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종적(hybrid)
생산물로서의 ‘한류’
음악의 혼종성을 말하기 위해, 먼저 ‘일식한류’라는 단어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2004년 나는 일본과 한국, 홍콩 연구자들과 함께 『일식한류』를 출판했다. 제목으로 사용한 ‘일식한류’라는 말은 내 책의 저자 중 하나이자 나의 학생이기도 한 이지민 씨와 토론 끝에 만들어낸 조어였다. 우리는 일본에서의 ‘한류’를 사고하기 위한 어떤 좋은 단어가 없을까 고민했다. ‘일식한류’는 우선은 일본에서의 한류 붐을 뜻하지만 그 외에도 몇 가지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동북아시아 전역에 퍼져 있는 한류도 사실은 지역이나 세대에 따라 다르게 수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류는 지역마다 다른 의미를 부여받으며, 어떤 면에서 보면 소비의 과정에서 새롭게 재생산된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생산과 소비를 분리하여 생산은 능동적이고 소비는 수동적이라 분류하지만, 소비에도 복잡한 과정이 있고 여러 가지 의미에서 생산 그 자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계기를 내포한다. 따라서 ‘일식한류’는 일본에서 소비되는 한류뿐 아니라, 일본에서 생산되는 한류의 붐이라는 의미도 포함한다.

두 번째로 말하고 싶은 것은, 한류의 생산 과정 자체가 다양한 경로에서 일본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일식한류』에서 김현미도 말하고 있듯이, 80년대부터 한국에 일본문화가 일정 정도 유통되고 있었다. 특히 제작자 쪽에 이런 경향이 현저했다. <겨울 연가>에도 <캔디 캔디> 같은 일본 만화의 영향이 보인다.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서양 영화나 드라마의 영향도 빠뜨릴 수 없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한국 드라마가 일본의 영향을 받았는지의 여부보다 애시당초 문화라는 것의 본질이 혼종적이라는 점이다. <겨울 연가>가 그렇게까지 초국경적(trans-national)인 생산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작품이 한국적인 동시에 극도로 혼종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일식한류’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이를 테면, ‘일식(日式)’은 ‘일식(日食)’이기도 하여, 일식당, 일식사, 일본 요리를 연상시킨다. 나는 일본인이 한국문화를 먹고 어떻게 소화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고 싶었다. 어쨌든 ‘일식한류’라는 단어를 통해 복수(複數)의 한류, 번역되는 한류, 그리고 혼종적 한류를 생각하고 싶었다.

음악의 혼종성;
일본 대중음악의 기원
그러면 음악에서 혼종성이란 어떤 것일까. 말하자면 일본 대중음악 역시 그 기원부터 혼종적인 것에서 출발했다. 전후 일본 대중음악의 대표적 작곡가로 핫도리 료오이찌(服部良一)와 코가 마사오(古賀政男)라는 작곡가가 있었다(국민영예상을 수상한 작곡가로는 이 두 사람 외에는 요시다 타다시(吉田正)밖에 없다). 흥미로운 것은 이 두 사람모두, 창작 활동에 전쟁 중 구식민지에서 보냈던 젊은 시절의 경험이 다양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점이다.

혼종성이라는 말이 잘 이해되는 쪽은, 한국에서 자란 코가 마사오보다는 상하이에서 활동한 핫도리 료오이찌일 것이다. 1907년생인 핫도리는 다이쇼기(大正期)에 재즈의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전전(戰前)에 그는 콜롬비아 레코드사의 전속 작곡가로서 히트곡을 많이 냈다. 특히 아와야 노리꼬(淡谷のり子, 1907~1999, 일본 샹송계의 선구자-역주)는 핫도리가 작곡한 일본제 블루스인 ‘비의 블루스’를 시작으로 히트곡을 연발하여 <블루스의 여왕>으로 불렸다. 태평양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재즈 활동을 위해 상하이로 건너가 리샹란(李香蘭, 후의 야마구치 요시꼬山口淑子)의 <예라이샹(夜來香)>을 심포닉/재즈로 만든 <예라이샹 환상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전후 귀국한 후에도 재즈와 부기부기를 적극적으로 들여와 일본 전후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다.

지금 핫도리의 음악을 들어보면, 일본 전후 초기의 가요가 상당히 코스모폴리탄적이었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분명 그것은 재즈를 중심으로, 남아시아(싱가포르)에서 동아시아(상하이)를 아우르는 네트워크 속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그의 가사가 담고 있는 음악 지도 안에는 중국과 미국이 또렷하게 그려져 있다.

