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오페라단은 지난 6월 21일에서 6월 24까지 인천종합문예회관 대공연장에 제7회 정기공연으로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1을 올렸다. <피가로의 결혼>은 프랑스의 극작가 보마르셰(Pierre-Augustin Caron de Beaumarchais,1732~1799)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모차르트와 대본가 다 폰테(Lorenzo da Ponte, 1749~1838)2가 만든 오페라다. 당시 희곡과 오페라는 18세기 유럽 지배층의 부조리와 사회모순을 꼬집는 내용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미추홀오페라단과 연출가 신금호는 이러한 원전을 다르게 해석, ‘미래’를 배경으로 한 새로운 연출본을 내놨다.

먼 미래. 세계3차대전이 발발하고, 그로부터 300년이 지난 네오봉건시대. 봉건영주 알마비바(Almaviva) 백작과 그의 호위대장 피가로(Figaro)가 등장한다. 시대배경을 달리하고 등장인물의 설정만 살짝 틀어놨다. 주인공은 물론 다른 등장인물 역시, 원작에서 설정된 계층과 인물 간 갈등구조는 그대로다. 아니 대본 자체가 다 폰테의 것이다. 여기서 짚어볼 대목은 원작의 ‘재해석’과 새로운 ‘연출’이 갖는 설득력이다. 이 차이로 재해석본은 재창조된 걸작으로 칭송받거나 겉옷만 갈아입은 정체불명의 졸작으로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독일 그립스 극단(Grips Theater), 폴커 루트비히(Volker Ludwig) 대표의 뮤지컬 <리니에 1Linie 1>(1986)를 극단 학전의 김민기 대표가 들여와 번안, 연출한 작품이다. 원전을 재창조의 영역으로까지 올려놓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사회적 배경이 다른 내용과 그 메시지를 오늘 우리 한국사회에 알맞게 되살려 냈기에 가능했다. 만약 극단 학전의 <지하철 1호선>(1994)에 독어 대본을 읽는 한복 차림의 갑돌이, 갑순이가 등장한다고 상상해보라. 아찔하지 않은가.

오페라에서 극과 음악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모차르트와 다 폰테의 예에서 알 수 있듯 보마르셰 원전이 갖는 사회변혁 메시지가 퇴색되었다는 비판을 모차르트는 음악적 예술성으로 보완했다. 이번 미추홀 오페라단의 <피가로의 결혼>에서 음악과 극과의 관계는 어떠했을까. 원곡에 충실했고 지휘자 마우리찌오 발딘(Maurizio Baldin)이 이끄는 루마니아 미하일 조라(Mihail Jora) 오케스트라의 연주 또한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극 중간 성악가와 미묘하게 어긋나는 호흡, 극의 긴장과 이완을 극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해석은 조금 아쉬웠다.

특히 원곡에 충실한 음악해석은 미래로 설정한 연출과는 별 상관이 없어보였다. 이런 면에서 2006년 잘츠부르크 오페라 페스티벌3에서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Nikolaus Harnoncourt)가 지휘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음악해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탁월한 해석이라는 호평과, 원곡의 의미를 반감시켰다는 혹평이 교차했지만 연출가 클라우스 구트(Claus Guth)의 연출과 절묘한 궁합이었다. 클라우스 구트는 <피가로의 결혼>에서 복잡한 심리연출을 시도했다. 묵역(默役)무언의 배역 에로스(Eros)를 등장시켜 연출의도를 강화하는 장치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 연출을 위해 음악은 원곡과 같은 템포를 유지할 수 없었다.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를 위해 충분한 연기시간을 줘야했기에 매우 느린 템포의 연주가 필요했던 것이다.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피가로의 결혼>이 2006년 잘츠부르크 오페라페스티벌에서 최고의 프로덕션으로 칭송받는 이유는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미추홀오페라단의 음악도 새로운 연출과 호흡하고 그 의도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역할로 기능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울러 <피가로의 결혼>의 원전이 희극이고 오페라 부파(opera buffa)4라는 점 때문에, 또 관객의 이해를 돕고 재미를 선사한다는 이유 때문에 이 오페라가 갖는 메시지의 무거움이 퇴색된다면 이는 가장 큰 해석의 오류로 지적받을 수 있다. <피가로의 결혼>은  18세기 당대 유럽사회 지배층의 부조리, 그리고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싸운 작품이다. 이 변혁의 ‘정신’이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이고 작품을 통해 도드라져야 하는 핵심이다.    
미추홀오페라단은 인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몇 안 되는 민간 오페라단 중 하나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매년 큰 규모의 오페라를 올리고 있다. 2006년 정기연주회도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를 올렸는데 이 작품 또한 새로운 해석과 연출을 시도했다. 공연의 성패 여부를 떠나 미추홀오페라단의 이러한 시도는 높게 평가할 만하다. 앞으로도 미추홀오페라단의 ‘시도’가 계속되길 바란다. 내년에는 좀더 다듬어진, 미추홀오페라단만의 새로운 오페라 프로덕션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