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부터 논의가 시작된 중화인민공화국물권법(中華人民共和國物權法)이 지난 3월 16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통과되었다. 준비부터 법안통과까지 14년이 걸렸고 본격적인 법안심의만도 7차례나 진행됐을 정도로 논란이 치열했다.
물권법이 시비의 대상이 된 것은 사유재산 보호를 내용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중국정부가 물권법의 초안을 공개하자 베이징대 법학과 교수 공 셴톈(鞏獻田)이 이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해 논쟁을 불지폈고 2006년 봄 법안 통과 계획은 결국 무산되었다. 물권법에 포함된 “국가, 집체, 사유재산을 평등하게 보호하는 원칙을 실현해야 한다”는 규정이 “사회주의경제의 기초는 생산수단의 공유제”라고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해외언론들은 중국의 물권법 문제를 자본주의적 전환의 상징으로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사유재산의 법적 보호에 초점을 맞춘 물권법 찬반논쟁에는 문제가 있다. 중국인들이 이 논쟁에 많은 관심을 보인 것은 법안의 내용 자체보다 국유자산의 민영화가 특권층 사유화로 뒤바뀌곤 하는 만연한 부패현상 때문이다. 이번에 통과된 물권법도 사실은 중국사회에서 진행된 그간의 변화를 반영한 것일 뿐 새로운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 사유재산은 물권법의 통과여부와 관계없이 법적ㆍ현실적으로 이미 인정되고 있다. 1999년 개정헌법에 사유재산을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주요 구성 부분”으로 규정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2004년 개정헌법에서 “공민의 합법적인 사유재산은 침해받지 않는다”라고 명시했던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중국의 공업총생산액에서 국유기업 비중은 1978년 77.6%에서 2005년 33.3%로 감소했으며 나머지가 사영기업, 외자기업, 집체기업(集體企業) 등 비국유 부문에 의해 채워질 정도로 소유구조가 다원화되었다. 따라서 물권법은 이미 다원화된 소유구조를 법적으로 추인하려는 노력의 결과다.

복잡한 소유구조, 특히 토지 소유구조가 초래하는 사회적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물권법의 통과는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 2004년 10월 27일 쓰촨성(四川省) 한위앤현(漢源縣)에서 댐건설 토지수용 보상비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어 수만의 농민들이 항의시위를 벌였는가 하면, 2006년 12월 6일 광동성(廣東省)의 한 농촌에서 무장경찰의 발포로 역시 토지수용에 항의하던 농민 3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농촌뿐만 아니라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서도 재개발이나 철거계획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갈등 사례들은 모두 소유권은 정부가, 사용권(경작권이나 주택소유권 등)은 개인이 갖는 복잡한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주민들이 정부의 개발계획에 맞서 자신의 권익을 지킬 수 있는 법적ㆍ정치적 수단을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가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개발사업에 있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이익을 공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권법은 사용권을 더욱 명확히 보장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현행 물권법이 정부의 토지 소유권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문제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 있지만 사용권자들의 저항이 늘고 있다는 데서 알 수 있듯 물권법의 한계와 관계없이 중국에서는 이미 중요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집단행동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5년 2월 중국 공안부장 저우 용캉(周永康)에 의하면 10여 년 전 1만여 건에 불과하였던 집단행동은 2004년 7만4천 건으로 증가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집단행동의 상당수가 권익을 침해당한 농민, 노동자 등 소외계층의 저항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2003년 8월부터 시작된 누강(怒江)댐 보호운동이다. 이 운동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중국 윈난성(雲南省) 누강 상류에 대규모 댐을 건설하려는 계획이 국무원을 통과하면서 시작되었다. 운동을 주도한 환경NGO는 애초 자연보호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점차 댐건설에 따른 이주민의 권익 문제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시켰다. 세계자연유산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중국정부가 4년 넘게 추진한 댐건설계획을 중단시킨 주역은 이 지역 주민들이다. 과거 산샤(三峽)댐만 하더라도 100만 명이 넘는 이주민을 발생시켰으며 중국정부의 통계만 보더라도 1949년 건국 이후 댐건설과 관련된 이주민의 수가 2천5백만 명에 달한다. 지역주민들의 권익에 아랑곳없이 국가발전이라는 목표 아래 개발을 강행하던 것과 비교하면 커다란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변화는 무엇보다도 전체의 이익이 곧 개인의 이익이라는 집단주의적 논리가 현저히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누강댐 보호운동에 참여했던 한 환경운동가는 전체의 이익이 강조되는 중국에서 소수의 권익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제는 중국에서도 소수집단 혹은 개인의 권익을 보호하지 못하는 ‘전체의 이익’이 담론적 정당성을 얻기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국가가 개인의 경제적겭英맛?안전을 보장해준다는 원칙이 깨지고 개인이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개혁개방시대 이후 당연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새로운 권리의식의 출현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권리는 국가로부터 주어진다는 인식을 중국인들이 여전히 갖고 있으며 권리에 대한 요구도 정치적 권리보다는 경제적 권리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한계로 지적한다. 즉 현재 중국에서 나타나는 권리 요구는 맹자(孟子)의 민본주의에 가까운 것이지, 개인을 주체로 하는 현대적인 인권의식이나 권리의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정치적 권리에 초점을 맞추는 서구의 자유주의 전통을 따르는 것으로, 권리의식의 성장이 하나의 과정이라는 점과 현재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현상들이 이러한 과정에 미칠 영향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즉 봉건제가 수천 년 동안 유지되었고 개인보다는 국가, 전체인민 그리고 계급 등의 집단을 앞세웠던 사회주의체제가 근대화를 이끈 중국에서 개인권리를 정당화할 수 있는 공간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은, 경제영역에 제한된 데다 그나마도 국가에 의해 그 범위가 결정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고 하더라도, 결코 작은 변화가 아니다. 게다가 개인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정치적 권리의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권리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를 둘러싼 개인과 국가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갈등을 동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미래를 올바르게 전망하려면 권리의식의 발전이 중국의 정치겭英맛?변화에 어떤 역동성을 부여하는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물권법의 진정한 의미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