱10>에 나오는 노래들이 점차 시시하게 느껴졌다. 가사의 내용도 잘 모르고 엉터리 영어 발음으로 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하면서 나는 가수를 꿈꾸기도 했다.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듣지 않으면 시류에 편승할 수 없었던 여중 시절, 나는 동시간대에 편성된 라디오 프로그램 <이선영의 영화음악실>의 독실한 애청자였다. 거기에 소개된 영화들 거의 대부분이 관람불가였던 당시에는 그 영화들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스토리들을 상상하면서 영화를 향한 무한한 갈증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저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고등학교 입학선물로 받은 소니 워크맨으로 카세트테이프가 다 늘어질 때까지 수도 없이 음악을 반복해 들으면서 수학 문제를 풀고 영어 단어를 외웠던 여고시절을 지나 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나는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음악들을 들으면서 문학에 탐닉했다. 장정일의 소설을 읽으면서 3J를 처음 알게 되었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으면서 재즈 가수의 매력적인 보이스와 누더기 같은 그들의 인생 편력에 몰두하기도 했다. 그때는 인생이 더없이 비루하게만 느껴졌었고 인간에게 유일하게 가치 있는 것이란 음악과 문학뿐이라고 애써 믿어버렸다.
나는 한국근대문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나는 평생 음악으로부터 위안을 받아왔지만 내가 음악평론을 하게 되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저 강의가 슬슬 지루해질 무렵 빌리 홀리데이와 제니스 조플린의 인생담을 들려주거나 시너드 오커너와 핑크 플로이드의 비디오클립 등을 소개하면서 패배의식에 젖어 있는 학생들을 위로하는 데 그칠 뿐이었다. 패기 없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종종 분노하기도 했고 더 이상 음악이 그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적잖이 실망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휴일 늦은 밤 우연히 <탑밴드>를 보면서 젊은 밴드들의 음악 수준이 예전에 비해 꽤 높아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심사위원들의 코멘트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 특히 <야야>의 경우는 한국 인디밴드들이 처해 있는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였는데, 낯설고 생소한 음악을 수용하는 한국 특유의 방식과 그에 대한 대중의 반응 그리고 그들의 선배 격이라 할 수 있는 심사위원들의 평가방식은 내게 일종의 반면교사의 역할을 해주었다. 다시 말해 이 글은 이제 기성세대가 된 내가 낯설고 생소한 젊은이들의 감각을 재고하고 그에 접근해가기 위한 사유의 산물이다. 내게 분노와 실망의 대상이었던 현재의 젊은이들이 사실은 과거의 내 모습이었다는 단순한 사실. 친해지기 어려워 보이는 <야야>의 음악세계를 재고해보면서 동시에 한국의 인디 신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세 편의 많지 않은 후보 가운데 배가브리엘의 「스펙 전쟁 - 아이돌도 벗어날 수 없는 스펙의 굴레」는 주제의 시의성은 좋았지만 진행이나 내용에 있어서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 즉 전문성의 부재가 아쉬웠다.
이원의 「상처 난 개인을 위로하는 뻔뻔한 음악 : 숨 막히는 가면 속 울고 있는 현대인들을 위하여」와 이혜진의 「불협화음의 연대와 적대적 현실에 대한 체셔 고양이의 복수」 경우 모두 제목과 부제에서 글의 내용을 짐작할 수 없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글을 읽는 독자들은 우선 제목과 부제를 보고 그 글을 읽을지 그렇지 않을지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원, 이혜진의 비평 모두 그 제목만으로 ‘대중음악’에 대한 비평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원이 쓴 글의 경우 여러 인용이나 비유를 통해 글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럴 경우 정작 글쓰기가 이야기하는 게 무언지 파악이 되지 않을 수가 있다. 이번에 심사한 비평 역시 마찬가지였다. 《페퍼톤스 4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글쓴이가 이야기하려는 바를 미리 정해 놓고 《페퍼톤스의 4집》을 그저 소재로만 사용한 느낌이다. 음악비평에 음악이 없고 문학비평이 되어버린 듯하다. 대신 문장을 이끌어나가는 힘은 좋았다.
이혜진의 비평도 전반적으로 무난한 비평이다. TV프로그램 이야기로 관심을 유도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관심이 없던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좋은 소재다. 음악적 이야기와 가사에 대한 안내 그리고 적당한 인용으로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비평이다. 비평이라고 해서 무조건 현학적이고 어렵게 다가가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 독자를 자연스레 동화시킬 수 있는 글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는 얘기다.

송명하(대중음악평론가, 월간 『파라노이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