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중국의 불법상인들이 소금에 절인 오리알 속에 독성을 지닌 공업용 염색료 쑤단홍(蘇丹紅)을 넣어 판매한 적이 있었다. 이 색소를 넣으면 황색 오리알이 선홍색을 띠게 되는데, 따라서 아주 잘 팔렸다. 이 불법행위가 발각되자 신문과 잡지, TV 매체들은 앞 다투어 ‘오리알이 왜 그렇게 인기가 있었나’ 라는 제목으로 이 추악한 진상을 폭로했다. 지금 중국은 이 중톈(易中天)에서 위 단(于丹)1 까지 또 ‘한류(韓流)’에서 ‘챠오뉘(超女)’·‘콰이난(快男)’2까지, 이른바 열풍적 인물과 사건들이 줄지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문화현상이 열풍을 일으킨 사례는 지난 20세기의 80년대에도 이미 출현한 적이 있다. 바로 위 츄위(余秋雨)의 산문이 그 중 하나다. 우리도 기자들의 말투를 따라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위 츄위는 왜 그런 인기를 누렸을까?”

1989년 상하이의 잡지 <셔우훠(收穫)> 특별기고란에 상하이연극전문대학 교수 위 츄위의 산문이 처음 연재되었지만, 반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 때 발표했던 글들을 모은 원고 『문화로의 고된 여행(文化苦旅)』이 여러 출판사들을 전전하다 간신히 상하이 동방출판센터(東方出版中心)로 넘겨졌지만, 이 책에 대해 출판사 측은 확신을 가지지 못했고 그 출간여부를 두고 내부의 견해차도 매우 컸다. 1992년, 결국 상하이 동방출판센터에서 이 책이 나왔는데, 예상 밖으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위 츄위의 이름은 순식간에 널리 알려졌고, 그의 산문 역시 중국과 해외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 이후 그의 산문은 발간되기만 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반향을 일으켰다. 『산중수필(山居筆記)』, 『문명의 파편(文明的碎片)』, 『위 츄위 산문집(秋雨散文)』, 『서리 내린 장강(霜冷長河)』, 『천년의 탄식(千年一嘆)』, 『나그네의 끝없는 여정(行者無疆)』 등의 산문집들은 연속적으로 ‘위츄위산문열풍’이라는 센세이션을 일으켜, 중국 당대(當代)산문출판계에 전무후무한 현상이 되었다. 게다가 그 이후 위 츄위는 홍콩의 펑황(鳳凰)위성TV의 요청으로 문화유산답사에 관한 특별 고정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에 힘입어 그는 하루아침에 중국어문명권내 가장 영향력 있는 대작가로 부상했고, 온갖 명예와 영광이 줄지어 그의 손에 들어갔다. 어느 통계에 따르면 『문화로의 고된 여행』의 발행부수만 500만 권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 통계수치는 출판시장에 떠다니는 각종 해적판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1992년을 전후한 시기는 중국의 출판업계가 이미 시장경제로 변모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문화로의 고된 여행』은 당시 연간 수익이 썩 좋지 못했던 동방출판센터의 몇 년 간의 생계를 유지해 주었다고 한다.

사실 위 츄위가 중국대륙에서 열풍을 일으킨 첫번째 문화인사는 아니다. 당시야오(瓊瑤)3를 대표로 하는 타이완의 애정소설과 진 용(金庸)의 무협소설 외에, 산문 방면에서도 중국대륙의 왕 궈젼(汪國眞), 홍콩과 타이완의 싼 마오(三毛)4, 시 무롱(席穆容)5 등이 이미 젊은 청년세대의 추종을 받은 바 있다. 위 츄위의 초기 산문은 대체로 세상을 유랑하는 예술가의 시점에서 쓰여졌는데, 이런 스타일은 앞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싼 마오와 공통된다. 화려한 나열과 수식을 선호하는 그의 문체는 당시 중국을 휩쓸고 있던 타이완·홍콩의 ‘소녀풍’ 산문붐과 약속이나 한듯 딱 들어맞았다. 이러한 특징 외에도 위 츄위는 산문에 “옛일을 빌어 오늘을 슬퍼하는” 역사적 사유를 가미하여 ‘회고’의 깊고 그윽한 정을 드러냈다. 그래서 그의 산문은 일반산문이 아니라 문화적 사유를 담은 ‘대산문(大散文)’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에 들어와 그의 산문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기 시작했고 심지어 격렬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문화대혁명 시기 위 츄위의 추악한 행태를 들추어 그의 인격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그런 논쟁 자체가 위 츄위 열풍의 일부가 되었다. 우리는 산문사(散文史)적 의미에서 위 츄위 현상을 이해해서는 안 된다. 위 츄위는 특정 시대의 문화적 징후를 보여주는 기호일 뿐이다. 그렇지만 이 문화적 기호 안에는 그 시대에 관한 풍부한 정보가 담겨 있다.
1980년대는 중국의 문화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던 시기였다. 서구문화가 조금씩 중국을 균열하면서 그 틈새로 ‘문화열(文化熱)’이 불어왔다. 그리고 중국의 경제가 대외적으로 개방됨에 따라 문화열에 소비주의가 은밀히 결합되면서, ‘차문화’, ‘음식문화’, ‘복식문화’ 등 각종 상업주의적 활동들이 모두 ‘문화’라는 탈을 쓰고 무대에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문학 방면에서는 1980년대 이전 문화대혁명이 가져온 재난에 대한 염증과 증오가 확산되어 대중들은 정치적 색채를 띤 문학작품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몽롱시파(朦朧詩派)6를 비롯한 모더니즘 계열의 시인들이 모두 서구의 지식을 적극적으로 흡수하여, 순시(純詩)·순문학(純文學)의 방향으로 발전해갔다. 또한 바로 이 시기에 출판업계 역시 손익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시장경제화 방향으로 개혁되기 시작했다. 문학잡지들의 등급이 매겨졌고 모든 잡지들은 외양에 힘을 쏟아 보기 좋은 양장본을 만들었다. 화이트칼라계층과 소자산계층을 겨냥한 잡지들이 점차 두각을 나타냈다. 이런 잡지에 실린 글들은 형식적 측면에서는 서정적인 미문(美文)이어야 했고 내용적으로는 개인의 한가롭고 여유로운 생활을 묘사해야 했다. 1990년대 이후 이미지의 시대가 도래하여 독자들이 장편대작을 더욱 싫어하게 되자, 평이하고 유쾌한 소품형 산문들이 신속하게 독서시장을 점령했다.

