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창간호에서 활기를 느꼈다. 특집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주요 문화현상에 대한 리뷰들을 병렬적으로 싣는 잡지 방식이야 이제 막 기차에서 내린 사람 하나 붙들고 진득이 앉아 긴긴 사연 들어보는 재미를 주지 못했지만,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출발해 문화론까지 담아내는 폭넓은 시야만큼은 〈플랫폼〉의 지향점을 살리기에 충분했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이 갔던 글은 만국공원(현 자유공원) 복원에 대한 윤세진씨의 글이었다. 자유공원의 맥아더 동상을 둘러싼 갈등이 여러 번 조명된 데다, 인천에서 살아온 내게는 그곳이 말 그대로 ‘기억 속에 체화된’ 장소였기 때문이다. 만국공원 복원이 또 하나의 관광특구를 만들려는 계획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우려와, 복원 기점인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가 제국주의 침략이 시작된 시기이지 않느냐는 필자의 지적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갔음에도, 자유공원과 청계천을 비교하며 차라리 부자유한 자유공원으로 남아 있으라는‘따끔한’ 충고에는 동의할 수가 없었다.

우선 “공적인 기억이 개인들의 사적인 기억을 뒤덮고 있다”는 전제부터 문제다. 자유공원을 둘러싼 갈등은 ‘공적’걾?瑛形?기억의 대립에서 어느 하나가 우위이기 때문이 아니다. 사실 그 두 기억의 우열을 따지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은가. 그러나 필자는 문제의 출발을 공적겭瑛?기억의 대립으로 본 탓에, 인공성에 대한 과도한 경계를 보이고 만다.

지금 자유공원이 냉전의 상처로 얼룩진 ‘부자유’한 공원임에 틀림없다면, 이를 바꾸어보려는 노력을 초라한 관광주의로 매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논의가 생산적으로 되려면 이 한국 최초의 근대공원을 허울뿐인 ‘자유’에서 ‘어떻게’ 해방시켜 거듭나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편이 옳다. 하지만 ‘인천’하면 인천공항밖에 생각나지 않는 필자이기 때문인지, 논의는 ‘냉전시대’보다 ‘제국주의 시대’가 과연 나은가 하는 쪽으로 흘러간다.

만국공원 복원의 참뜻은 필자가 “이미 사라진 공간을 ‘복원’함으로써 공간에 새로운 기억을 부여하려는 기획”으로 단정할 만큼 단순치 않다.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에게야 청계천 복원과 관광코스 개발 논리 등이 자동으로 떠오르겠지만, 복원의 본질이 근대 건축물 몇 채를 새로 지어 상업이익을 노리자는 얄팍한 수준이 아닌 바에야 “차라리 부자유한 자유공원으로 남아 있기를, 그러다 점점 잊히기를” 바란다는 야박한 맺음말은 무성의의 소산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덧붙여 복원을 둘러싼 다양한 스펙트럼을 고려하지 않은―심지어 이 문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고백까지 담긴― 글을 게재한 〈플랫폼〉 편집진에게도 책임을 묻고 싶다. 잡지에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낸다는 것은 날것 그대로의 글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과는 또 달라야 한다. 〈플랫폼〉의 활력이 소란이 아닌, 재단의 모토처럼 ‘유쾌한 소통, 아름다운 연대’를 모색하는 축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