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신신인류(新新人類)’1 작가로 주목받던 저우 웨이후이(周衛彗)의 소설 『상하이베이비(上海寶貝)』(1999)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는가. 한국에서도 번역된2 소설을 읽어봤냐고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들어봤냐고 묻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저우 웨이후이의『상하이베이비』는 소문으로 유통된 소설이기 때문이다. 소설의 센세이셔널한 내용과 작가 사진이 크게 인쇄된 책표지, 대규모 사인회 투어, 동년배 작가 미앤미앤(棉棉)과의 표절시비, 연이은 판금조치. 2000년 중국에서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된 이 소설은 일련의 사건들을 생산하면서 끊임없이 사읽기 혹은 돌려읽기를 부추겼다. 의도된 소문과 그에 연루되고 파생된 소문들이 반자전(半自傳)이라고 밝힌 원텍스트에 덧입혀지고 다시 허구로 가공되어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현실에서 벌어진 사건들이 소설의 허구성을 압도하면서 원텍스트는 사건을 날조한 삼류잡지처럼 소비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외국에서 이 책이 출판되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데에도 관철되었다. 선정적인 내용 등으로 중국정부에 의해 판매금지조치를 당했다는 사실은 외국 출판사와 독자들의 호기심을 부풀렸고,  출간에 때맞춰 작가가 독자사인회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그 호기심은 증폭되었다. 출간 이후 『상하이베이비』는 34종의 언어로 48개국에 출판되었으며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지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총 11개 국가에서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진입했다.
그러나 문학형식이라는 면에서 『상하이베이비』는 새로운 점이 없는 소설이다. 형식면에서는 오히려 전통적이며 단정한 문체를 선보인다. 뿐만 아니라 충격적인 묘사와 대조적으로 소설의 서사도 단조롭다. 소설이 대중적으로 격렬한 찬반논쟁을 야기했던 원인 중의 하나는 정제된 문체에 얹힌 선정적인 묘사가 주는 대비의 효과였다. 그러나 이러한 센세이셔널리즘 이면에 좀더 심층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이 소설은 무엇보다 1990년대 상하이에서 성장한 신인류의 서사를 통해 시장체제의 총아로 떠오른 ‘포스트70’3이라는 새로운 도시 아이들의 삶과 사고 스타일을 파격적이고 과시적으로 제시한 데 있다. 웨이후이는 빈궁을 모르고 잡다한 세상사도 모르며 소비와 욕망이 우선하는, 성장이 정지된 심미적 인류를 상상한다. 인물들은 파티와 정신과병원과 커피숍, 레스토랑을 전전하는 생활을 향유하며 삶의 내용을 섹스와 마약흡입, 문학과 영화, 록음악에 대한 긴 인용문과 헌사들로 채운다.

소설의 상상력은 대중적 삶과 최대한 거리를 두는 특별한 다른 삶을 향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소설이 수집한 것은 정확하게 세 명의 등장인물의 이름과 일치한다(성/유행/화폐-마돈나/코코/마[르]크). 그리고 이 대중적인 것을 염오(厭惡)하는 수집가적 소설가의 눈에 든 대상은 예술가그룹과 화이트칼라계층이다. 그러나 소설은 이들이 작업을 마치고 난 뒤와 퇴근한 뒤의 세계에 집중한다. 작업장과 주거의 구획이 완성되어 가는 1999년 경의 상하이에서, 소설은 작업과 휴식이 완전히 분리된 세계를 보여준다. 낮의 노동과 세속의 시간은 생략되었다. 대신 들어선 밤의 시간은 화이트칼라든 예술가든 룸펜부르주아든 모두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유한(有閑)한’ 독신의 화이트칼라와 예술가, 룸펜부르주아만이 모일 수 있는 시간이다. 이러한 인물은 ‘미녀작가’와 ‘신체글쓰기’ 등으로 유사하게 화제를 불러모았던 미앤미앤의 그것과 대조된다. 미앤미앤의 인물들이 신체와 기억에 매달리며 정체성을 탐문하는 본격 시장체제의 빈한한 예술가인물들이었다고 한다면, 저우 웨이후이의 인물들은 유한한 밤의 시간에 탐닉한다. 성장을 거부한 아이들은 체제에 반항하기보다 현실을 잊고서 그 깊숙한 곳으로 도주한다. ‘상하이베이비’는 신기루 같이 일어난 상하이의 번영과 올드상하이(老上海)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등에 업고 나르시시즘적으로 질주하는 아이들이다. 그러므로 외국에서 저우 웨이후이에게 주목했던 ‘체제저항 작가’라는 타이틀은 사실과 거리가 멀며 사후적으로 부가된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이 『상하이베이비』는 소설가의 운명까지 전환시켰다. 저우 웨이후이는 작가와 작품은 별개라는 신화를 버리고 은둔형의 격리된 작가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뒤집으며 새로운 ‘작가’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이 새로운 작가는 연기자와 닮아있다. ‘연기하는 작가’에는 노출의 트릭이 숨어있다. 웨이후이는 보여주지만 이 보여주는 것은 계산된 것이며 전부는 아니라고 시치미를 뗀다. 이는 자전적 소설이 이야기의 자연성, 순수성, 사실성에 무게를 두다보니 엄숙해서 때로는 독자를 불편케 하는 것과 정반대의 효과를 낳는다(가령 미앤미앤 소설의 철저한 파괴력과 치열함이 가져다주는 불편함과 비교해보라). 행동은 의도된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가짜이기 때문에 문체는 경쾌해질 수 있다.
스캔들로서 『상하이베이비』는 소설의 생산과 소설가의 기능전환 등 문학 외적인 돌파로 대중들의 눈길을 모으는 데 성공함으로써 2000년대 중국문학의 상업화 경향의 징후를 드러냈다. 새롭게 각광받는 ‘포스트80’ 작가들은 긍정하든 부정하든 『상하이베이비』가 개척한 출판시장과 그 사건이 남긴 잔해 속에서 전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