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가 블록버스터의 마스코트가 되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북적거리는 인파를 좌우로 하고 요란한 팡파레 소리와 예쁘기만 한 광고문구로 주변을 들썩거리게 하면서, 무엇보다 자신을 마치 예술계의 빌 게이츠라도 되는 듯 소개하는 민망한 환영사들과 오로지 이익만을 앞세우는 검은 영혼들의 계산방식과 성공의 열망에 의해, 그리고 격식을 갖춘 요란한 행사와 광고와 영화, 문학 등 문화 다방면에 두루 영향을 미쳐왔다는 식의 화려한 이력서를 손에 쥐고 나타났다.

 미디어는 특히 거대한 규모의 사건을 대할 때면 언제나 그렇듯, 약간의 카페인을 복용한 상태가 되어, 여지없이 중심을 놓치면서 변죽을 울려댄다. 이를테면 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스미스 요원이 마그리트의 세계에 종종 등장하는 검은 중절모를 쓴 신사의 이미지로부터 유래했으며,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速雄)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도 마그리트의 회화에 신세진 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미디어 담론들이 거의 노골적으로, 그러나 궁극적으로 지지, 유포, 확산시키는 ‘정신’은 훌륭한 예술은 언제나 산업도 되고 돈도 될 수 있으며, 따라서 그런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은 훌륭한 것일 수 없다는 낯뜨거운 도식이다. 미학과 시장의 혼혈주의적, 창작과 광고의 신자유주의적 야합이며, 정신과 생식기가 더욱 긴밀하게 붙어 있으면 좋겠다는 기형적인 유전자적 결합에 대한 염원 같은 것이다. 

 전시의 흥을 돋우는 차원에서 채택된 한 탁월한 방식이 또 이런 기조 위에서 발상되었다. 그것은 <매트릭스> 같은 헐리우드 영화에 차용되었고 모 백화점이 저작권료만 1억원을 지불하면서 공사현장을 가리는 장막에 프린트했었던 마그리트의 <골콘드> 이미지를 이번에는 비보이 그룹의 퍼포먼스에 적용한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만나야만 하는 마그리트의 세계를 생각할 때, 이 야심찬 접골술이야말로 진정으로 해체적인 풍경이자 리얼리티의 심대한 재난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극도로 소음을 기피하는 마그리트의 세계를 보라. 심지어 하얀 증기기둥을 만들며 달리는 기관차조차 엔진의 굉음이 아니라 침묵의 세계로 안내하는 그런 세계가 아니던가? 이 명상의 예민한 세계에서 동작은 극도로 억제된다. 역동적인 종류의 것은 더욱 그러하다. 사물은 최소한으로 작거나 가볍고 투명한 것들로서 물성의 반대쪽을 지향한다. 중력은 자주 작동하지 않는 듯하고, 때론 대기의 밀도조차 희박해 보인다. 마그리트의 세계는 어떤 명상적 지평, 영적인 지향을 보이는 정적주의에 감싸여 있다.

 반면, 비보이 세계의 내력에선 흑인 슬렘문화, 엠싱(Msing) 힙합음악의 구성요소 중 하나로 랩으로 노래하기를 뜻함, 그래피티(graffiti), DJ 같은 것들이 눈에 띤다. 이들에게 유력한 자산은 육체와 그 격한 움직임이다. 정신적 저변은 소외감과 항변이다. 거리, 떠들썩한 분위기, 분방하고 펑키한 리듬, 상징적인 일탈 같은 것이다. 마그리트와 비보이의 두 세계 사이에는 쉽게 봉합될 수 없는 깊은 차이의 계곡이 존재한다. 결국 이 두 세계의 결합 역시 충돌과 상쇄를 통해 리얼리티를 산화시켜버리는 해체의 식상한 문법의 연장선상이다.

  블록버스터화된 <마그리트>전이 진정으로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은 마그리트가 아니다. 전시 자체를 장악하고 있는 힘은 나지막한 속삭임으로 다가오는 마그리트의 정신과 영혼이 아니다. 그것은 흥행을 중심으로 한, 예술과 문화를 알리바이로 삼은 문화기술관료들의 야망에 찬 사업과 분주함과 계산이다. 사람들은 산업적 욕망이 투사되어 변색된, 히죽거리고 몹시 바쁜 척하며 거리에서 외치다 목이 쉬어버린 기형적이고 낯선 마그리트를 만난다. 이 실로 정신분열적인 소통에 의해 정작 마그리트의 작고 예민한 세계는 흠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전시를 다녀온 한 관객은 북적거리는 인파 속에서 쫓기듯 만난 마그리트를 ‘맛없는 치즈 케이크’에 비유한다. 나 같으면 치즈케이크보단 얇은 팬케익이 먼저 떠오를 것 같긴 하지만, 그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대체 그 조용하고 사색적인 바다를 그토록 쫓기듯 좌충우돌하면서 허우적거리듯 항해해야 했을 테니 말이다. 이야말로 마그리트와 그 세계에 대한 가장 탁월한 몰이해요, 몰소통의 광경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