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평화축제는 2001년 월미산에 있던 군부대가 이전하면서 월미산을 인천시민을 위한 평화의 공원으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행사이다. 그래서 이름도 처음에는 월미평화축제로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인천상륙작전의 주요한 장소인 월미산에서 진행되었다가 ‘월미’라는 장소성보다는 ‘평화’라는 주제에 더 많은 비중을 두게 되었다. 축제의 내용도 전쟁의 반대인 평화라는 개념에서 부평미군기지, 강정마을 등 다양한 우리주변의 평화와 삶을 이야기하게 되었고, 이름도 인천평화축제로 바뀌었다.

평화축제의 첫 시작이었던 ‘월미평화축제를 준비하는 2001 한마당’의 주요한 행사가 김금화 만신의 전쟁 희생자의 넋들을 위한 진오귀굿이었고, 인천평화축제로 이름을 바꾸면서 또한 주요 행사로 김금화 만신의 진진오귀굿을 하게 된 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필자는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평온한 삶이, 평화가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라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라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을 겪으면서 인천민예총은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고민 속에 가을에 하던 행사를 앞당겨서 진행하게 되었고, 그 내용도 시민과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가 아닌 진혼을 택하게 되었다. 이는 응당 그리 할 수밖에는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굿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망자천도굿인데, 죽은 이의 넋을 위로하고 극락천도를 기원하는 굿을 진오귀굿1)이라하며 사람이 죽은 지 얼마 안 되어 하는 진오귀굿을 진진오귀굿이라 한다. 즉 진진오귀굿은 이승에 남아 있는 망자를 저승으로 완전히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 굿에는 죽음이 갑작스럽게 다가옴으로 인해 산 자와 죽은 자의 이별이 온전하게 이루어지지 못했고, 죽음이 사람들에게 준 정신적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산 사람들을 위한 역할이 더 많이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2014인천평화축제는 세월호 참사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예술가와 시민들을 위한 행사로 보였다.

세월호가 출발했던 연안부두 여객터미널 바로 옆의 해양광장에는 작가들의 추모 시와 그림들이 주변을 빼곡히 채우고 있고, 추모의 마음을 담아 함께 그린 국화들, 세월호의 도착지가 되었어야 할 제주도에서 보내온 수백 마리의 노란 나비가 바닷가를 뒤덮고, 광장을 가로지르는 하얀 천 위에는 시민들이 접은 종이배들이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위를 하얀 국화를 안고 대북과 풍물에 맞추어 아픔을 삭이는 춤꾼의 몸짓과 망자의 넋을 종이로 모양 낸 종이인형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잇고 산 자와 죽은 자의 소통을 위한 넋전춤이 이어진다. 제주, 서울, 대구에서 온 가수들과 학생과 선생님과 목사와 시인의 추모의 노래와 시들…. 그리고 이어진 김금화 만신의 진진오귀굿과 마지막으로 소중한 생명을 어느 날 갑자기 황망히 잃어버린 슬픈 넋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억울하게 보내 버린 남은 자들을 위한 염원을 담아 하늘로 올린 풍등까지. 이렇게 행사는 진행되었다.

세월호 추모위령제의 중심 행사인 진진오귀굿은 수백 명의 시민과 함께 해가 한 풀 꺾인 오후 4시쯤 김금화 만신의 신청울림을 시작으로 수왕천 가르기를 하고 선창으로 자리를 옮겨 마당굿으로 마무리를 하며 해가 질 때까지 이어졌다. 김금화 만신의 굿은 여러 번 봤으나 이번만큼 가슴에 절절하게 와 닿는 굿은 처음이었다. 앞으로 김금화 만신의 굿을 보기가 어렵지 않겠냐며 공연이나 의식처럼 보려고 찾아온 시민들도 함께 울고 아파하며 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마지막으로 이승과 이별하기 위하여 망자의 넋을 불러내는 넋대잡기에서는 단원고 학생의 넋이 내려와 그 자리의 모두가 눈물을 펑펑 흘렸다. 저승길을 의미하는 수왕천을 몸으로 가르면서 혼령들의 저승 가는 길을 닦아 주는 굿거리인 수왕천가르기는 긴 베로 인간의 삶과 죽음의 여정을 보여주고 죽음과 삶이 하나임을 받아들여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 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16명 실종자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상황에서 벌어진 굿은 제대로 풀리지가 않았고 풀릴 수도 없었고 풀려서도 안 되었다. 그냥 그렇게 가슴에 담고 묻기에는 얽힌 것이 너무 많고 한도 깊었다. 온 국민이 가해자가 되어 버린 기가 막힌 이 대한민국의 현실은 4월 16일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참가한 모든 시민들이 세월호가 출발한 인천여객터미널을 향해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라고 외치며 다짐을 다지고 또 다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 모든 것들이 필자에게는 산 자들이, 산 자를 위하여 끝나지 않고 계속 진행해야만 할 하나의 진혼굿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