코가 마사오의 한국 체험은 좀더 복잡하다. 1904년 후쿠오카에서 태어난 코가는 1908년 부친을 잃고 1912년 모친과 함께 인천에 있는 형을 찾아 도한(渡韓)했다. 그때부터 코가는 1923년까지 11년간 한국에서 살게 된다. 일본으로 돌아가서는 고생 끝에 메이지 대학에 입학하여, 만돌린 클럽에 가입하여 활약했다(만돌린을 시작한 것은 서울 선린상고 시절부터이다). 그 후 1931년 콜롬비아사의 전속 작곡가가 되어 <술은 눈물인가 한숨인가> <언덕을 넘어> <그림자를 따라> 등의 히트곡을 연발하여 작곡가로서의 캐리어를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코가의 음악은 ‘코가 멜로디’라 불리며, 일본인의 마음의 노래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음악은 핫도리의 음악만큼 명확하게 외래적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다. 특히 1955년 이후 그는 일본의 독자적 선율에 대한 애착을 담은 ‘엔가(演歌)’ 형성에 공헌했다. 하지만 그의 음악을 잘 들어보면 거기에는 이른바 협의의 의미에서 순수한 일본 내부에서가 아니라 식민지를 한 차례 경유하여 만들어진 일본 음악이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 쿄오 노부꼬(姜信子)는 『일본음악 노트:‘월경’하는 여행자의 노래를 따라』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가 다녔던 식민지 학교에서 일본 창가 위주의 음악교육을 받았던 것은 물론이다. 항간에는 일본인 거리뿐 아니라 한국인 동네에도 신파와 영화를 통해 일본 엔가가 퍼지고 있었다. 또한 모리 아키히데(森彰英)씨가 『엔가의 해협』에서 기한 바에 따르면, 일본인 거리에는 일본에서 건너온 엔가 가수들의 ‘콘지키야샤(金色夜叉)의 노래’, ‘치바의 마음(千葉心中)’, ‘방랑자의 노래’ 등이 곳곳에서 들려왔고, 소년 코가는 엔가 가수에게 악보를 사서 혼자 연주하곤 했다 한다. 타향살이 동안 음악에 경도되었던 소년은 집에서는 의매(義妹)들의 거문고, 샤미센, 치쿠젠비파 등의 악기를 보며 자랐다. 다니던 선린상고에서는 음악 써클을 만들어 하모니카, 명적(明笛), 대정금(大正金), 바이올린에서 시작해 차츰 대중가요, 시긴(詩吟), 도도이쯔(都都逸)까지 그 폭을 넓혀갔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분명 이 목록에 대륙 음악이 들어있진 않지만 일본의 온갖 음악이 기묘한 형태로 혼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식민지가 없었다면 제대로 들을 수 없었을지 모르는 일종의 공상적 ‘일본’음악이다. 그리고 소년 코가는 단편적인 ‘일본’음악을 재구성함으로써 ‘일본의 마음’의 노래를 식민지에 배양했던 것인지 모른다.

이 두 작곡가의 음악과 경력을 상세하게 분석하는 것이 이 글이 주요한 목적은 아니다. 내가 여기서 생각하고 싶은 것은, 일본을 대표하는 두 사람의 대중음악가가 그 활동의 출발점부터 구식민지의 경험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복잡하면서 혼종적인 기원은 ‘엔가’가 일본의 독자적 대중음악의 기원으로 인식되면서 사라지고 만 듯하다. 그러나 우리는 음악의 기원이 늘 혼종적인 것이었다는 점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언더그라운드에서의
개인 네트워크 시대
특히 혼종성이라는 시각에서, 내가 최근 일본과 한국간의 문화교류에 대해 흥미를 갖는 것은 대중음악 특히 젊은이들을 타겟으로 한 클럽뮤직과 댄스뮤직이다. 현재 이 영역에서 동북아시아 전대미문의 광대한 교류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디제이가 도쿄와 홍콩에서 활동하거나 역으로 일본 디제이가 동아시아 도시를 유력하는 경우는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이를테면, 최근 서울에서 인기있는 장르 중 ‘시부야계’라는 음악이 있다. 제일 유명한 것이 그룹 롤러코스터(RollerCoaster)이며, 그 외에도 클래지콰이 프로젝트(Clazziquai Project)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음반회사로는 플럭서스(Fluxus)나 파텔(Patel) 등의 레코드 라벨을 중심으로 한다. 음악을 들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것은 일종의 댄스뮤직으로 매우 아름다운 멜로디에 라틴재즈 풍의 리듬 트랙을 가미한 세련된 음악이다. 영어 가사로 된 것도 많아서 처음 들어서는 한국 그룹인 줄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왜 그들을 ‘시부야계’라고 부르는 것일까. ‘시부야계’란 원래 90년대 중반 일본 도쿄의 시부야에서 유행한 음악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피치카토 파이브(Pizzicato Five)나 플리퍼즈 기타(Flipper’s Guitar), 코넬리어스, 코자와 켄지가 그 대표적인 뮤지션들이다. 젊은이들의 거리 시부야에는 많은 레코드샵이 줄지어 있다. 특히 그곳은 유행을 선도하는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시부야 레코드샵의 히트챠트에는 전국 챠트와는 전혀 다른 뮤지션들이 소개되기 때문에, 그들을 총칭하여 ‘시부야계’라 불렀던 것이다.

