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기 Profile

2001 인천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졸업

2007 인하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

2005 영화사 꾸러기스튜디오 창단

2006 스페이스빔 옥상영화제 프로그래머

2007 멀티플렉스 동네극장 DGV 개관

2008 <출동! 43호> 인천 e-감성영화제 관객상

2010 『서른 살에 처음 시작하는 영화 만들기』 집필

2010 <괴물-끝나지 않은 이야기> 만만한영화제 대상, <완전체 소녀> 국제48시간영화제 대상

2011 <고마워 너구리야> 인천 스마트폰영상제 우수상

2012 <숫호구>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 후지필름이터나상,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 국제영화제 초청

2014 <숫호구> 8월 7일 정식 극장 개봉, <시발 놈-인류의 시작> 제작 중

 인터뷰 진행 : 신재훈(본지 편집위원)

1. 영화감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영화도 하고 싶었고, 배우도 하고 싶었고, 댄스 가수도 하고 싶었다. 미술도 하고 싶었고, 교직에 대학 생각도 있었다. 다양한 것을 하고 싶었는데 결국 나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릴 때는 인터넷도 없던 시대라 막연하고, 꿈을 이루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미대에 진학을 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재미는 있었지만 보여주는 창구가 제한되어 늘 갈증을 느꼈다. 전시회를 하면 아는 사람이나 가족만이 온다. 영화를 찍은 큰 계기가 된 일은 친구들과의 엠티였다. 뭐 하고 놀까 하다가 빌려간 디지털 카메라로 영화나 찍으면서 놀자, 한 것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었다. 집에 와서 처음 만들어 편집한 영화를 보는데 뭔가 느낌이 확 왔다. 왜 나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만 뭔가 하려 했을까? 난 이 순간부터 영화감독이라고 생각했다. 내 주변 사람들이 배우가 되고, 내 주변 장소가 촬영 장소가 되고, 그러다가 친구들과 모여서 ‘꾸러기 스튜디오’라는 영화사를 만들었다.

2. 그 이후 겪은 일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어요?

우리 영화를 어떻게 사람들이 보게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인지도 높은 영화를 패러디하게 되었다. <가위손>이 <망치손>으로, <300>이 <3>으로, <은하철도 999>가 <은하전철 999>로, <다빈치 코드>가 <달마도 코드> 등으로 패러디되었다. 영화들이 인터넷으로 퍼져나가면서 큰 화제가 되었고 인터뷰 제의도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그 당시에 UCC가 유행하면서, 우리 작품을 영화로 보지 않고 기발한 UCC쯤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때 많은 회의가 들고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교사 생활이 시작되었는데 끊임없이 뭔가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계속 영화를 하고 싶어졌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뭐든 하지 말라고 하는데, 난 아이들과 동아리 만들어서 영화를 찍었다. 아이들한테 시각을 달리하면 꿈을 이루는 방법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매력적인 오답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선생님이 댄스가수도 할 수 있고 배우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3. 최근 개봉한 <숫호구>가 ‘감성 충만 C급 무비’를 모토로 삼고 있는데, 작품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 주신다면.

<숫호구>는 서른 살이 넘도록 연애를 해보지 못한 원준이라는 남자의 경험담을 담고 있다. 성경험도 없고 연애경험도 없다 보니 대한민국에서 요구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에 심리적으로 쫓기게 된다. 누구나 서른 살까지 섹스를 못 해볼 수도 있지만, 심리적으로 쫓기고 무능력하다는 취급을 받는 호구가 되어 남한테 이용당한다. 원준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호구 취급을 당한다. 원준이라는 인물에는 자전적인 경험이 담겨 있다. 고등학교 때 정말 좋아했던 여자가 있었는데 정작 그 여자가 좋아했던 남자는 정말 나쁜 남자였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경험하면서, 사랑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다. 연애를 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과 소위 밀당이라는 것을 하고 사랑받기 위해 일부러 나쁜 척을 하고 이런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이런 고민이 담겨 있다.

4. 감독님께서 특별히 관심을 갖는 이야기 거리가 있나요?

다양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 장르도 초월하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은데, 꼭 가져가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 그건 가장 가까운 것부터 표현하고 싶다는 것이다. 키워드로 말한다면 동네, 자신, 우리, 주변 등 소소한 것들이다. 처음 영화를 만들 때, 가까이 있어서 이렇게 값어치가 있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주제보다는 소재에 더 관심을 갖는 거 같다. 주변에 있는 인물들, 이야기들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

5. 직접 관객을 만나보니 어떤가?

처음이라 무섭다. 누구에게라도 영화를 보여주는 것은 조마조마한 일이다. 가장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는 내가 나오는 영화고, 그 다음은 아는 사람이 나오는 영화다. 그래서 아는 사람들끼리 영화를 만들어서 보는 것은 재밌었는데, 영화제를 가니까 조금 겁이 났다. 그래도 영화제는 영화를 즐기는 마니아들이라 조금 괜찮았다. 그런데 이번 일반 개봉은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부담이 상당히 크다. 한두 개의 악플만 봐도 가슴에 꽂힌다.

6. 앞으로의 계획은?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영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영화를 즐기게 하는 것이다. 가령 환갑잔치 때 자식들이 아버지를 위해 영화를 만들 수도 있지 않나? 영화 교육 전문가가 되고 싶다. 두 번째는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천에 정말 재미있고 제대로 운영하는 독립영화 전용관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본보기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