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에서 서로 다른 도착지를 가진 다양한 주제들이 입맛을 당겼다. 그 속에는 최첨단의 미디어도 있었고 미술이나 영화도 있었다. 그런데 그 많은 먹을거리 중에서 유독 「배다리 헌책방 골목의 위기」가 눈에 들었다. 대학시절, 청계천 7가를 어슬렁거리다 평소 눈여겨뒀던 책을 값싸게 장만하고는 남은 돈으로 막걸리까지 한잔했던 추억 때문일까? 헌책은 우리에게 책, 그 이상이다.

헌책은 왜, 형용사와 명사로 연결된 ‘헌 책’이 아니라 일반명사 ‘헌책’일까? 적어도 1980~1990년대 문화를 체험한 사람에게는 그 자체가 사상이었고 철학이었으며 한 잔의 막걸리였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이페이퍼(e-paper)컴퓨터 화면 속 글에 길드는 동안에도 마치 고향길 이정표처럼 꿋꿋이 자기 자리를 지켰던 헌책방들이 이제는 하나둘 사라져가고 있다니 안타깝다. 필자 조혁신이 말하고 있듯 “분주히 움직이는 삶의 소리가 나며 체취가 느껴지는 야생의 도시”가 사라진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얼마만큼이나 이로운 일일까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기회였다.

<플랫폼> 2호에서는 조용한 싸움이 일어나고 있었다. 최신 정보매체로 통하는 UCC와 느리게 소통하는 헌책들의 대조가 눈에 띈 것이다. 그런데 ‘플랫폼’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다양한 지향들이 마치 갈 곳을 정하지 않고 무작정 여행을 떠나려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나름대로 재미있는 일이지만 가끔은 공연히 골치만 아픈 일이기도 하다는 점, 알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