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사회주의 독립운동가이자 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성재 이동휘(誠齋 李東輝)1873~1935가 인천 강화군의 인물로 재평가되고 있다. 그의 강화 시절은 1903~1909년 사이로 비교적 짧지만 그 업적만큼은 눈부시다.

군인신분으로 더 이상 나라를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동휘는 고종을 찾아가 강화진위대장(江華鎭衛隊長)직을 사임하고 민중교육운동에 투신했다. 같은 시기 잠두교회(蠶頭敎會)현 강화중앙교회 담임목사 김우제(金宇濟)를 찾아가 기독교에 입문했는데, 신앙으로 무장한 이동휘는 교회와 학교 설립에 진력해 강화에만 72개의 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군대해산1907 때는 진위대원과 강화교인들을 중심으로 한 의병운동을 이끌어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출옥 이후 더욱 거세진 일제의 탄압으로 결국 강화를 떠나고 말았지만 이동휘의 강화시절 활동은 날로 그 역사적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항일투쟁의 근거지 강화중앙교회
강화에 기독교가 들어오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1892년 가을, 제물포구역 선교책임자 존(George Heber Jones, 趙元時) 목사가 선교활동을 위해 강화성 남문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강화유수의 완강한 거절 때문에 인천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인천에서 술장사를 하며 제물포교회현 내리교회를 다녔던 강화 서사현 양사면 교산리 사람 이성완(李聖完)1이 고향에 돌아와 자기 집에서 예배하기 시작한 것은 그 이듬해부터다. 이것이 강화 최초의 교회가 탄생한 계기다. 이어서 3년 후인 1896년, 송해면 홍의마을에 한학자 박능일(朴能一)이 두 번째 교회를 세웠다. 강화중앙교회는 1900년 9월 1일, 홍의교회에 출석하던 주선일(朱先一), 박성일(朴聖一), 허진일(許進一), 김봉일(金奉一) 등에 의해 강화읍 천교하(川橋下)현, 신문리의 여섯 칸 반짜리 초가집에서 올린 첫 예배를 통해 설립되었다.2 강화성 내에 교회가 처음 세워진 것이다. 다음해 4월 선교사 존스의 협조로 기와집 25칸, 초가집 16칸을 구입하여 교회를 현 위치로 옮겼다.

강화중앙교회는 1세기 동안 강화지역 선교의 구심역할을 해왔다. 1904년 월곶교회 개척을 시작으로 26개 교회를 직접 개척하거나 설립하도록 결정적인 도움을 준, 명실상부 ‘강화의 예루살렘교회’라고 말할 수 있다. 1901년 4월에는 교육선교를 위해 잠두의숙(蠶頭義塾)을, 1902년에는 합일(合一)여학교를 설립하여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둔 민중교육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두 학교는 통합되었는데, 오늘날의 합일초등학교다. 이 학교는 민족운동과 강화지역 근대화의 산실이 되었다.

교육운동의 영향은 지역계몽과 민족운동으로 이어졌다. 1907년 군대해산으로 발생한 의병운동 당시 김동수, 김남수, 김영구 3형제의 순국사건이나 김광국 목사, 김유의 전도부인 등 교인들이 앞장선 강화 3?만세운동, 조구원(趙龜元)당시 합일여학교 교사, 조봉암(曺奉岩)1899~1961, 좌익계 독립운동가, 초대 농림부장관 같은 교회청년들의 항일투쟁에서 보이듯 기독교 교육운동은 강화지역 항일투쟁의 정신적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기독교에 입문한 이동휘
이동휘가 기독교에 입문한 시기는 강화진위대장으로 부임한 1903년경이다. 김우제 목사 등 강화의 교회지도자들과 교분을 쌓은 것도 이 시기다. 그의 궁극적 관심은 민족해방이었다.  그 자신은 국토방위의 책임을 진 진위대 간부였지만 일제의 침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군부에 회의를 느끼고 기독교를 받아들이게 된다. 강화중앙교회 김우제 목사를 찾아간 이동휘는 교인들 앞에서 속죄하고 기독교도가 되었다. 선교사 케이블(E. M. Cable, 奇怡富)은 1905년 보고서에서 “귀신들조차 ‘강화의 바울’에게 굴복”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교회에 재산을 헌납할 만큼 열성적이었다.

