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발견한 YOU?
팀 버너스 리(Tim Berners Lee)가 월드와이드 웹을 최초로 인터넷에 무료 공개한 1991년 이후,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6년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했다. 구매체가 신매체를 인정하는 데 15년이 걸린 셈이다. 구매체는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신매체를 떠받들기 시작한 것일까? 대세가 신매체로 기울자 구매체들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기로 마음먹은 것일까? 혹은 구매체들이 신매체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게 된 것일까? 도대체 UCC 라 불리는 신매체의 정체는 무엇일까?

정보생산과 취사선택
먼저 http://kr.blog.yahoo.com/jhrogue님의 블로그에서 한 대목을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뉴스 그룹의 몰락>
지금 돌이켜볼 때 1990년대 초반은 정말 행복했다. www와 검색엔진이 활성화되기 이전이므로 필요한 자료를 찾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그 반대다. 뉴스 그룹에 들어가서 몇 가지 질문을 공손하게 코드 맞춰 던지면, 당대의 최고전문가들이 자기 시간을 쪼개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직접 주거나, 자료를 찾을 수 있는 사이트 정보인 메타 정보를 알려주었다.

 FTP File Transfer Protocol : 인터넷을 통해 한 컴퓨터에서 다른 컴퓨터로 파일을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만으로 자료를 획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기에도 좀비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인터넷에 접근 가능한 개념없는(?) 일반 사용자와 상업적인 흑심을 품은(지들이 무슨 연필이라고…….) 4가지 없는 인간들이 자발적인 전문가들의 폐쇄 집단인 유즈넷에 대거 진출하면서 완전히 쑥대밭을 만들어버린다. 중재자가 없는 상황에서 말꼬리 잡기에 급급한 플레임 워는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고, 자발적으로 봉사하던 전문가들은 “이렇게 더러운 세상에서 못 살겠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명언을 남긴 채 일제히 잠수해버리고 만다.

자발적으로 양질의 정보를 교환하던 창구 하나가 좀비의 공격에 무력화되는 순간을 지켜보며 가슴이 아팠다.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사실은 웹(web)이 일반화되면서 정보는 늘어났지만 양질의 정보는 오히려 더 찾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양질의 정보가 감소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한정된 공간 내에서 생산겮捻宙풔?양질의 정보들이 무한대로 확장된 공간 속에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는 무수한 저질 정보들로 채워졌다. 블로그는 그런 흐름의 선봉에 서 있으면서 동시에 반대편을 추구하기도 하는 이중적 성격을 띤다.

많은 블로거들이 포스트(post)로 쓰는 방식 중 하나는 바로 ‘스크랩해오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정보들이 수없이 많은 곳에서 똑같이 복제된다. 간혹 약간의 변형을 거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원래 상태 그대로 옮겨지고 있어, 정보의 절대량이 늘어감에 따라 그에 수반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혹자는 그것을 엔트로피(entropy)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정보의 불필요한 양적 확산이 오히려 웹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강룡, 「웹과 엔트로피」<국정브리핑>(2004.7.16)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의 기능 중 흥미로운 것은, 사용자인 블로거에 의해 1차적으로 걸러진 정보로 포스트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즉 블로그는 정보의 정제 작용을 한다. 필터형 블로그(Filters)가 바로 그런 사례다. 정보 복제와 복제 간의 끊임없는 충돌은 서로에게 발전의 계기를 제공할 것이고 UCC 진보의 기틀이 될 것이다.

UCC, User Created Contents? Or User Copied Contents?
기존 매체들에 UCC 사이트들은 다음의 이유 때문에 기존 매체들에게 막연한 공포의 대상이었다.

1) 클릭 수나 트래픽traffic: 어떤 통신장치나 시스템에 걸리는 부하(負荷). 양 등으로 몇 명의 독자들이 그 콘텐츠를 접했는지 정확히 산출할 수 있다.
2) 실시간으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난다.
3) 접근성이 놀라울 만큼 높아졌다.
4) 쉽게 복제하고 옮겨갈 수 있다.
5) 커뮤니티의 형성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매체들은 UCC 사이트를 직접 만들기도 했고, 혹은 UCC의 틀을 제공하는 회사에 귀속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으니 그 이유는 간단했다. 사용자(User)들이 만든 콘텐츠의 질이 그다지 높지 않았던 것이다. 즉흥적이고 간단한 내용의 콘텐츠는 쉽게 물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시간이 지나면서 증명됐다. 콘텐츠를 만드는 틀만 제공하던 UCC 회사들 역시도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이나 사용자를 붙잡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고, 양질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거나 만들 능력이 있는 기업들은 역으로 UCC의 틀을 제공하는 기업들을 매입했다.

그 결과 지금 매우 과도기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동영상 UCC가 대세를 이룬 현재, 콘텐츠 간의 질적 차별성이 너무나 확연해진 것이다. 적어도 정지화상 기반의 콘텐츠가 주를 이루던 때에는 없던 일이다. 가령 집에서 간단한 장비를 이용해 만든 동영상과 자본과 기술을 결합해 만든 동영상은 질적으로 차이가 크다. 그것은 뮤직비디오나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결국 남은 결과는 무엇일까? 동영상 UCC는 결국 복제의 연옥을 헤매게 된다.

그런 점에서 흥미 있는 통계와 논의가 있다. 컴퓨터로 동영상을 제작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컴퓨터 게임 동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게임 동영상의 경우 캐릭터를 쉽게 움직일 수 있으며, 원하는 수준의 영상을 직접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수많은 캐릭터들을 동시에 움직이게 만들 수도 있다. 그 때문에 현재 UCC 중에서 게임 동영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높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아예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게임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6년 8월경 저작권보호센터가 국내 UCC 사이트 여섯 곳의 신규 콘텐츠 각 100건씩을 조사한 결과 자체 제작물은 불과 11.2%에 지나지 않았다. 또 2007년 1월 16일 <이데일리>의 보도에 따르면 동영상 콘텐츠를 등록한 누리꾼 가운데 불과 2.7%만이 자체 제작 UCC를 등록했다는 조사 결과(누리꾼 2,521명을 대상으로 한 DMC 미디어 조사)가 나왔다. 따라서 기존의 콘텐츠 제작 능력을 가지고 있던 매체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능력을 더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나가고 있다. 틀만 가진 자들의 한계는 명확하다. 그 안에 채울 알맹이가 있는가, 없는가? 그리고 UCC의 틀만 가진 업체 대부분이 폭탄처럼 안고 가는 대목, 즉 저작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동영상 시대, UCC는 큰 벽에 부딪쳤다.

UCC는 그래서 어떻게 될까?
왜 하필 UCC였을까?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아무리 빨리 만들어도 소비하는 사람의 속도를 도저히 견뎌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결책은 간단했다. 하얀 빈칸과 놀 수 있는 틀만 제공하면 그 속에 소비와 생산의 속도가 평형을 이루는 순간이 온다. 그러므로 그 속에서 콘텐츠가 자생적으로 생산, 유지될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끊임없는 자기개선이다.

지금 UCC는 진화의 벽에 부딪쳐 있다. 동영상 UCC는 간단히 넘을 수 있는 벽이 아니다. 그렇지만 또 뭔가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과연 UCC는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어쨌든 자신을 표현하며 새로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지속되는 한, UCC의 생명력은 유지될 것이다. 그 다음은 UCC 사용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