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2006년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했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www.youtube.com), 1인 미디어 마이 스페이스(www. myspace.com) 등은 UCC가 작금의 화두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재미있는 것은 2004년 웹스터 사전 인터넷 사이트 검색 1위가 개인 미디어인 블로그(blog)였다는 점이다. 2년 전 개인이 자신의 미디어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 흥분한 사람들이 이제 그 미디어에 자신이 직접 만든 콘텐츠를 채워넣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UCC를 이용자 생산 콘텐츠라고 정의하면 이게 뭔지 궁금할 것도 없다. 아마추어들이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올린 콘텐츠라고 말해도 틀린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제작했던 미디어 콘텐츠를 보통사람들도 만들 수 있고, 또 유통시킬 수 있다는 점이 기존의 패러다임을 해체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UCC는 순식간에 새로운 문화로 추앙되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우려한 대로 얼마 되지 않아 음란, 퇴폐, 저질로 손가락질 받고 있다. UCC를 단순히 이용자 생산 동영상 콘텐츠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UCC가 사회문화적 의미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한때의 유행으로, 또는 포털 사이트(portal site)의 상술로 전락하고 말 수 있는 것이다.

미디어 패러다임의 변천
UCC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이해하려면 미디어가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의 변천사를 세 가지로 나누어보면 그 첫 번째는 기존의 아날로그 미디어들이 시장을 지배했던 방식이다. 이를 방송모델(broadcasting model)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하나의 미디어가 불특정 다수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때 정보공급 미디어의 정보생산 원칙은 ‘내가 알아서 네가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 보여준다’는 것이다. 수용자들은 그저 주는 대로 받아보기만 하는 수동적 소비자에 불과하다. 얼핏 수용자들은 공짜로 미디어 정보를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디어는 간접적으로 정보이용의 대가를 거둬간다. 더 많은 수의 수용자를 모아 거대 광고주에게 팔아넘기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방송모델이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방적 정보공급에 쌍방향적 요소가 도입되면서 쌍방향 모델(interactive model)이 등장했다. 정보제공자는 하나이고 수용자는 여럿인 1:n의 원칙이 여전하지만 정보생산의 원칙이 ‘내가 너한테 준 정보에 대해 너의 생각을 말해다오’로 바뀌는 것이다. 기사에 댓글을 달아달라고 부탁하는 언론사 사이트가 대표적인 예다. 이용자들이 미디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는 했지만 내용은 기사에 대한 것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른바 웹 1.0 패러다임으로, 이 패러다임에서 수용자들은 수동성을 벗어나기 어렵다. 거대 광고주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그 옆에서 소규모의 타켓(target) 광고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세 번째는 웹 2.0 패러다임에 의한 소셜미디어 모델(social media model)이다. 정보공급자도 다수이고 정보수용자도 다수인 n:n의 커뮤니케이션 구조가 형성되는데, 이때 정보생산의 원칙은 ‘우리 서로 같이 이야기하자’이다. 한쪽에는 수동적 소비자로서의 수용자들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동시에 정보를 생산하는 프로슈머(prosumer)들이 새로운 정보공급자로 등장한다. UCC가 대표적인 정보생산 양식이면, 광고시장에서는 더 이상 거대 광고주들을 찾아보기 어렵고 소규모의 타겟 광고주들이 그 자리에 들어선다.