‘시부야계’ 음악의 특징은 서양음악과 국내음악을 자연스럽게 믹스한 점이다. 시부야계의 뮤지션들은 최첨단 세계의 음악 신(scene)에 정통해 있으며, 그런 최첨단 음악의 에센스를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의 음악 안으로 들여와 독창적인 음악을 만들었다. 시부야계와 제이팝(J-pop)의 등장과 관련하여 중요한 특징이 있다. 그전까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서양음악과 일본음악이 확실하게 나뉘어 있었다면, 시부야계가 등장하면서 그러한 구분이 의미를 잃게 된 것이다. 시부야계 뮤지션들은 시부야 음악이 세계적으로도 가장 재미있다고 자부한다. 그런 점에서 시부야계 음악은 철저하게 지방적(local)임으로써 글로벌한 것이 되고자 하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한국에서 음악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인터뷰 조사에 따르면, 당시 일본 대중음악 수입이 금지된 상황에서도 그들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일본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일반적인 한국인이 듣고 있던 엑스재팬(X-Japan) 같은 비쥬얼계와는 전혀 다른 음악을 듣고 있었던 것 같다. 시부야계는 그러한 음악업계 관계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음악중 하나였다. 그들은 그것을 명동의 ‘브라더’라는 레코드샵이나 일본으로 여행 가는 사람들을 통해 입수했다고 한다. 당시 20세였던 젊은이들이 현재 프로듀서급이 되어, 일본 시부야계 음악을 참고하면서 서울만의 독자적 시부야계 사운드를 만들고 있다.

재미있게도, 그러한 서울 뮤시션들이 이제 실제로 도쿄의 시부야계 뮤지션과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레코드를 만들거나 클럽 투어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롤러코스터는 피치카토 파이브의 중심인물인 코니시가 직접 믹스한 씨디를 냈다. 일본의 인기 힙합 그룹인 엠플로(m-flo)의 버발(Verbal)도 클래지콰이 프로젝트의 엘범에 믹스 형태로 참가했다.

그러한 뮤지션들이 전형적인 한국인 혹은 일본인이 아니라, 글로벌한 시대에 부응하는 코스모폴리탄적 존재라는 점 또한 흥미로운 특징으로서 지적해 두고 싶다. 예를 들어 클래지콰이 프로젝트의 중심인물인 DJ 클래지콰이는 원래 캐나다 거주자였고, 다른 멤버 중 두 사람인 알렉스와 크리스티나 역시 캐나다에 살고 있다. 보컬인 호란만이 서울에 산다. 처음 데뷔하게 된 계기는 클래지콰이가 인터넷에 올린 악곡이 구전되면서 화제가 된 것이라 하니, 바로 디지털 시대 글로벌화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클래지콰이 프로젝트와 협연한 버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엠플로는 일본에서도 꽤 인기 있는 힙합그룹인데, 버발은 자신이 재일코리언임을 공언하고 있고 정치적인 발언도 여러 차례 하고 있다. 그러면서 또 버발은 일본 국제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에서 유학한 인물이다. 엠플로의 전 보컬이었던 리사가 일본인과 콜롬비아인 사이의 혼혈이었다는 점까지 함께 고려하면, 엠플로는 성립 당시 출발부터가 매우 초국적(trans-national)인 그룹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시대에 한국과 일본의 뮤지션들이 협동하여 어떠한 나라로도 환원되지 않는 혼종적인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이 현재 클럽음악의 장면이다. 물론 그들의 코스모폴리타니즘은 특권적인 중상류층의 감성을 대변하며, 그런 것이 비판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다른 한편에서 그러한 새로운 세대가 국경이라는 벽을 거뜬히 넘어, 공통의 취미와 음악을 통해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고 있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마치며

한류 이전에 일본에서 유명했던 한국 가수로 조용필과 계연숙 두 사람이 있다(그 외에 이박사가 일부 매니아들에게 광적으로 수용된 적도 있었다). 특히 조용필은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로서 ‘돌아와요 부산항에’라는 히트곡을 남겼다.