1905년 을사조약 체결 이후, 2천만 동포형제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이동휘는 일찍부터 기독교를 믿었는데 내가 생각할 때 기독교가 아니면 서로 사랑하는 마음(相愛之心)이 없었을 것이며, 이것이 아니면 애국하는 마음(愛國之心)이 없었을 것이며, 이것이 아니면 독립할 마음(獨立之心)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자신을 닦고 강하게 하는 것은 모두 기독교에 기인한 것이며, 임금에게 충성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것도 기독교에 기인하고 독립과 단결을 외치는 것도 기독교에 기인하고 학문과 교육도 기독교에 기인하였다”고 했다. 이 글은 그의 사상형성에 기독교가 얼마나 큰 영향을 준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민중교육운동을 통한 국권회복
이동휘는 민중교육을 통한 국권회복운동에 전력을 다하였다. 1904년 보창학교(普昌學校)를 세우고 후원조직인 강화학무회(江華學務會)를 조직하여 재정을 조달했다. 여기에 당시 내장원경(內藏院卿) 이용익(李容翊)1854~?의 후원금과 영친왕의 하사금 5천원이 더해져 학교재정의 기반이 확보되었다. 1907년 봄쯤에는 학생 수가 수백 명에 이르자 소학·중학·고등 3과로 나누어 가르치게 되었다. 1908년 2월에는 소학교를 중학교로 개편해 열고 강화군내에 21개의 초등학교 단위 지교를 설립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강화군 일대에서 의무교육을 확대하고자 했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약 3년 동안 강화에 72개 학교가 들어섰고 이 가운데 32개가 교회 내에 자리잡았다. 전국 170여 개의 교회부설학교 중 상당수가 강화에 있었던 것이다.

기독교를 통한 항일운동
1907년 7월, 고종이 양위되고 일제에 의해 군대가 해산되자 이동휘는 강화중앙교회 김동수(金東秀), 김남수(金南秀), 허성경(許聖京), 김광천(金光天) 등과 함께 강화읍 열무당(閱武堂)에서 집회를 열고 의병봉기를 선동했다.

우리가 사는 이 강화도에서도 마음을 합하고 단결하여 왜적의 총칼 아래 죽더라도 변하지 않을 결심을 가져야 합니다. 군문(軍問)에 있던 하천(下賤)들도 나라를 위하여 죽을 마음을 가져 일심동체가 되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 모두 나와 싸워 물러나지 않으면 외국의 노예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이동휘 연설)

이틀 뒤인 7월 26일에는 열무당에서 대한자강회 강화도지회의 총회를 개최했고, 7월 30일에는 전등사에서 김동수, 허성경 등 기독교인 400명을 모아 합성친목회(合成親睦會)를 열어 기독교인들의 단합을 꾀했다. 친일단체였던 일진회(一進會) 소속 회원들은 입장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8월 9일 강화진위대가 해산되자, 강화진위대 병사들과 기독교인을 비롯한 강화주민들이 연대해 봉기했다. 이들은 일진회 회원인 정경수(鄭景洙) 군수와 일본인 경찰 1명을 처단하고 무기고를 탈취했다. 항일투쟁에 참여한 군중이 800여 명에 달했다. 그러나 8월 13일 쯤엔 일본군에 의해 거의 해산되었고 주모자로 7명이 체포되었다. 강화중앙교회 교인 김동수, 김남수, 김영구, 김근식 네 사람이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로 압송되던 중 더리미해변에서 처형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때 이동휘는 강화를 탈출했다가 8월 13일 서울에서 체포되어 4개월간 옥고를 치른다.

강화중앙교회사는 민족해방운동과 선교활동의 역사적 결합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보더라도 이동휘와 강화중앙교회와의 만남은 그 의미가 크다. 이동휘는 여러 얼굴을 가진 인물이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사회주의자였고, 교육가이면서 민족운동가였다. 그러나 소수의 전문가를 제외하면 그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매우 적은 편이다. 공산주의 계열의 한인사회당(韓人社會黨)을 창당하는 등 사회주의 이력으로 인해 오랫동안 접근이 금기시된 탓이겠으나 1995년 건국훈장이 추서된 이후에도 그에 대한 학계와 일반의 재평가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1. 이성완이란 이름은 신홍식(申洪植)이 쓴 인천내리교회의 『교회역사』(1923)와 <대한그리스도인회보>(1898년 9월 14일)에는 리승환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강화읍잠두교회역사』(1914)와 박봉래(朴鳳來)가 쓴 『교산교회연혁(橋山敎會沿革)』(1917)에는 이성완(李聖完)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성완은 고향의 교항교회(현 강화교산교회)에서 권사로 시무하였으며, 1899년경에 영국성공회로 이적했다. 그는 고향에서 노모를 모시고 농사를 지었는데 모친의 세례를 위해 인천의 존스 목사를 초청했다. 그러나 초시 김상임이 존스의 마을진입을 완강하게 저지하자 달밤에 노모를 업고 바닷가에 정박해 있는 배로 가서 세례를 받도록 했다. 그리하여 이성완의 모친은 강화에서 최초로 세례를 받은, 이른바 선상세례(船上洗禮)의 주인공이 되었다. 또, 반대하던 김상임은 이 일에 감명받아 기독교에 입문했고, 강화의 첫 번째 전도사가 되었다.

2. 초기 강화교인들의 독특한 신앙적 특징 중의 하나는 돌림자 사용이다. 이는 강화교인들의 신앙적 결단을 나타내는 것으로, ‘거듭남과 헌신’의 표시이자 ‘한 가족 한 형제’를 결의하는 표징이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이름 끝 글자를 ‘일(一)’ 자로 바꾸었다. 개명된 이름으로 호적부까지 고쳤으며, 3대에 걸친 개명 사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