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인천의 문화재 기행』(이하 『기행』)은 현재까지 출판된 다른 인천 도시관광안내서들에 비해 쉽고 명료한 것이 특징이다. 단순화한 입체그림지도를 포함해 안내자의 거친 숨소리마저 들릴 듯 체험적인 필치는 여타의 안내서가 지닌 단점을 충분히 보완하고도 남는다. 이 책은 ‘이야기가 있는’ 도시관광을 직접 체험한 기록들로 생생히 살아있다. 외국의 사례를 들 것도 없이 모두가 공감할 만한 관광의 문제점과 그 해결방안을 집필 배경과 목적에서 충분히 제시하는 진지함도 돋보였다. 전체적인 구성 또한 나무랄 데 없이 평이했고 일정별, 지역별, 주제별 행선지 동선도 경험에 의거한 것이니만큼 트집잡을 것 없는 ‘안전빵’ 안내서임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것은 다름 아닌 사진 때문이었다. 개항장 일대의 건축물과 그 배경 사진이 특히 문제였다. 얼마나 쫓기는 마음으로 찍었는지 계절과 시간대를 무시한 황량한 사진들 일색이다. 지역별 관광자원을 소개하는 대목의 개항장 주변 풍경(47면~)과 「우리나라 최초를 찾아서」 그리고 「인천광역시 주제별 주요문화재 100선」에 실린 근대건축물 사진들은, 죄다 엉성하다고 몰아붙인대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암울하고 침체된 이미지를 개항장의 얼굴로 내놓은 것은 인천 도시관광에 새 빛을 비추고자 한다는 이 책의 목적과는 너무나도 상반된다.

건축물은 그 도시의 풍모 전체를 대변한다. 사람으로 치면 얼굴과도 같은 것이다. 사람의 혼을 겉으로 드러낸 것이 얼굴이듯 도시의 혼을 밖으로 보여주는 것이 건축물이다. 터놓고 말해 이 책에 게재된 개항장 일대의 사진은 마치 불의의 주검을 앞에 두고 부랴부랴 만들어 놓은 영정사진 같았다. ‘특히’라는 말 이면에는 나머지 사진들도 나을 게 없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비판만 하자고 덤벼드는 싸움닭이 아닌 바에야 이만한 책을 만드는 데 따랐을 고충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원고마감의 중압감에 시달리면서도 현실감 넘치는 책을 만들기 위해 또 날로 옭죄어 오는 사진 저작권 시비를 피해가기 위해 빠짐없는 현장답사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밖에도 얼마나 많은 난관이 산재해 있었겠는가. 그러나 그럴수록 인천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위한, 더 많은 성실성이 요구됨은 물론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기술적인 문제점들도 많다. 예를 들면 고인돌, 명승, 사적, 기념물 등에 대해서 요약된 풀이가 따랐어야 했다는 것, 역사적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음에도 누락된 곳이 많았다는 점 등이다. 우리나라의 관문인 영종도 일대의 고대 유적과 외국인묘지 등을 간략하게나마 기술하지 않고 빠뜨린 것은 적잖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자기 집에 뭐가 붙어 있는지 완벽하게 안다는 것 자체도 어려운 일일진대, 인천의 모든 것을 책 한 권에 쏟아 넣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대강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이 책에 대해 가진 기대가 너무나 컸기에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들이다.

의욕적 성과에 샘이 나서 괜한 심술을 부리긴 했지만 이 책이 여행안내라는 애초의 목적에 기대 이상으로 충실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겉표지의 정수사(淨水寺, 인천 강화군 소재) 대웅보전 사진부터 맨 마지막 장 별첨 지도까지 살피는 데 꼬박 열흘이나 걸렸다. 책을 덮으려는데, 앞집 꽃게장사 할머니가 말씀하신다. “떡 삼촌, 심술부리는 놈은 못 살아! 욕심 부려야 잘 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