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 문제를 떠올릴 때마나 나는 위태위태한 느낌이다. 초고속 성장 속에 극과 극을 치닫는 사회, 그 발전궤도에는 안전장치가 없어 보인다. 문혁(文化大革命)으로부터 40년, 중국의 변화는 극단적이다. 이들이 과연 ‘그때 그 사람들’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중국인들은 환골탈태했다. 무수한 사회문제들이 하루가 멀게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기대 아래 은근슬쩍 묻혀버리기 일쑤다.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라는 듯. 어느 시인의 말처럼,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1 아무리 혹독한 세월이었다 하더라도 지난 시절은 오늘을 위한 의미있는 거름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도 그렇고 중국은 더욱 그렇다. 우리는 형식적으로나마 민주화를 이룬 것으로 위안삼아야 할까?

위 화(余華)가 『허삼관매혈기(許三觀賣血記)』 이후 10년 만에 발표한 소설 『형제』의 주인공 이광두는 중국현대사를 그대로 체현한 인물이다. 『허삼관매혈기』의 허삼관이 자기 시대를 낙관적 태도로 견뎌낸 인물이라면 그보다 한 세대 아래인 이광두는 이를 적극적으로 헤쳐나간다. 그 과정에서 중국인이 외면하고 싶어하는 과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모든 것을 얻었으나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은 한 자아의 초상이 나타난다. 작품은 1권의 문혁시기(1966~1976)와 2·3권의 개혁개방시기로 나뉜다. 

한동안 내게 중국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작용했던 허삼관에 이어 등장한 이광두는 중국의 현재를 대변하는 상징적 캐릭터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인상적이다. 형제 송강과 함께 신산했던 유년기를 보낸 그는 개혁개방과 자본주의의 물결 속에서 타고난 사업가 기질을 발휘해 갑부가 된다. 사랑했던 임홍이 형제 송강과 결혼하자 그와 절연하고 오직 돈 버는 일에만 몰입하는 이광두는 다시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정관수술까지 감행한다. 엽기적인 미인대회를 열어 참가자들을 농락하고 임홍과 불륜을 저지르는 등 그야말로 타락한 캐릭터이지만 우리는 그를 미워할 수 없다. 작가가 말하듯 이광두는 중국사회가 잃은 것과 얻은 것을 온몸으로 증언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전작 『허삼관매혈기』를 통해 고난의 시간을 견뎌온 중국인민들을 따뜻하게 위로했던 위 화는 이제 『형제』에서 지난 40년이 중국인민에게 가져다 준 고통과 현재 중국인민이 맞닥뜨린 혼란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이 출간되자 격렬한 토론이 네티즌과 비평가 들 사이에서 벌어졌다. 있지도 않은 사실을 날조한 허황된 삼류소설이라는 혹평이 나오는가 하면 울다 웃다 다시 눈물짓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찬사가 그에 팽팽하게 맞섰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문혁에 관해 말하자면, 우리는 당이나 홍위병(紅衛兵) 같은 추상화된 폭력집단으로부터 핍박받는 개인의 모습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기실 그들이 서로 이웃이고 가족이었음을, 『형제』는 폭로하고 있다. 한때 서로를 죽음으로 내몰다가 이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살아가는, 또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속마음은 얼마나 참담할 것인가. 

이 소설에는 비극과 희극이 혼재되어 있다. 문혁 시기 송범평이 죽는 장면은 숭고하기까지 하지만, 그 직전까지는 미구에 들이닥칠 비극적 종말과 너무나 다른 가슴 따듯한 유쾌함이 넘친다. 또한 비참한 죽음을 앞둔 송강이 삶의 마지막 순간을 음미하는 동안 이광두가 처녀막재생수술까지 시킨 임홍과 벌이는 정사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코믹하다. 자신이 속한 사회를 이렇게까지 정면으로 응시하며 그 본질을 들춰내는 작가의 필력이 놀랍기만 하다.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문학의 죽음과 인문학의 위기를 논했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냉철하게 성찰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사회양극화를 비판하면서도 상위 ‘텐프로(10%)’에 엉거주춤 끼고싶어하는 욕망과 이미 그 안에 안착한 사람들의 안도감을 감지하기는 어렵지 않다. 모든 것을 미국 탓, 신자유주의 탓으로 돌리는 논리도 이젠 식상하다. 한국의 작가들이 어째 다들 사업가 같다던 위 화의 술자석에서의 힐난이 폐부를 찔러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소소한 일상을 다룬 소설들이 일본소설과 함께 서점가를 점령하고 있는 가운데 위 화의 고군분투는 단연 돋보인다. 그의 소설을 두고 중국적 이야기전통으로의 회귀니 어쩌니 하는 평들은 옳지 않다. 자신이 속한 사회를 깊이 들여다보며 도대체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를 부단히 되묻는 그는 자신과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글을 쓰는 병자일 뿐이다. 그런데 상위 ‘텐프로’ 운운하고 보니 갑자기 이 글을 읽게 될 지인들의 질타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너도 그렇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