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실행한 <2013 학교기반 문화예술교육 기획사업-예술강사들 간의 협력에 기반을 둔 통합적 학교문화예술교육>은 기존의 학교문화예술교육이 갖고 있는 한계와 반성, 이에 대한 모색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또한 광역시·도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예술강사와 학교, 재단이 긴밀하게 협력하여 시도한 유일무이한 프로젝트이다.

예술교육의 특성이 매우 다면적이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예술강사뿐 아니라 학생에게도 개인의 경험치가 교육 내용 안에서 자연스럽게 반영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여건으로 인해 예술강사 1인이 25∼30여명의 학생들을 만나야 하는 상황, 정서적 교감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1-2차시로 짧게 만나면서 기능 중심으로 운영되기 쉬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 하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이는 지역사회 안에서 광역시·도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스스로가 끊임없이 자기 위상과 역할을 어떻게 다져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모색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기획단계에서부터 3개월 여간 문화예술교육 전문가와 학교 행정 책임자, 재단 실무자가 여러 차례의 난상토론을 거치며 꾸준히 만나면서 문제의식에 대해 공감하고, 학교 공교육 운영체계 안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논의하였다. 또한 광역시·도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핵심자원인 예술강사들의 실질적인 요구를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여, 장르 간의 협업을 유도하여 보다 통합적인 문화예술교육모델을 구상하고 실행해봄으로써 예술강사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노력했다.

실행단계에서는 참여한 예술강사 그룹들이 충분하게 시행착오를 거쳐 보다 완성도 있는 문화예술교육 커리큘럼을 확보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교육기획 전문가와 함께 논의하고 보완할 수 있는 체계를 운영했다. 결과적으로 예술강사들에게도, 학교에게도, 재단에게도, 무엇보다 외부 환경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중3 학생들에게도 각각의 의미와 성과를 지니는 성공적인 모델로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학교 내 문화예술교육 커리큘럼의 질적 향상뿐만 아니라 정책적 내실화를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인데, 사업의 성과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사업 실행 주체(재단-학교-예술강사)들과의 긴밀한 관계 형성과 사업으로 연계될 수 있는 지속적인 교류가 사업 성공의 중요한 토대임을 확인했다. 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예술강사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술강사들은 물론, 학교에서 아쉬워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일상적으로 점검해왔다. 사업담당자가 이 영역에 대해 꾸준한 관심과 문제를 개선시키려는 의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영역과의 일상적인 교류를 다양한 형태로 지속한 힘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둘째, 재단의 타 사업과의 연계지점을 정확하게 분석하여 시도했다. 재단은 예술강사를 지원하기 위해 연구모임, 이야기모임 등 재단 자체 사업을 실행해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 동안의 자체사업을 통해 다져놓은 네트워크가 큰 힘을 발휘했다. 구름다리, 화통블루스, 애니메이킹, 김은영 선생님, 이소영 선생님, 예술집단 봄 등 기존의 연구모임 등의 사업을 통해 통합적이며 차별화된 문화예술교육모델을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연구결과물도 직접 실행해볼 수 있는 실질적인 장을 마련하여 참여한 예술강사 그룹의 만족도도 매우 크다.

셋째, 공교육 내 ‘학업 전환기’라는 중요한 시기를 발견하고, 이 시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와의 의사소통과 협의, 실행가능한 문화예술교육의 방식이 학교 내에서 어느 수준까지 가능한가를 확인한 것도 커다란 성과이다.

물론 <2013 학교기반 문화예술교육 기획사업-예술강사들 간의 협력에 기반을 둔 통합적 학교문화예술교육>이 2014년에 보다 안정적으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점검이 필요하다.

첫째, 사전 기획 단계부터 계획적인 예산 편성과 집행이 필요하다. 올해는 사업 첫 해로 돌발변수에 대한 예측이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예술강사 그룹이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그간 실행할 수 없었던 것들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 주요한 추진방향 중 하나였다. 그러나 학교와 접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외적 규모가 초기 기획의 2배 정도로 확장되면서, 계획된 예산 편성을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다행히 재단 내의 타 사업과 학교, 예술강사 그룹의 이해와 도움으로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으나 계획적인 예산 운용방식은 보완되어야 한다.

