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변 조선족 처녀 ‘국화’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열아홉 순정>이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한국인들에게는 그저 재미로 보는 일일연속극에 불과했겠지만, 조선족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 드라마 속 조선족 이야기는 비현실적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연변 처녀는 순진하고 촌스럽기 그지없다. 이런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작가에게 한마디 묻고 싶어진다. “연변에 가 보셨습니까?” 가보고도 이런 작품을 쓴 걸까? 조선족 주인공들은 왜 불쌍한 존재들이어야만 하는가. 

연변에도 물론 국화 같은 인물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각계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며 살아가는 각개각층의 여성들도 있다. 때문에 많고 많은 캐릭터 중에서 가련하기 이를 데 없는 캐릭터만을 골라 세우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 불쾌감이 일기도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연변 사람들은 누구보다 유행에 민감한 편이다. 빠른 속도로 변모하는 중국만큼이나 연변 사람들도 한국 문화와 유행에 민감하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드라마들 때문에 조선족들은 한국인들에게 촌스럽고 가련한 형상으로 낙인 찍혀왔다. 사실은 작가가 시청자들의 입맛을 고려해 현실을 과장하고 왜곡한 것에 지나지 않는데도 말이다.

국화는 끊임없이 사투리를 구사한다. 그러나 국화의 사투리는 연변 사투리가 아니라 평양 사투리다. 시청자들은 조선족 처녀인 국화가 구사하고 있으니 그 말이 당연히 연변 사투리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영화 <댄서의 순정>의 문근영은 연변 사투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대를 알고부터>의 최진실, <열아홉 순정>의 구혜선은 연변 사투리가 아닌 평양 사투리를 쓰면서 연변 처녀로 등장하고 있다. 작가나 배우 모두가 조선족에 대한 기본적 이해나 취재를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나는 5년째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인들로부터 받은 질문이 생생하다. “아가씨도 강성범처럼 그런 말투로 말합니까?” 강성범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연변 사투리를 흉내 내어 관객들을 웃기고 있다는 것은 이미 연변에 있을 때부터 위성 방송을 통해 알고 있었다. 어눌한 말투로 연변 말을 비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으로 인해 많은 한국인들에게 연변 말이 우스운 말로 기억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리고 우려는 지금 TV를 통해 현실이 되고 있다.

신속성과 정확성을 갖추어야 할 방송이 다른 문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특정 정보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현지에 직접 가 본 사람들은 드라마의 영향을 덜 받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드라마의 영향으로 조선족들에게 선입견을 갖게 될지 모른다. 반대로 한국 출신 이주자 캐릭터들이 서양 TV 드라마에 그런 식으로 비쳐지면서 외국인들로부터 “한국인들은 다 그렇게 사느냐”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면 한국인들은 어떤 기분일까? 물론 드라마의 내용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 한국에 온 조선족들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인이 꺼려하는 서비스 업종이나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 사는 조선족 동포 200만 가운데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나온 조선족은 극히 일부이다. 게다가 한국에 체류 중인 조선족 중에는 한국의 선진 문화와 기술을 배우러 온 유학생들도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현실과 달리 드라마가 조선족 전체를 가련한 형상으로 그리면서 동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믿음이 이러한 드라마의 부작용을 극복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언젠가 한국 드라마에도 ‘진짜’ 조선족 주인공이 등장하길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