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라는 명제 아래 모든 것이 변화한다. 진회숙은 시대의 유행인 양 무비판적으로 변형되는 국악의 일면을 최영덕 장새납독주음반을 내세워 비판하고 있다. 물론 이런 흐름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우리의 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필자의 의지에는 동감하는 면이 없지 않다.

다만 누군가 지키는 자가 있다면 누군가는 새로운 판을 깔고 열어 놓는 자도 있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의 전통음악이 대중들과 유리되어 있는 엄연한 현실 앞에서 우리의 전통만을 고수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필자는 태평소를 개량해서 만든 장새납 연주가 김세레나 류의 대중음악과 유사하며 1980년대 중반부터 진행된 국악기 개량사업은 서구에 대해 비주체적인 태도라고 비판한다. 최영덕이 북한의 공훈배우(연주자)임을 감안할 때 그의 음악이 김세레나데 풍의 대중음악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김세레나데 풍의 음악은 나쁜가? 그의 음악을 통해 마음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보다 더 훌륭한 연주가 어디 있겠는가?

또한 악기가 국악기인지, 양악기인지 혹은 개량악기인지보다 그 연주가 무엇을 지향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전자장구를 선보인 퓨전국악그룹 ‘공명’, 전자거문고를 켜는 이정주, 해금연주자 강은일 등 무수히 많은 국악인이 우리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클래식, 재즈, 프리뮤직, 대중음악 등 다양한 음악장르와 만남을 시도한다. 그런 만남을 통해 국악의 연주영역을 넓히고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인다.
미래의 누군가가 딛고 나갈 동시대의 전통음악을 만드는 노력이 어떻게 현대적 어법과 조화를 이룰지 좀더 희망적인 시선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