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으로 건축을 전공하려 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뭔가를 닮게 그리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미술전공자들이 대개 그렇듯이 학교에서 미술시간에 남들보다 두각을 나타내서 성적을 잘 받는 편이었다. 어느 날 학교에 스케치북을 안 가지고 가는 바람에 친구의 스케치북을 찢어서 그림을 제출했는데 늘 A+를 주던 선생님이 B-를 주시는 게 아닌가. 반항도 하고 그랬는데, 나중에 선생님께서 미술대학을 가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셨다. 입시미술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급히 준비해서 간 곳이 대구대학교였다. 작업을 계속하고 싶어서 (특이하게도)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일단 학비가 들지 않았고, 당시 생각에는 학위를 따고 싶은 마음보다는 무엇인가 도피하고 싶은 욕망이 컸다.
◎ 작품에 대해서 설명한다면?
- 내 작업은 기본적으로 두 개의 캔버스가 하나의 작품을 이루게 되어 있다. 이는 내가 가지고 있는 그리기(drawing)와 보기(seeing)라는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인식을 반영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회화는 거의 단일한 렌즈, 즉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구현된다. 그러나 우리의 눈은 두 개이므로 양안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두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곧 신체적인 문제와 직결된다. 나는 내 그림이 기계적인 렌즈가 아닌 우리의 두 눈으로 보는 행위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기를 바란다. 그린다는 행위 역시 신체가 개입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봄(seeing)과 그림(drawing)은 필연적으로 같은 개념 영역에 편입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존 러스킨John Ruskin이 그의 책 『드로잉』에서 “그림에 전혀 재주가 없는 이들이 그린 그림에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그리는 것이 우리에게 보는 법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는 말은 곱씹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 그림 역시 정교하게 그린 회화적 기술보다 내가 바라보는 세계를 관객이 함께 공감할 때 가치를 지닌다고 믿는다.
◎ 인천아트플랫폼의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곳에서의 생활은 어떤가?
- 좋다. 무엇보다 다른 매체를 다루는 작가들과 어울리면서 얘기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들의 노하우나 매체에 대한 태도를 배울 수 있고, 그들이 바라보는 회화에 대한 인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세계관이 더 넓고 깊어지는 느낌이다.
◎ 인천과의 인연 혹은 인천에 대한 생각을 말해 달라.
- 생각해 보면 재미있는 인연이 많다. 예전에 지금은 울산에 사는 아버지께서 젊으셨을 때 인천 신흥동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다고 하셨다. 연수동에는 고모가 살기도 하신다. 대학원에 들어가기 전 답동사거리에 있는 선생님의 작업실에서 한동안 지내기도 했다.
인천은 뜨내기들의 도시가 아닌가 싶다. 서울로 가고 싶지만 진입하지 못한 사람들이 머무르는 곳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각 구별로 특색도 강해 보인다. 선거 행태도 그렇고. 인천아트플랫폼이 있는 이곳 중구의 첫인상은 이국적이라는 것이었는데, 다양한 문화가 혼재되어 있으면서도 초현실적인 분위기가 흥미로웠다. 가끔 홀로 밤에 월미도까지 걷곤 하는데, 가는 길의 삭막함과 도착해서의 화려함이 대비된다. 마치 시뮬라크르의 세계 같다. 자유공원에 가서 맥아더 장군 동상을 볼 때면 이념의 문제보다도 결국 하나의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에 귀결된다. 나에게 모든 현상은 봄(seeing)으로 수렴된다.
Profile
최영
성신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서양화 졸업
대구대학교 회화과 졸업
개 인 전
2014 두 눈으로 본 그림 (아트팩토리, 경기도) 외 5회
단 체 전
2014 관물(观物)- Shun 수견 Young 청년작가 그룹전 (Shun 갤러리, 상해)
최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