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이 사뭇 달라졌다. 첫호가 북적북적 생동감으로 넘쳤다면 둘째호는 목소리의 다양성은 여전하되 좀더 조화롭고 안정적이다. 이제 겨우 두 정거장을 지나왔을 뿐이지만 <플랫폼>은 늘 달리는 창밖 풍경처럼 새롭고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다음 도착지는 어떤 곳일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번 2호 특집에는 “기로에 선 매체혁명”이란 제목 아래 UCC문제를 다룬 글 세 편이 배치되어 있다. 이미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듯 문화콘텐츠의 생산자와 수용자는 이제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이런 변화를 겪으면서 기존의 물적 토대뿐만 아니라 인식체계에까지 일대 전환이 일어나고 있으므로 매체혁명을 특집으로 삼은 것은 시의적절했다.

권재현의 「UCC시대의 종이매체」는 인터넷시대를 맞아 진행되고 있는 종이매체의 쇠퇴와 새 미디어의 진화를 다양한 자료와 함께 거론하고 있다. 요지는 이렇다. 미디어 빅뱅시대에 종이신문은 곧 그 수명을 다할 것이나 그것을 “단순히 종이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미디어환경의 변화로만 여겨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글쓰기의 형식과 문체에 초래될 본질적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적은 이 글 앞부분에서 세 번이나 강조한 “문제는 변화의 내용보다 그 변화의 속도에 있다”라는 주장과는 상충되는 듯 하다. 변화의 내용과 함께 그 속도로 인해 야기될 콘텐츠구조의 변동 역시 짚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채상묵은 「UCC가 부딪친 벽」에서 UCC의 진화과정과 문제점,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웹이 일반화되면서 늘어난 정보량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양질의 정보, 윤리적으로 무책임한 이용자들, 질 낮은 콘텐츠의 무한복제 등은 현재 크게 활성화되어 있는 UCC가 과도기적으로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이다. 하지만 필자는 진화의 벽에 부딪친 UCC의 향방에 대해 결국 끊임없는 자기개선을 주문함으로써 상식적인 결론에 머물고 말았다.

김사승의 「문화전형기의 UCC」는 UCC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회문화적 의미를 획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UCC는 이제 단순한 자기표현을 넘어 세상에 대한 자기이해를 드러내는 것이어야 하며, 그 골자가 콘텐츠생산의 참여라는 것이다. 최근 문화이론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능동적 의미생산자로서의 대중’의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는 글이다. 필자는 UCC 콘텐츠 자체보다 그것을 생산하는 공중(public)과 네트워크에 더욱 방점을 두고 있는데, 긍정적/부정적 시각을 고르게 배치함으로써 균형잡힌 분석틀을 제공하고 있다.

이 특집의 제목은 “기로에 선 매체혁명”이나 실제로는 UCC 특집이다. 세 편의 글이 매체혁명이라는 범주 안에서 각기 다른 방향으로 UCC 문제에 접근하고자 했으나 차별점이 부각되지는 못했다. 좀 더 정교한 기획이 아쉽다. 위기에 처한 미디어가 어디 종이매체뿐이며, 차세대 매체는 모두 UCC로 가고 있는가? 좀 더 참신하고 폭넓은 관점과 접근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