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은 참으로 모순의 도시다. 먼저 역사적으로 그렇고 정치적으로도 그러하며, 경제적·문화적으로도 그렇다. 서울도 아닌 것이 서울처럼 행세하기 쉽고, 서울과 가깝기에 인재가 머물기 힘들며, 서울이 아니기에 서울의 오물을 털어내기 용이한 곳이다. 불과 백리. 아침에 떠났다가 저녁에 돌아오기 어렵지 않으며, 그렇기에 적은 소비만 이뤄지며, 높아진 눈을 주체하기 어려워 허세가 깃든다. 예로부터 서울의 해양관문 노릇을 하느라, 사신 지나간 길에 삼년 기근이 든다고, 그 기근을 견뎌 낼 수밖에 없었던 모순의 도시다. 그리고 내 고향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전주에 산다.

이번 인천신세계갤러리에서 백화점 개관 10주년을 맞아 개최한 사진전 <사진 속의 여성展>을 보았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그런 전시였다. 참여한 작가의 면면은 그야말로 세계최고다. 사진의 역사를 왼쪽 눈으로 잠시만 훑어보았더라도 절반은 알 수 있음직한 유명작가들의 ‘여성’들을 모아 전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백화점 내에 있는 갤러리가 생각해냈음직한  기획이다. 특히나 신세계(新世界)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전시는 주최 측이 설정한 제목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사진 속의 여성’들이 전부다. 본래는 서울 신세계에서 본관 리모델링을 기념으로 진행한 전시인데, 이후 몇 군데 소도시로 분배한 것으로 그중 하나가 이번 인천 전시다. 그러니까 인천신세계 측에서 주체적으로 기획한 전시는 아니다.
그렇기는 해도, 이번 전시에서 보이는 사진들의 시각적 긴장도는 매우 뛰어나다. 이는 아마도 참여한 작가들의 개별적 역량이 뛰어난 탓이라 생각한다. 사실 사진을 다루는 작가치고  ‘여성/여자’를 다루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남녀 작가의 구분 없이 말이다. 그것은 추측컨대 여성이라는 절대 약자가 갖는 ‘반동의 신비’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인류의 역사 속에 여성의 위치는 매우 독특하다. 특히 서양정신의 중심인 기독교 교리에서는 여자가 남자의 갈비뼈로부터 생성(?)된 터라, 그 존재 자체가 ‘남성에 종속’적일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중세가 끝나고 근대가 완성되는 19세기말까지는 그랬다. 오죽했으면 20세기 초반에 여성들이 거리에서 담배를 물고 거니는 것으로 자신의 탈종속성을 과시하기 시작했을까? 얼마나 그 종속이 끔찍했으면 말이다. 아마 모르긴 해도, 지금 우리나라 대학캠퍼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번 전시의 몇몇 작가들 역시 여성을 매우 독특한 위치에서 파악하고 있다. 특히, 다이안 아버스(Diane Arbus)의 작업과 토마스 루프(Thomas Ruff)의 작업이 눈에 가득 찬다. 이 두 작가의 사진은 여성을 ‘시각적 소비도구’로 삼기보다는 ‘의미전달목적’으로 삼았다. 다이안 아버스는 잘 알려진 것처럼 1971년에 48세의 나이로 자살한 사진가다. 그녀가 탐구했던 대상들은 1960년대 미국의 가려진 모습이었다. 사회의 전면에 드러난 파사드가 아니라, 그 사회에 가려지고 숨겨진 그러나 더욱 시대의 진실에 가까운 대상들을 정면(전면이 아니라)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 전시된 사진의 실제 제목은 ‘침대 위에서 코트를 입고 기대고 있는 여자’다.

그리고 독일의 젊은 사진가인 토마스 루프의 사진은 재미있게도 그가 직접 대상을 찍은 것이 아니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포르노 이미지들을 끄집어내어 나름대로 리터칭하여 만들어낸, 그야말로 작가가 만들어낸 이미지인 것이다. 그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사진의 세계는 실제로 존재하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씨뮬라크르의 세계이다. 그것을 다시금 사진으로 재현해 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조금 쉽게 풀어 이야기하자면, ‘없는 것’이 ‘있는 것’을 대체하고 있다는 것의 ‘증명’인 것이다. 여자가 그러하지 않은가?

전시란 사실 저자거리에서 발가벗고 서있는 것과 유사하다. 모두가 째려보고 있으며, 또 모두가 무관심하기도 하다. 전시가 어려운 이유는 이러한 속성 때문일 터. 그럼에도 이처럼 ‘대민 봉사’를 하려 애쓰는 이유는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어서일 터이다. 무엇으로 무심한 대중의 시지각적(視知覺的) 규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가 말이다. 그 무관심과 냉소를 뚫고 말이다.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