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00>을 관람한 사람으로서 유재원 교수의 「만화풍의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공감하는 바가 매우 크다. 영화 <300>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다른 몇몇의 작품들을 보면서 그 왜곡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떤 전문적인 지식이 아니라 인터넷상의 간략한 정보만으로도 손쉽게 알 수 있는 부분들까지 왜곡되고 있으니, 이미 위험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른바 “감각적”이라는 것을 이 영화의 주된 특징 중 한가지로 꼽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듯싶다.  모든 영화들이 다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상당수의 영화들은 어떤 스토리나 내용을 전달하기보다는 감각적인 영상과 이미지로 메시지를 전달하곤 한다. 물론 그 자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영화가 가상의 이야기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자의적인 변환이 불가능한, 마치 영화 <300>처럼 자명한 역사적 진실을 임의로 왜곡한다면 그 문제는 심각해지고 만다. 다수의 관객들에게 잘못된 이미지를 강렬하게 인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영화와 역사적 사실 사이의 괴리를 논하기에 앞서 그 영화적 설정의 왜곡 여부를 따지는 작업은 이제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작업으로 대두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만화풍의 오리엔탈리즘」이 지나치게 비판적 관점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점은 아쉽다고 하겠다. 이러한 형태의 영화들이 지속적으로 영화 시장에 등장하는 것에 대한, 숨겨진 의미와 의도를 파악하려는 관점 역시 필요하지 않을까. 영화와 역사적 사실 사이의 괴리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비판적 관점만이 강조된다면 자칫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입장 차이 정도로 그 가치가 격하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왜곡된 역사적 사실을 지니고 있는 영화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영화와 역사적 사실의 사이의 괴리를 파고드는 보다 발전된 논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