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머리를 일자로 자르고 동그란 안경을 쓴 그림 속 남자는 조금 별나게 생겼다. 선입견일지도 모르지만 어떻게 보면 예술가적이라 해야 할까? 요즘 일본에서는 후지타 쓰구하루가 재평가되고 있는 듯하다. <플랫폼>에 실린 요시카와 나기(吉川)의 글에서도 그런 흐름을 엿볼 수 있다. 후지타 쓰구하루(藤田嗣治)가 활동하던 당시에는 자국보다도 오히려 프랑스에서 높게 평가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요즘 일본 내에서 그를 새롭게 평가하는 흐름을 타고 그의 그림이 많은 전시회를 통해 대중을 만나고 있다. 약간은 어두워 보이는 그의 화풍은 왠지 일본인 특유의 감성을 담고 있는 것 같다.
그의 업적 중에는 또 다른 일면도 있다. 요시카와의 글에서는 별로 비중 있게 다루고 있지 않지만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종군하여 전쟁화를 그렸던 화가이기도 하다. 황국을 위해 자결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나 비행기를 몰고 적진으로 뛰어드는 그림도 있다. 요시카와는 그의 이런 전쟁화가 자의로 그린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그림의 기법만을 이야기하려 한다. 하지만 그 그림이 담고 있는 내용 또한 중요한 것이 아닐까? 물론 그의 화가로서의 재능을 전쟁화를 그렸다는 이유만으로 평가절하하는 것도 옳지 않겠지만 전쟁화를 통해서 전쟁에 일조했던 사실마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전쟁 중 많은 문인과 예술인들에게 전쟁을 옹호하고 선동하는 글을 쓰게 하고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은 그만큼 그들이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이러한 사회활동에는 어느 정도 책임이 따라야 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 변화된 시각으로 재평가하는 일도 좋은 일이겠지만 보기 좋게 포장하는 것보다 진실되게 아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