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행_정지은(인천문화재단)

이상문학상 소식이 들리던데요, 곧 책도 나온다고 들었어요.

네, ‘나선의 방향’이라는 단편이 우수작으로 뽑혔어요. 제 책은 2월에 나와요.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라고 웹진에 발표했던 단편 소설 제목이에요. 초기작들은 거의 없고, 2011년부터 최근에 쓴 10편 정도만 추렸어요. 장편소설은 5권이 나와 있지만 단편집은 처음이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단편은 드문드문 발표한 편이에요. 이번에 소설집 묶으면서 작품을 찬찬히 읽어봤는데 20대와 30대에 쓴 작품이 너무 다르더라고요. 20대 때 소설을 넣자니 이후 소설과 너무 많이 부딪쳐서, 서로 공격하는 느낌을 주는 것보다는 빼는 게 낫겠다 싶어서…. 20대 때에는 거침없고, 악의적인 측면이 있어요. 내 생활이 크게 변하지 않고 나이가 들었을 뿐인데 30대에는 변하는 지점이 있어요.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았을 때 얼마나 바뀔까 싶어서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변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놔두려고요.

요즘은 어떤 작품을 쓰고 있나요?

『한겨레』에 연재하는 「소년 7의 고백」 테마 소설을 작년 말에 끝냈고요. 요새는 청소년 소설 한 편을 연재하고 있어요. 이따가 얘기 끝나고 저는 일해야 해요. 카페에서 일하는 거 좋아하거든요.

2005년에 데뷔했으니까 곧 10년차 소설가가 되는데 어떤가요?

책을 많이 냈지만, 아직도 책을 낼 때면 우울증 비슷한 게 생기는데 책을 낼수록 증상이 더 심해진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책을 낸다고 해도 정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거든요. 첫 책 때는 너무 설레고 들떠서 나 자신이 붕붕 떠 있어요. 내가 내 책을 보고 뿌듯하니까…. 세 번째 권까지는 서점 가서 내 책 어디 있나 확인해보고 그랬는데, 그 다음부터는 안 갔어요. 사실 작가라면 누구나 그런 순간을 꿈꾸잖아요. 누군가 내 책을 읽고 있다가 사는, 일종의 환상 같은 거죠. 아니면 지하철 같은 데에서 내 책 읽는 사람 있으면 도촬이라도 하고 싶고 그랬는데 막상 만난 적이 없네요. 사람 마음이 참 그런 게, 처음에는 등단만 하면 소원이 없을 것 같잖아요. 그런데 막상 등단하면 책 낸 사람이 부럽고, 책 낸 사람은 책 내봐야 연봉 200만 원인 거 뻔히 아니까 베스트셀러 쓴 사람이 부럽고, 베스트셀러 쓴 사람은 문학상 받은 사람이 부럽고….끝이 없어요.

‘작품과 정말 안 닮은 작가’ 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요. 작품에서 청소년과 아이들이 많이 나오고, 폭력적인 이야기를 주로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아동이나 청소년처럼 약자가 학대받는 부분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분노하는 편이에요. 아이들, 그러니까 미성숙한 개체는 분명히 보호받아야 하잖아요. 그런 의문이 드는 거죠. “나는 보호받고 내게 사소한 일만 일어나도 달려 와주는 사람들 틈에서 사랑 받으면서 컸는데 왜 이 아이들은 보호하고 사랑해주기는커녕 때리고 학대하고 방치하는 걸까?” 사실 데뷔하고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왜 이렇게 끔찍하게, 노골적으로 쓰냐”였어요. 그런데 사실 폭력 자체는 들여다보기 힘들만큼 끔찍하고 나쁜 거잖아요. 저는 그걸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페이드 아웃’ 같은 것도 싫어해요. 현실에서의 폭력은 뿌옇게 처리되면서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터지는 이빨 같은 게 있어야 폭력을 인식할 수 있고, 그래야 알게 되는데 왜 숨기고 다른 이야기를 하라는 걸까 싶어서 오히려 더 사실적으로 묘사한 측면도 있어요. 저도 그런 걸 쓰면서 절대 즐겁지는 않지만, ‘이걸 읽고 끔찍하게 느낀다면 현실에서 아이들이 당하는 일도 끔찍하다는 걸 알아야지’ 그런 생각이 분명히 있었죠.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있으면 그 반대의 소설을 쓰는 사람도 있는 거고, 사람들이 비겁하게 느껴졌어요. 소설은 시대와 현실을 반영한다고 떠들면서 정작 현실을 쓰면 너무 참혹하니까 쓰지 말라고 하는 건 너무 모순적이지 않나? 그렇다면 모르는 척하고 이 사태를 악화시키는 사람들에 대해 써보자 싶어서 『모르는 척』이란 소설도 썼던 거구요. 정말 무서운 거는 그런 현실을 금세 잊어버리는 우리의 무감각증이니까요. 이제 나름 일단락을 했다고 생각해요. 폭력과 아이들에 대해서는 분야별로 할 만큼 이야기를 다 했다 싶어서 다음 주제로 넘어가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 다음 주제를 정하지는 못했지만요.

인천이라는 공간은 작가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사실 이렇게 들쑥날쑥한 곳이 없어요. 여기 논현동도 굉장히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소금밭이었잖아요. 땅도 아니고 바다도 아닌, 완벽하게 현대도 아니고 과거도 아닌 중간적인 지점이니까요. 인천은 차 타고 가면서 30분마다 극적으로 풍경이 바뀌는 곳이에요. 서울은 이제 너무 다 똑같아져서 지명에서 파생되는 느낌 외에는 공간으로서의 느낌을 잃어버린 도시 같은데 인천은 달라요. 작가 입장에서는 인천만큼 매력적인 공간이 없는 것 같아요.

독자들에게 혹시 바라는 점이 있나요?

사실 독자와 직접 소통하는 통로는 트위터 정도에요. 잘 읽었다고 쪽지를 보내거나 하면 감사하고 좋고 그래요. 사실 제가 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읽히고 싶어서 책을 내는 거잖아요. 소설은 누군가가 읽어야 완성이 되는 거고, 20% 정도는 비어 있는 상태로 출판되는 거니까요. 욕을 먹더라도(물론 칭찬이면 더 좋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피드백을 받고 싶은 것이 작가의 바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