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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하나의 한류, 한국그림책
통권 : 03 / 년월 : 2007년 5,6월 / 조회수 : 2115

일본에서 한류 열풍이라고 하면, 한국 영화와 드라마 아니면 한국 노래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조용하면서도 뜨거운 또하나의 한류 열풍이 있다. 바로 한국그림책이다. 1990년 『백두산 이야기』(류재수글·그림) 한국현대그림책으로서 처음 일본에 번역 소개된 이래 한동안 한국 그림책의 번역이 뜸했었다. 그러나 1998년 『만희네 집』(권윤덕글·그림)1999년 『아씨방 일곱 동무』(이영경글·그림) 2000년 『강아지똥』(권정생글·정승각그림)그림, 『솔이의 추석이야기』(이억배글·그림)번역 소개되면서 한국 그림책 번역은 자못 활기를 띄게 되었다.


2005년 6월 일본그림책학회에서 발간하는 <북엔드 BOOKEND> 3호에서는 “한국 그림책이 뜨겁다!”라는 특집을 마련하여 한국의 대표적 그림책 작가로 이우경, 홍성찬, 류재수, 권윤덕, 이억배, 정승각, 김용철, 이혜리, 이호백, 한병호, 조혜란, 이영경을 소개하고, ‘전통을 재창조하는 한국그림책’이란 타이틀 아래 이억배의 「전통문화와 나의 그림책」과 이호백의 「전통을 살린 새로운 그래픽의 시도」를 실었다. 또 2006년 3월에는 오오사카국제아동문학관 주최로 <한국과 일본의 그림책>이란 주제의 심포지움을 열고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 그림책작가 다시마 세이조오(田島征三)와 정승각의 대담을 통해 일본과 한국그림책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고, 이와 함께 한국그림책에 관한 논문집을 펴내기도 했다.


현재 일본에서 한국의 대표적 그림책작가로 손꼽히는 이들은 몇몇 작가를 제외하면 대개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이른바 386세대다. 이들은 독재시대를 거쳐 민주화를 경험한 세대로서 개인과 전체, 전통과 현대라는 틈새에서 자신의 정체성 및 자기표현의 문제를 고민해 왔고, 이러한 고민을 그림책이란 장르에서 꽃피웠다. 그러므로 일본인의 눈으로 보면, 한국의 현대그림책은 ‘전통과의 연관 속에서 자신을 모색하는 정체성 탐구의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현재 일본에 번역 소개된 그림책을 살펴보면, 옛날이야기 그림책, 사계절 그림책, 시 그림책, 명절 및 생활풍속 그림책(추석, 김장, 바느질 등), 한글 그림책, 어린이생활 그림책 등 온갖 영역을 망라하고 있다. 그러므로 일본 어린이들은 번역된 한국그림책을 통해 한국을 만나고 이해한다. 특히 한국의 명절 및 생활풍속을 다룬 전통문화 그림책은 가깝고도 먼 나라인 한국과 일본에 우정과 이해의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고 있다. 즉 『만희네 집』에서는 한국 가옥에서의 공간배치를, 『솔이의 추석 이야기』에서는 가족이 함께 모이는 추석 명절의 풍속도를, 『오늘은 우리집 김장하는 날』에서는 김치 담그는 과정과 더불어 가지각색의 김치를, 최근 번역된 『설빔』에서는 한복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어 한국문화의 다채로움과 아름다움을 한껏 드러내 보였다. 현재 일본의 독자들은 번역된 한국그림책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일본의 출판사들은 한국그림책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일본의 몇몇 그림책 출판사가 파주 출판단지를 방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그림책 붐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일본에는 한국아동문학 및 그림책의 전문번역가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에 가끔은 수준이 떨어지는 그림책이 소개되기도 하고 적절치 못한 번역이나 오역도 종종 눈에 띈다. 그림책에서는 언어도 그림 못지 않게 중요하다. 주지하다시피 그림책은 그림과 글이 함께 어우러져 하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국아동문학 연구자 나까무라 오사무(中村修)의 말처럼 ‘한국어를 할 수 있으니까 번역할 수 있다’라든가 ‘그림책이라면 번역할 수 있다’라는 안이한 태도의 번역이 아니라 한국 문화와 언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동반한 번역이 요구된다. 그렇지만 이는 번역자 개인에게만 요구할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바야흐로 한국그림책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번역하는 체제를 마련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저자 약력
嚴惠淑 1960년 서울생. 어린이책 기획자, 번역자. 저서로 『나의 즐거운 그림책 읽기』 등.
cooolkid@hanmail.net

글쓴이 : 엄혜숙
작성일 : 2007/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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