둘째, 학교 내의 새로운 문화예술교육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번 파일럿 사업의 추진과정, 결과 등 사업 전반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과정 공유가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로 참여한 예술강사 그룹들도 타 지역에서도 학업전환기에 이와 같은 문화예술교육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하였다. 6-7차시에 걸쳐 집중적으로 문화예술교육시간을 가진 것에 대해 예술강사 그룹은 물론 인천여자중학교, 신흥중학교의 선생님과 참여 학생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았기 때문에 충분히 타 학교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업모델이다. 마지막으로 참여한 예술강사 그룹의 소감을 첨부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외모에 관심이 높은 여중생들이 쇼를 기획하는 과정을 통해 자유로운 상상과 창작, 표현 욕구를 해소하는 패션쇼 프로그램 ‘워킹 인 레드카펫’을 운영했다. 교육장소도 매우 좋았고, 참여아이들의 반응도 매우 적극적이어서 힘도 나고, 재밌고 즐겁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주로 3~4교시 단위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6교시로 수업을 진행한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느낌나누기 시간에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런 프로그램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지 알았다. 내 꿈을 찾았다.’ 등 아이들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고, 뿌듯했고, 아이들을 통해 나도 배우는 시간이었다. 수업내용적인 면이나, 화통블루스에게도 보람도 있고,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3년간 머물던 공간을 되돌아보며 친구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되새기고 학교에 우리들만의 비밀스러운 흔적을 남기는 ‘미스터리 서스펜스 추리교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인천여중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과정부터 학교도 여러 차례 방문을 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준비한 프로그램에 아이들이 푹 빠져 적극적으로 미션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과정을 함께 나누는 것이 매우 즐거웠다. 재미있는 추억거리를 서로 나누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프로그램 중간 중간 ‘너무너무 재미있다.’, ‘이런 경험은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감동을 받았다. 중3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런 프로그램이 계속 진행될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준비를 하는 우리 예술강사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즐거웠다.”

“3년간 학교생활을 하면서 묵혀두었던 기억이나 갈등, 선생님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사연들,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보고 영화로 표현하는 ‘삼년지한’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아이들이 매우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했다. 평소 음악이나 미디어, 영화, 드라마에 관심을 갖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휴대폰으로 영화 촬영을 하는데도 감각적으로 잘 풀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럼에도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휴대용 캠코더라도 사용해서 아이들이 경험해 분수 있도록 준비가 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6교시 연강으로 수업을 진행한 것이 매우 좋은 형태였다. 중3 뿐만 아니라 고3들에게도 좋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점차 커져 나가기를 기대한다. 재미있었다.”

“시의 운율과 랩의 라임을 비교해보고 가사 창작과 비트와의 결합, 레코딩, 음원 제작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생각, 느낌을 친구들과 자유롭게 표현하고 교감하는 ‘랩으로 말해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친구들과 함께 랩을 만들고 녹음을 하는데, 그 중 한 친구가 옆의 친구에게 ‘스트레스가 풀린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 행위 자체에서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에는 무언가를 알려줘야겠단 생각을 했는데, 오히려 아이들을 통해 느낀 것이 많은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이들을 만나며 지금의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지, 당시의 나는 또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았었는지를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강사님들이 모여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주간과도 같은 형태의 프로젝트의 기획 구성도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좋은 시간이었다.”

“‘애니메이킹’이라는 애니메이션 제작을 중심으로 창작조직(회사, 스튜디오 등)의 조직형태를 경험하고 공동 창작과정을 통해 서로 협력하고 스스로의 관심사를 발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어려운 접근이었다. 회사를 만들어보고, 경험하지 않았던 역할들을 가상으로 해보고, 또 애니메이션작업도 기획부터 제작까지를 실제 경험해보는 시간이었다. 첫째 날 학교 컴퓨터실의 상황이 좋지 않아 작업을 마무리기 어려운 여건이어서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 첫째 날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둘째 셋째 날 점차적으로 아이들이 완성도를 높여가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수업을 진행하는데, 한 친구가 그림을 그리다말고 곁으로 다가와 자기 속 고민을 털어놓는 것이었다. ‘지금 제가 너무 힘들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될까요?’ 그때 내 경험을 아이와 함께 나눌 수 있었던 것, 인생 상담까지도 아이들과 나눌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수업 막바지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힘들었지만, 무언가를 해낸 것 같고, 그런 과정이 기억에 남고 재밌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예술적인 감각을 갖고 있는 아이들도 많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다. 지금은 당장 어렵다는 생각을 했을지라도, 이런 경험 또한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