한국에 와서 놀랐던 것 중 하나는, 일본에서는 엔가 가수로만 알려져 있는 조용필이 한국에서는 폭넓은 장르를 커버하는 대중가수라는 점, 록과 소울, 디스코까지 섭렵한 국민적 가수라는 점이다. 후에 알게 된 것인데, 조용필은 일본에서도 다양한 장르에 진출하고자 했지만 상업적으로 잘 되지 않아 엔가 가수의 이미지만 남기게 되었다 한다. 이런 예는 일본에서의 스테레오타입한 한국 이미지를 생각하는 데 중요하다.

과거 일본에서는 ‘한국적인 음악’을 엔가와 연결시켜 생각해 왔다. 그것은 엔가를 ‘일본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한편의 이미지에서 보자면 기묘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또다른 면에서 그런 말은 사실일 수 있다. 일본은 한국, 조선반도에 자신의 과거를 투영하여 노스탤지어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일본에는 이제 사라져버린 ‘무언가’가 지금까지 잔존하고 있는 장소로서의 조선반도를, 그들은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러한 노스탤지어는 한국에 대한 편견과 표리관계에 있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엔가라는 것이 애시당초 혼종적이고 초국적인 존재로서 출발한 것이라 할 때, 우리는 조용필을 기점으로 삼아 복잡한 폭을 지닌 또 하나의 음악사를 쓸 수 있지 않을까. 그 음악사는 일본 대중음악사나 한국 대중음악사처럼 ‘국가’에 의해 경계지워지지 않는다. 그것은 초국경적인 대중음악의 역사이다. 애당초 대중음악이라는 것이 초국경적인 것 아닌가.

한류가 만약 한국이라는 국적과 민족에 의해 본질화되는 문화운동이라면, 나는 그다지 흥미가 없다. 내가 흥미있게 보는 것은 세계 속에 퍼져 있는 한국인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하면서 새로운 ‘코리안적인 것’을 창조해가는 과정이다. 이를 테면, 일본이라는 장소에서 자이니찌(在日) 코리안들이 만드는 문화를 새로운 한류로 볼 수는 없을까. 일본의 자이니찌코리안은 문학과 음악, 영화와 시 분야에서 풍부하고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해 왔다. 그것은 일본에 위치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코리안적인 것’을 남기는 혼종적 문화이다. 그러한 코리안 이산(diaspora)의 문화는 지금 일본에서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보인다. 그런 문화가 연결되어 일국 중심이 아닌 한류가 앞으로 형성될 수 있다면, 나는 꼭 그것에 응원을 보낼 것이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간여하고 싶다.

일본에서 인기있는 가수로 와다 아끼꼬(和田アキコ)라는 여성 싱어가 있다. 거대한 체격을 살린 본격 소울싱어로서, ‘일본제 리듬 앤 블루스의 여왕’이 데뷔 당시 그녀의 캐치카피였다. 히트곡도 수 차례 NHK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戰)에 상연되었다. 작년에 그녀는 어느 주간지를 통해 재일코리안으로 커밍아웃했다. 그것은 역으로 지금까지 그런 사실을 공언할 수 없었던 상황을 통해, 일본 사회에 아직도 차별이 뿌리 깊게 남아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TV 연예인으로 인기가 높았던 와다 아끼꼬였지만, 가수로서는 최근까지 히트곡을 내지 못했었다. 그런 와다 아끼꼬를 일본의 소울싱어의 선구자로서 존경했던 엠플로는, (역시) 작년 커밍아웃과 함께 ‘m-flo loves Akiko Wada’라는 이름으로 그녀와 공동음반을 내 오랜만에 크게 히트했다. 엠플로와 같은 어린 세대와의 교류가 그녀의 커밍아웃에 영향을 주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런 사실관계 이상으로 흥미로운 것은, 역시 초국경적 네트워크가 블랙뮤직(Black Music)을 매개로 하여 세대를 뛰어넘은(trans-generational) 유대를 만들어 내는 상황이다. 이런 음악은 국경과 정치를 쉽게 넘나든다. 그런 실천의 힘에 기대하고 싶다. 그리고 혼종성(hybridity)은 국적과 민족으로 회수되지 않기 때문에 문화를 형성하는 열쇠가 된다고 생각한다.(번역_ 백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