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인천지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만큼 <플랫폼>지에 실리는 인천 관련 기사들을 주목해서 보게 된다. 따라서 지난 호 이성진씨의 글 「배다리·우각로의 역사적 의미」도 흥미롭게 읽었다. 전전호에 실린 조혁신씨의 글에 이어 이 글이 게재된 것은 최근의 배다리·우각로 관통도로 건설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첨예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성진씨는 이곳의 역사적 의미를 밝히고 널리 알려 관통도로 개설을 저지하는 명분으로 삼고자 했다. 그런데 필자의 올바른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고증 부분에서는 아쉬운 점이 종종 눈에 띄었다. 예를 들면, 인천의 전통적 구심지(관교동 일대)가 개항장에 그 위상을 빼앗겨버린 결정적 원인으로 경인철도 개통을 드는 것은 좀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주장이다. 그것은 일제가 제물포 중심의 ‘새인천’을 건설하면서부터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경인철도 개통으로 전통구심지의 위상 하락이 ‘본격화’되었다고 한다면 모를까, 그것을 ‘결정적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에 맞지 않는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개항장 일대를 ‘이식문화지역’, ‘전통문화공존지역’, ‘전통문화온존지역’으로 나누는 자의적 지역구분과 그 용어사용이다. 이 일대 전체가 개항을 중심으로 재편된 지역이다. 전통문화와 이식문화라는 이분법 자체가 편협하거니와 금곡동, 창영동, 송림동 일대가 전통문화온존지역이라는 주장은 요령부득이다. 이 일대의 역사적 의미를 논하는 자리에선 이성진씨 자신조차 선교사들의 기숙사나 학교 등 근대적 ‘이식문화’만을 거론하고 있지 않은가. 뿐만 아니다.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배다리시장, 이 전형적 난전을 두고 “일제 때 인천으로 일자리를 찾아 온 조선인 노동자들에 의해 형성된 공간”이라고 하는 데서는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이 일대의 역사와 문화를 살리고자 애쓴다면 사실 확인부터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성진씨는 현 인천세무서 자리의 남선교사 기숙사와 여선교사 기숙사가 갈린 것이 일제의 간계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충분히 증명된 사실이 아닌 듯하다. 이 주장은 설립자 존스 목사와 일제 사이에 일정한 대립이 있었다는 뉘앙스를 품고 있는데, 과연 그랬을까? 존스 목사가 조선인의 하와이 노동이민을 주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주장이 어불성설일 수 있다는 반론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배다리·우각로를 지켜야한다는 일념 때문에 역사적 사실까지 왜곡시켜서는 곤란할 터, 이성진씨의 주장들에 꼭 동조하지 않더라도 이 지역을 지켜내야 할 필요성은 아직도 얼마든지 있다. 어디까지나 동지적 비판이라는 점을 헤아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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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나온 김에 이은용씨의 글 「이동휘와 강화중앙교회」에 대해서도 한 마디만 하고 넘어가겠다. 우선은 처음 듣는 이야기가 많아 흥미로웠고 이동휘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필자의 지적도 대체로 온당한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다른 대목은 잘 모르니 내버려두더라도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둘 있다. 하나는, 일개 진위대장 신분의 이동휘가 고종황제를 직접 찾아가 직을 사임했다는 대목이다. 아무래도 후대의 과장이지 싶다. 또 하나는 이동휘가 강화에서 3년간 72개 학교를 세웠다는데, 아무리 야학이나 서당 규모의 작은 학교였다 해도 실감이 생기지 않는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다른 풍부한 전거를 제공함으로써 설명을 보강했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