UCC의 사회문화적 의미
이런 미디어 패러다임의 변천을 놓고 보면 UCC의 사회적 의미는 웹 2.0 기반의 소셜미디어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비로소 사회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UCC는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개인의 창의적 표현을 가능하게 해주는 개인 자율성의 확장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운반해주는 인터넷의 네트워크 형성이다. 개념적으로만 본다면 UCC는 네트워크가 없더라도 생산이 가능하지만, 이것이 실질적 의미를 가지려면 분배와 소비, 확산을 책임져주는 네트워크가 없으면 안 된다. 이런 점에서 개인의 창의성 또는 개인의 자율성을 UCC의 원재료라고 한다면 인터넷 네트워크는 그 유통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다 UCC를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이해하고자 한다면 공론장이라는 개념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UCC는 미디어현상의 하나이고, 공론장은 미디어의 사회적 의미를 논하는 데 유용한 분석틀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다시 인터넷의 역사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인터넷의 사회적 의미는 두 가지의 비판적 논의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인터넷 초기에서부터 2000년대 이전까지 인터넷은 새로운 공론장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근거는 인터넷을 통한 자기표현의 가능성이었다. 신문이나 방송처럼 거대한 자본이 필요하고, 국가의 규제정책에 의한 제도적 분배장치를 거치지 않으면 미디어를 소유할 수 없던 시절을 생각하면, 누구든지 간단하게 자기 홈페이지를 가질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새로운 공론장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던 걸 수 있었다. 문제는 누구나 발언할 수 있지만 그 발언을 모든 사람이 경청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인터넷이 바벨탑에 비유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서로 다른 언어를 통한 발언이니만큼 의사소통은 불가능했고 이는 다시 자기를 이해시키고자 하는 더 많은 발언을 쏟아놓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자기 말하기에만 전념했다. 인터넷의 정보홍수도 이런 결과라 할 수 있지만, 핵심은 다른 사람과의 대화의 중요성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기표현이라는 원자료 생산의 가능성만으로 공론장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바벨탑 시기를 지나면서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터넷 발언대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눈과 귀를 모으는 사이트는 몇몇으로 집약되었다. 기존의 오프라인 브랜드가 온라인에 그대로 옮겨졌음에도 <뉴욕타임즈>는 인터넷 뉴스시장에서도 여전히 명성을 날리고 있다. 또한 블로그가 개인 미디어로 전혀 새로운 판짜기를 가능하게 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와 동시에 ‘A-리스트’라는 명망가 블로그들이 블로그 세계의 지배권을 구축하기도 했다. 오프라인에서 명성이 높은 칼럼니스트의 블로그가 A-리스트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오프라인 공간에서 항상 문제로 지적되었던 목소리의 편중과 미디어 권력의 집중현상이 인터넷 공간에서도 존속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포털사이트들은 이런 집중현상을 상업적 이윤추구를 위한 전술적 도구로 이용한다. 포털사이트뿐만 아니라 기존의 거대 미디어기업들 모두 보통사람들의 발언을 기존의 시장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동원하려고 한다. 인터넷이 기술적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해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본은 그런 가능성을 다른 어떤 사회 시스템보다 빠르고, 또 영악하게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유통경로에 대한 자본과 권력의 노림수가 항상 음험하게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벨탑 논리와 상업적 이용의 가능성은 UCC가 사회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개인의 창의적 표현 자율성은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전제로 해야 하며, 그런 가운데 상업적 이윤추구와 지배질서의 유지겙??도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경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UCC의 사회참여
UCC는 단순한 자기표현을 넘어서서 세상에 대한 자기이해를 드러내는 것이어야 한다. 과학과 이성에 의존한 근대성은 영웅적 인물과 전문가들이 그 주인공이었다. 세상에 대한 판단은 이들의 몫이었고 도전은 용납되지 않았다. 그러나 UCC는 누구나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근대의 영웅들에게 “더 이상 오리지널한 것은 없으며 고정불변의 사실은 없다”고 외친다. 이런 점에서 UCC는 탈중심적 해체를 주장하는 포스트모더니즘(post modernism)이다. 수동적 소비자가 직접 생산자가 되면서 스스로 이용방식을 결정하지만, 이런 것들을 진정으로 의미있게 만드는 것은 자기들끼리의 관계방식을 찾아내 공동체를 만든다는 점이다. 시민이 역동적으로 활동하여 단절된 관계들을 회복해낸다는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영웅과 전문가들에게 내주었던 세상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으려는 노력이 이를 통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주류 미디어의 일방적 담론에 지배받던 개인이 자기정체성을 확인하고 동시에 자기정당성을 얻게 됨으로써 지배담론에 대한 자기해석을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지배질서에 대한 도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개인의 일상생활 속에 숨겨진 모습을 드러내주는 비디오 파일이 UCC의 전부가 아닌 것이다.

