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음악은 악樂, 가歌, 무舞 일체의 공연이라고 일컬어진다. 단순한 소리로 감상하는 음악이 아닌, 소리와 노래와 춤이 사람의 호흡과 공간과 시간 속에서 어우러지는 공감각적인 공감의 음악이다. 당연히 시대를 노래했던 다양한 삶의 문화가 전통음악에 녹아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전통음악은 ‘국악’이라고 불리면서 ‘소리’에 방점을 두어 ‘한국의 옛 음악이니 들어봐야 한다’는 당위의 논리와 ‘좀 재미없고 지루한 음악’으로 인식되어온 시절도 있었다.

전통사회에서 연행되던 전통예술은 1900년대 초반, 서구식 극장과 신극, 신문물 등의 유입으로 점차 무대양식화된 음악으로 변모되었다. 과거 마당에서 연주되고 공연되거나 선비들이 풍류방에서 즐기던 음악이 대중공간인 극장에 서게 되면서 전통공연은 큰 변화를 갖게 된다. 그 중 한 가지는 바로 관객을 고려하는 공연으로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선비들이 수양의 도구로 삼은 풍류음악이나 마을의 안녕을 위해 공연되던 풍물굿 등이 이제는 무대에서 관객을 맞이하게 되면서, 공연의 양식도 무대에서 연주가 가능하도록 조정의 과정을 겪고 특히, 무대공연에 적합한 공연과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공연이 선택되었다.

공연장이라는 공연무대가 형성되면서 생산자 중심의 공연문화가 수용자 중심의 공연문화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후 민족문화를 말살하려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전통에 대한 관심을 기울일 여력을 잃고, 전통연주자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과정을 겪어왔다. 60년대 이후로 학교교육에서 국악을 수용하고, 무형문화재 지정 등 전통음악 전승에 힘을 싣고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면서 국악에 대한 관심이 새로워졌다. 특히 80년대부터 대중과 함께하고자 하는 국악의 변화 모습이 포착되고 90년대 들어 퓨전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어필하는 음악이 부각된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전통음악은 전통음악대로 다양한 무대공간과 내실 있는 공연으로 관객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고, 창작음악은 완성도 높은 음악뿐 아니라 대중적 음악, 세계에서 초청받는 월드뮤직도 양산해내고 있다.

이제 연주자의 창의적인 작품과 관객의 수준 높은 눈높이에 맞는 공연만이 살아남는 문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전통음악의 다양한 부침의 과정과 발전과정에서도 일반 관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전통음악의 장르는 바로, 사물놀이로 인식되는 풍물공연의 영역이다. 농사일을 거드는 농악과 마을의 화합과 안녕을 다지는 풍물굿에서 발전해, 풍물의 좋은 가락을 뽑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물놀이는 이제 세계인에게도 사랑받는 고유명사 ‘사물놀이’로 정착됐다. 1970년대 말에 탄생한 사물놀이는 지금도 40년이 넘게 사랑받고 있으나 관객은 더 새로운 무언가를 끊임없이 원하고 있다. 이 와중에 ‘난타’로 상징되는 타악퍼포먼스는 대중과 세계에 드러낼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난타의 공연양식이 진정 한국적인가?’라는 일부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일반 관객은 난타류의 타악퍼포먼스를 한국 전통음악의 새로운 창작품으로 인식하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최근 타악퍼포먼스에 힙합, 재즈, 태권도, 마임, 연희 퍼포먼스가 더해져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더욱 많이 만들어지면서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울소리의 ‘엎어 쑈’는 타악 퍼포먼스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많은 공연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전통 대고 연주와 모듬북 연주, 마샬아츠, 설장고와 드럼 합주 등을 선보였고, 여기에 검무와 재즈 연주 등을 더했다. 특히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물통 연주, 투명 모듬북을 치면 북 속의 흰 볼이 튀는 드럼 등 볼거리가 풍성한 공연을 보여주었다. 아마 근래 공연되는 타악퍼포먼스 공연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종류의 타악 연주 프로그램을 보인 것으로 생각된다.

어린 학생과 학생을 대동하고 온 부모들이 함께 앉아 즐겁게 호응하는 모습은 한울소리의 <엎어 쑈>가 대중적으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충분히 제공한 공연이었음을 반증한다.

하지만 공연 내내 무언가 작은 아쉬움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의 풍물굿은 농사일을 함께 격려하거나, 마을의 안녕을 위해서 다양한 의식 절차와 즐거운 연희가 함께 하는 내재적인 의미와 원리를 갖추고 있고, 대중화의 포석이 된 사물놀이와 난타도 한국적 음악장르의 재구성, 혹은 한국적 장단을 바탕으로 대화는 없지만 스토리를 가진 퍼포먼스로 소리 이상의 감동을 전하는 장르로 사랑받아 왔다.

한울소리의 <엎어 쑈>는 일반관객의 즉흥적인 즐거움을 주기에 무리가 없었으나, 각 프로그램 간의 유기적인 연결고리가 없어 단편적이고 나열식의 프로그램으로 긴장과 이완을 통한 감동을 주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이번 <엎어 쑈-Upper Show season2>가 전통과 현대, 한국의 장단과 춤에 현대적인 다양한 연주와 퍼포먼스를 섞었다면 이어질 시즌 3은 제목에 붙인 Upper의 의미 그대로 시즌 2 이상의 무언가를 더 섞어주길 기대해본다. 소위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이 단순히 줄거리를 정하고 공연프로그램에 소제목을 붙인 것이 아닌, 공연의 장르와 양식이 관객과 교감할 수 있는 콘텐츠의 새로운 구성이라는 측면을 숙고하는 것이라면, 다양한 퍼포먼스를 가지고 있는 한울소리의 쇼는 대중에게 즐거움뿐 아니라 감동까지 전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