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국도로 접어들자 곳곳에 나비 문양과 ‘나비’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이정표를 볼 것도 없이 여기부터가 ‘나비의 고장’함평이다. 인구 4만이 채 안 되는 작은 농촌, 그마저도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26%를 차지하고 있는 초고령화1 도시,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저수준인 가난한 도시 함평, 그러나 이제 모두들 ‘함평’하면 자연스레 ‘나비축제’를 떠올린다.
함평나비대축제2는 올해로 9회째를 맞았다. 지난 9년간 함평에는 천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고, 축제수익만 75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몇 억원의 축제 수익, 몇 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 등 경제적 지표만으로 함평나비대축제의 성과를 설명하기는 힘들다. 함평나비대축제가 성공적인 지역축제로 주목받는 이유는 수익창출이 아니라 지역혁신을 이루어냈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높은 건물이 필요했습니다. 넓은 도로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나비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미래를 생각했습니다”라는 함평나비축제 소개말은 개발 대신 문화와 생태를 매개로 한 삶의 재구성과 도시 발전을 택한 함평의 비전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1999년 1회 함평나비대축제가 열리던 해, 함평사람들은 함평군 역사상 가장 많은 인파를 목격했다. 지역특산물도 아니고 ‘나비’를 가지고 축제를 한다는 데에 기대도 반대도 많았을 당시, 이런 초유의 경험은 축제를 매개로 함평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운영(紫雲英) 재배, 친환경 농업 교육, 퇴비 생산, 꽃길 가꾸기, 농어촌 체험마을 만들기, 민박마을 만들기 등 함평군이 제시한 사업에 함평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별도의 관광가이드를 채용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밀려드는 관광객을 안내한 것도 함평사람들이었다. 축제를 통해 함평사람들은 나비를 기르고, 꽃을 가꾸고, 친환경 농업으로 전환하는 등 일상을 바꾸어나갔다.

지역주민의 참여가 축제 성공의 절대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함평은 가히 모범적이지만 여기에는 함평군수를 비롯한 함평군의 헌신적 노력도 뒷받침되었다. 이석형 함평군수는 1998년 취임해 1999년 함평나비대축제를 창안해내고 현재까지 발전시켜온 주인공이다. 아이디어만 낸 것이 아니라 주민합의를 이끌어내고 중앙정부를 설득해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고, 전국 각지를 직접 돌아다니며 나비축제를 홍보했다. 이제는 함평나비축제를 민간주도형 축제로 변화시키기 위해 주민 스스로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육 및 체험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구성하여 가족단위, 교육기관단위의 관람객을 대거 유치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부대행사 개념으로 문화행사를 끼워 넣다보니 초청공연들이 대부분이고 축제의 콘셉트와는 관련이 없는 공연들도 적지 않다. 교육 및 체험프로그램에만 치우쳐 축제 본연의 놀이문화가 살아있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제 함평은 함평 600주년3, 함평나비축제 10주년을 맞이하며, <2008년 함평 세계나비겙点嚥♡뵈?를 준비하고 있다. 2008년부터는 축제와 엑스포를 격년으로 번갈아 개최할 예정이다. <2008년 함평 세계나비겙点嚥♡뵈?는 세계적인 축제로서의 함평나비대축제의 위상을 강화하고 친환경도시로서 함평이 재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러나 최근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투어 개최하고 있는 각종 엑스포들에서 지역축제가 가졌던 한계와 문제들이 고스란히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엑스포 개최는 지역축제보다 산업적겙姸╂?효과의 배가, 인프라 확충, 도시 재정비를 위한 좋은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무려 10개가 넘는 각종 엑스포가 해마다 열리고 있는 이유다. 예천의 곤충바이오엑스포, 울진의 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만 하더라도 <2008년 함평 세계나비겙点嚥♡뵈?와 내용상 겹치는 부분이 있다. 차별성 없는 프로그램, 지역정체성과 무관한 콘텐츠, 지역특산물 위주 축제의 난립 등 지역축제가 가진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함평사람들은 축제를 통해 말 그대로 ‘살 길’을 찾아왔다. 또한 지난 9년간 함평은 지역민의 삶에 기반한 축제, 차별화된 프로그램, 민-관의 격의없는 협력 등 추상적인 단어로만 떠돌던 축제의 제 가치들을 몸소 보여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운영과 유채꽃, 나비가 어우러진 함평천지에서 독특한 쾌적함(amenity)을 경험하고 ‘친환경도시 함평’을 기억한다. 이제 함평사람들은 <2008 함평 세계나비ㆍ곤충엑스포>와 함평나비대축제가 한국의 독창적인 국제행사로 자리잡도록 하기 위해 더욱 바쁘게 움직일 것이다. 여기에 문화적 감수성과 창의성을 더해 한 번 더 질적 도약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