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관해 글을 쓰다 보니 일본에서 유통되는 중동론에도 눈을 돌리게 된다. 그것은 의외로 흥미롭다. 논설이나 기고, 뉴스캐스터와 비평가들이 개진하는 모든 이야기가 도움이 된다. 중동 분석을 위해서라기보다 현대 일본의 사상 및 언론 상황을 알기 위한 좋은 소재들이다.

일본 중동론의 두드러진 특징은 ‘미국’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다. 표면적으로는 중동에 대해 논하는 듯하다가 거의 자동적으로 미국론으로 바뀌고 만다. 반면, 중동에서 아무리 흥미로운 현상이 발생해도 미국이 결부되어 있지 않으면 거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그 배경에 ‘중동=반미(反美)’라는 인상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동의 모든 나라가 ‘반미’일까.

‘중동’을 하나로 묶어서는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 우선 터키(Turkey)만 해도 정부건 일반시민이건 확실히 친미(親美다. 미국의 대중문화가 곧바로 수입되고 국가엘리트양성학교의 모든 수업이 영어로 이루어진다. 현재, 미국의 든든한 후원 속에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 중이다. 이란(Iran)은 어떤가. 핵개발 문제로 반미 성향을 강하게 띠는 이 나라에, “미국에 죽음을”을 외치는 집회영상이 자주 보도된다. 그러나 1979년 이슬람혁명 1 을 모르는 세대가 인구의 과반수를 점하고, 성직자들의 일상적 감시와 지도를 답답해하고 싫어하는 부류가 증가하고 있다. 그 반작용일까? 미국에 대한 동경이 심해지고 있다. 정부가 국위선양에 힘쓰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동이 반미라는 인상은 전적으로 아랍국가들에 기인한 것일까? 확실히 아랍의 미디어는 반미언론으로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아랍국가의 반미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괜찮을까? 팔레스타인(Palestine)이나 수단(Sudan) 같은 국가는 분쟁의 조정과 해결을 위해 미국의 지원과 보증을 원한다. 미국을 미워하면서도 미국에 의지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근본적으로 오해되고 있는 듯한데, 중동의 모든 문제를 미국이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아랍의 모든 국가들이 중동문제의 근원으로 여기는 이스라엘(Israel)을 낳은 것도 영국의 중동정책이었다.

생각해 보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아랍세계 각지의 지도자가 파리강화회의(1919)에 몰려들어 국가독립을 요구한 것은 윌슨(Thomas Woodrow Wilson, 1856~1924) 대통령의 ‘14개조 평화원칙’ 중 ‘민족자결주의’에 근거한 것이었다. 1956년 영겫?이스라엘 삼국에 의한 이집트침공(제2차 중동전쟁)에 강경한 압력을 가해 철수하게 한 것도 아이젠하워(Dwight David Eisenhower, 1890~1969) 대통령이었다. 미국은 식민주의를 부정하고 아랍국가들의 민족주의와 독립을 지지하는 쪽에 있었다.

미국을 모든 악의 근원으로 여기는 비판으로, ‘미국은 아랍의 억압적이고 부패한 정권을 지지해 왔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아랍국가의 억압적 정권 대부분은 동서냉전 구조 속에서 공산주의 진영의 원조를 받아 권력기반을 굳혔다. ‘후세인은 소련이 키웠다’는 말은 거의 사실에 가깝다. 그런데도 ‘후세인은 미국이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후세인이 저지른 죄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거기에 ‘빈라덴을 기른 것은 미국이다. 그러므로 9?1사건도 미국 책임’이라는 주장도 유포되고 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Afgahanistan)에 침공하여 긴 내전을 일으킨 것은 소련이지 미국이 아니었다. 탈레반(Taleban)을 기른 것은 파키스탄(Pakistan)이며, 알카에다(Al Qaeda)는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나 이집트 같은 아랍국가가 자국의 과격파를 국외로 내보내 귀찮은 일을 방치한 정책의 귀결이다.

이들은 지극히 기본적인 사실로, 내가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지적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일본의 중동론은 이런 기본적 사실을 짚어보지도 않은 채 전개되고 있다.
아무래도 ‘미국이 모든 원인이다’라는 고정관념과 ‘미국을 비판해서 후련해지고 싶다’는 욕구가 앞선 듯하다. 그래서 모호한 정보들을 짜깁기한다. 예를 들어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미국이 부추겼다’거나 걸프전도 미국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9?1사건도 미국이 저질렀다’, ‘이라크인에 대한 테러도 미국이 주둔의 구실을 만들기 위해 일으켰다’는 등 음모론이 떠돈다. 미국이 중동의 억압적인 정권을 지원해 왔다는 비판과 미국이 중동에 민주화를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은 양립하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이 진정으로 민주화를 지지할 리 없다는 특이한 논리까지 뒤섞여 논의는 한층 혼란스럽고 급기야 맥락도 불분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파탄난 논리가 권위있는 미디어에 횡행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언설(言說)은 자신의 감정을 ‘중동’에 투영한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일본사회에 유통되는 중동론에서 이러한 요소를 제거하면 남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그 지점에서 시작하는 것이 중동과 국제사회를 이해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출처. 일본 <아사히신문(朝日新聞)>(조간, 2005년 6월 6일자). 저자와 아사히신문사의 동의를 얻어 본지에 게재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