이 변화의 골자는 생산참여이다. 개인 동영상 생산은 사생활 노출이라는 개인적 차원에 머물지만, 생산을 통한 참여나 생산에의 참여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개입을 의미한다. 시티즌 저널리즘(citizen jurmalism)이 그것이다. 그런데 참여의 수준에는 차이가 있다. 웹 1.0 패러다임에서처럼 댓글의 수준에서 그치는가 하면,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을 이끌어내며 다양한 시각들을 중재하거나 결론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변화의 선두에 나서는 수준도 있다. 문턱이 낮은 댓글 수준에서 필요한 것은 지극히 단순하다. 별 생각없이 욕설을 늘어놓아도 그만이어서 쉽게 유혹된다. 그러나 제안이나 토론, 행동 등의 높은 참여 수준으로 옮겨가자면 문턱도 높아진다. 책임도 따르고 내용도 정확해야 하며 행동을 위한 물리적 요소도 갖추어야 한다. 이처럼 UCC가 사회적 의미를 드러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일단 문턱을 넘어서면 그 힘은 상상을 넘어선다. ‘유튜브 효과’라는 말이 있다. 블로그가 다양한 논의들의 맥락을 짚어주는 기능을 하는 데 반해 유튜브는 맥락화의 규모와 속도를 극대화한다. 개인이 생산한 콘텐츠가 유튜브나 구글 비디오(video.google.com)를 타고 순식간에 전 지구적 규모로 확산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맥락화의 방식도 다양해진다. 유튜브 사이트에서 ‘Tibet, ProTV, China’를 치면 중국군의 티베트 난민 학살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말경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사실 루마니아의 PROTV라는 한 방송에 나갔던 화면이다. 주류 미디어 내부에서 소외된 담론을 개인이 UCC를 통해 다시 살려내는 식의 새로운 맥락화 방식이 창출된 것이다. 이를 유튜브 저널리즘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틈새시장에서나 존재하는 롱테일(long tail)시장의 중심이 머리에 해당하는 소수의 히트 제품에서 꼬리(tail)에 해당하는 다수의 틈새 제품으로 움직여 가는 현상이 UCC를 통해 가치를 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웹 콘텐츠를 주류 미디어가 다시 방송하는 일은 이제 다반사가 됐다. UCC와 주류 미디어가 마치 메아리를 주고받듯이 공존하면서 미디어 생태계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UCC가 갖는 의미는 콘텐츠 자체에도 있지만 그 유통망인 네트워크를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나 네크워크가 언제나 바른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다. UCC의 또 다른 성공사례를 말하자면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들 수 있다. 네이버(www.naver.com)를 반석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인 ‘지식in’과 같은 집단 UCC는 이용자들이 직접 올린 지적 UCC를 축적해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위키피디아는 이용자들이 갖고 있는 특정 시각을 드러내기보다 이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중화시키는 ‘시각의 중립화(NPOV, neutral point of view)’를 추구한다. 이런 접근방식은 UCC의 가치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 인터넷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고, 사람들 사이의 연결은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시각의 중립화는 사람들 사이의 연결 목적을 거부한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은 너와 나의 차이를 인식해야 가능한데 이들은 그런 차이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에서는 타인의 존재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비판은 이런 이유에서 제기되는 것이다. 이곳에서 개인의 정체성은 전체라는 이름 아래 함몰되고 만다. 위키피디아를 ‘인터넷의 마오이즘’이라고 비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UCC에는 두 가지 갈등적 요소가 공존한다. 하나는 개인의 창의성과 자유 그리고 도전이며 다른 하나는 집단의 기만적 지배의지이다. 잃어버린 자기정체성을 되찾으려는 개인의 욕망과 이런 욕망을 교묘하게 이용하면서 개인을 다시 지워내는 집단의 전술이 UCC의 미래를 어디로 끌고 갈지 아직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UCC가 사회문화적 의미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개인의 정체성은 집단의 상술과 지배논리에 함몰되고 말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