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인천 지역 언론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필자는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인천일보>에서 『바른 기사 좋은 신문』(2006)이란 스타일북을 출간한 것이다. 지역 언론의 열악한 현실 속에서 이런 책의 출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비록 필자가 학교에서 쓰는 전문교재보다 아쉬운 점들도 많았지만 4장 「인천일보 표기준칙」이나 부록을 통해 지역적 특성을 잘 제시한 중국 관련 표기, 자체 편집규약 등 현실적이고 차별화된 부분은 바로 지역 언론이 지향해야 할 바를 잘 제시하고 있었다. 덕분에 필자는 최근 급변하는 언론환경 속에서 그간 지역 언론이 갖고 있었던 문제점과 그 해결방안을 인천 지역을 토대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부문들이 수도권,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발달해 왔기 때문에 지역 사회조차 서울에서 일어나는 뉴스나 정보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중앙 집중 구조에서 지역 문화의 올바른 정착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지역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기도 어려운 조건이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인천 지역은 이러한 문제들을 태생적으로 안고 있다. 인천은 지역 정체성의 위기가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심각했다. 수도권에 속해 있어 서울의 주변부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지역신문의 구독률 저하로 이어진다.

2005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26.2%), 대구(18.0%) 등 비슷한 규모의 다른 광역시보다 인천 지역 일간지 구독률(2.3%)이 현저하게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 지역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자기 지역 소식에 대해 잘 모를 수밖에 없다(위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인천지역의 경우 ‘별로 또는 전혀 모른다’고 대답한 사람이 76.2%로 가장 높았으며, 전체 평균 65.6%보다도 높았다). 결국 인천 지역 언론들은 지역 주민들의 무관심과 구독률 저하로 뉴스의 질적 측면을 담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광고시장의 열악함으로 인해 경영의 악순환에까지 시달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역 언론이 새롭게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선 차별화가 필요하다. 인천은 규모에 비해 지역 언론사들이 난립하는 시장 상황은 아니다. 또한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이 탄력을 받아 독자 및 광고시장의 확대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경우 실리콘 밸리의 지역 언론인 <샌호세 머큐리(San Jose  Mercury News)>지는 지역적 차별화를 최대한 이용한 성공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지역 발전은 지역 언론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지역 언론의 존재 가치를 주민들에게 부각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에게 지역 언론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시적인 활동을 만들어낼 필요도 있다. 예를 들면, 최근 전국적으로 신문을 활용한 교육이 새로운 대안 교육 모델로 각광받는 중이다. 지역 언론도 이런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언론사 자체적으로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열어도 좋고, 지역 대학이나 문화단체 등과 협력해 언론사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도 좋다. 동시에 이는 미래의 독자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활성화시키자는 것이다. 지역 언론들이 가장 신경 써야 할 일 중 하나는 과연 지역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역 언론사가 정기적으로 독자 조사를 실시하기는 쉽지 않다. 그 대안으로 지역 주민을 언론활동에 참여시키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시민편집위원회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독자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지면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활동은 결국 지역 문제에 소외된 인천 지역 주민의 관심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최근 UCC 등 웹 2. 0 환경의 참여와 공유 철학이 새로운 문화적 코드로 등장하고 있다. 물론 지역 언론이 동영상 UCC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최소한 독자들에게 인터넷을 통한 참여 공간은 열어줄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동영상 UCC 포털사이트와 제휴를 맺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역민들은 다양한 지역 관련 동영상을 올리고 공유할 수 있으며, 이런 풍토가 정착이 될 경우 지역 문제에 대한 시민 제보도 자연스럽게 활발해질 수 있다. 텍스트 형식은 물론이고 동영상의 형태로까지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지역 주민을 적극적으로 언론활동에 참여시키는 시도는 1990년대 초반 이미 미국에서 시작된 ‘시민 저널리즘’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신뢰를 이끌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전국지와 지역지는 나름대로의 역할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지역 언론들은 중앙 언론들을 어설프게 모방하려는 경향을 보여왔다. 물론 전국지에도 지역면이 있지만, 지역에 밀착된 더욱 심층적인 뉴스는 지역 언론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다. 중앙 언론의 장단에 맞춰 정치적 혼탁에 휩쓸리기보다는 주체적인 편집 방향을 설정하고 역량에 맞는 차별화된 편집 정책을 펼치는 것이 낫다. 인천은 동북아 허브도시를 표방하며 다시 한 번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인천 시민들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지역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인천 지역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