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건 동물이건 지구상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먹고 살기 위해 노동을 해야 한다. 다만 인간이 여타의 생물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 노동을 즐길 줄 안다는 점이다. 노동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노래는 노동의 성질상 보조를 맞춰야 할 필요성 때문에 부르기도 하지만, 노동의 고통을 줄이면서 일을 즐겁게 하자는 목적으로 부르는 것이기도 하다.

인천무형문화재 제5호 <주대소리> 1도 이러한 노동과 즐거움이 교직(交織)되어 만들어진 것임은 물론이다. 여느 어촌에서와 마찬가지로 인천 지방 근해 어촌의 어부들도 배에 쓰이는 여러 가지 줄을 손수 마련해야 했다. 특히 닻줄로 사용하기 위한 줄(김필운 옹은 이를 여사줄이라고 불렀다)은 단단하고 굵고 질겨야 조기를 잡는 동안 배가 조수간만의 차를 견뎌낼 수 있었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바다에는 조기의 이동이 왕성했고, 그런 곳에서 닻을 내려 배를 고정시킨 뒤 조류의 흐름을 이용해 조기를 잡으려면 닻줄이 단단하고 굵고 질겨야 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닻줄을 만들려면 몇 개의 도구를 사용해야 했는데, 인천 지방 근해에서는 이런 도구들을 ‘주대’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런 도구들을 사용하여 줄을 꼬는 것을 ‘주대질’ 또는 ‘주대일’이라 했으며, 그때 부르던 노래를 <주대소리>라 했다 하니, <주대소리>란 여러 줄 중에서도 닻줄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 불렀던, 매우 특수한 노래임을 알 수 있다.

닻줄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 재료는 주로 칡덩굴이었다. 음력 7월경에 채취하여 물에 담가 두었다가 다음해 정월 보름 경에 이를 꺼내 나무망치로 찧어 부드럽게 하면, 칡의 속껍질인 청올치를 추려낼 수 있다. 이런 청올치로는 가는 줄이나 그물을 뜨고 나머지로는 굵은 줄을 꼬아 닻줄로 사용한다. <주대소리> 보유자 후보인 김필운(1936~ )에 의하면, 배에서 한 해에 사용되는 온갖 줄을 만들기 위해 뱃일을 하는 마을 남정네들이 정월 보름부터 약 15일 동안 왼둘막이라 칭하는 집에 모여서 줄 꼬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왼둘막은 뱃일과 관련된 모든 물건들을 모아둔 집으로, 사람이 거주하는 곳은 아니었기 때문에 일과가 끝나면 각자의 집에 가서 잠을 자고, 이튿날 다시 왼둘막에 모여 줄 꼬는 작업을 계속하였다. 그리고 식사는 왼둘막에서 해결했는데, 화장(火匠)배에서 밥 짓는 일을 하는 사람이 그 일을 담당하였다. 약 보름에 걸친 이 작업은 순전히 남자들에 의해서만 진행되는 것이었기에, 약간은 비밀스러우면서도 신성한, 그러나 약간은 외설스런 분위기가 감지되는 성격의 노동이었다고 생각된다.

1년 동안, 정확하게 말하면 봄부터 6월까지의 조기잡이 소득으로 1년을 버텨야 했던 인천 근해 어촌의 뱃사람들에게, ‘왼둘막에서 보름 동안 행해진 남자 뱃사공들만의 노동’은 필사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필사적 노동 과정에서 불린 <주대소리>의 존재는 모든 노동요가 그렇듯, 노동이 노동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예술 창작의 근원적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주대 제작에 필요한 나무를 베거나 주대를 만들 때 부르는 나무타령, 자우물레와 비슷한 도구를 이용해 청올치를 더욱 단단하게 꼴 때 부르는 자우소리외설스런 사설로 구성되어 있다, 굵지 않은 세 가닥의 줄을 꼬아나갈 때 부르는 줄 놓는 소리, 꼬아놓은 세 가닥의 줄을 단단하고 수평을 이루도록 하는 과정에서 부르는 꼼새소리, 수평을 이룬 세 가닥의 줄을 굵은 한 개의 줄로 만들 때 부르는 술레소리, 한 개의 줄로 합사시킨 줄의 끝 부분 세 가닥을 세 사람이 한 가닥씩 잡고 엮으면서 부르는 채짓는 소리, 술래와 채짓는 과정에서 꼬여진 굵은 줄을 더욱 굵은 세 곱의 줄로 꼬고 가는 줄을 거기에 둘둘 말아 나가는 과정에서 부르는 여사소리, 완성된 줄을 둥글게 여러 겹으로 포개어 사리는 과정에서 부르는 사리소리 등의 8개로 이어져 있는 <주대소리>의 체계적 구성은 이 점을 잘 말해준다.

이러한 의미를 갖는 <주대소리>는 이제 인천 근해의 어촌에서 듣기 어려워졌다. 인천 수봉공원 민속놀이마당에서 1년에 한두 차례 들을 수 있는 정도다. 그러나 공연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눈에는 ‘노동’으로밖에 비치지 않았다. 문화재로 지정된 <주대소리>를 유지·전승하기 위한 필사적 노동, 뱃일이라는 노동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니 이제 또 다른 노동이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공연하는 사람들은 알까, 모를까.

종류가 다른 줄이기는 하지만, 뱃사람들에게 1년 동안의 생계를 보장해주는 온갖 줄. 그런 줄들을 만들던 열정과 비밀스럽고 신성한 기원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나. <주대소리> 마지막 보유자 박선구(1920~ 2002) 옹이 고인이 된 지 5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현재 이 소리의 전승과 보존에 책임을 지고 있는 두 보유자 후보 간에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 노동의 줄’을 놓고 줄다리기가 한창인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획기적 처방이 있지 않고서는, <주대소리>의 미래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