1989년 톈안먼사건(天安門事件)  이후 대중들의 정치참여의식과 열정은 다시 한 번 상처를 입었다. 젊은 세대들은 환멸을 느꼈다. 그들은 정치 이야기를 꺼렸고 대신 민첩하게 자본의 바다에 뛰어들어 상인의 길로 들어섰다. 주목할 것은 위 츄위의 산문이 바로 그런 시기에 출현하여 시대의 요구에 정확히 영합해 주었다는 사실이다. 대중들은 집을 상실하고 폐허가 된 자신을 대신 이야기해 줄 글이, 하늘 끝을 방랑하는 자신들의 피로와 격변을 말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문인들도 문화와 역사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요구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반성은 추상적인 ‘문화’와 ‘문명’, ‘중화문명’에 대한 반성이거나, 혹은 편협한 ‘민족주의’를 명분으로 진행된 ‘총체적’ 반성일 뿐이었다. 그들의 역사사유란 현실과 역사를 단순하게 접목시킨 것으로, 일부 학자의 성실한 대조와 확인과정에 의하면 『문화로의 고된 여행』만 해도 약 200여 곳에서 오류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문화와 문명의 ‘뿌리찾기’가 조롱거리로 변한 것이다.

중국에서 위 츄위의 글쓰기 방식 혹은 글쓰기 취미는 결코 참신한 것이 아니다. 일찍이 1930년대에 저우 쭈어런(周作人, 1885~1967)도 비 오는 날 쓴 차 맛을 품평하는 담담한 미문을 즐겨썼다. 린 위탕(林語堂, 1895~1974) 역시 유머러스하고 한적한 소품문(小品文)을 주장했었다. 자신의 낡은 지식을 자랑하고 마치 자신이 하늘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듯, 중국인의 현실생활에 관심을 두지 않은 그들의 미문에 대해, 루 쉰(魯迅, 1881~1936)은 ‘소소한 장신구’에 불과하다며 비판한 바 있다.
현재 중국에서 위 츄위는 예전만큼 인기있지는 않다. 그래서 그는 최근 한 권의 책을 낸 후 절필을 선언했는데, 아마도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을 것이다. 물론 위 츄위를 비판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은 아니다. 이 글의 목적은 ‘위츄위현상’이 중국에 새로운 독서시장과 독자취향이 형성되면서 추상적인 문화사유나 인류문명에 관한 담론으로 구체적인 정치사유를 대체하려는 경향, 1970년대 리우 바이위(劉白羽)나 양 쑤(楊溯), 쥔 칭(峻靑)7 들의 ‘정치적 산문’을 내팽개치고 신종 인스턴트문화상품을 향해 내달리는 사회 현상을 반영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데 있다. 이런 인스턴트문화상품 속에서 글쓰기는 현대문화를 생산하는 산업기제의 일부가 되었고, 상업적 이윤이 지배하는 가운데 문학은 정치성을 상실했다. 이런 문화산업 속에서, 비록 한 명의 위 츄위는 사라졌지만 또 다른 수많은 위 츄위가 그 뒤를 이어 출현할 것임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각주

1. 이 중톈과 위 단 두 사람은 중국 국영방송 CCTV 채널10의 인문강좌 프로그램 <바이쟈  쟝탄(百家講壇)>에 출현하여 각각 『삼국지』와 『논어』를 강의했다. 이들의 강좌는 중국 대중들의 폭발적인 반응과 인기를 불러일으켰다. 방송의 효과로 그들은 유명한 문화인사가 되었고 그들의 저작 역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  챠오뉘(超女)·콰이난(快男)은 챠오지뉘셩(超級女生)·콰이러난셩(快樂男生)의 준말로서, 2006년 후난(湖南)위성채널에서 방송된 오락·연예 프로그램이다. 출연한 남녀들을 노래부르기를 중심으로 경쟁에 붙여 최후의 ‘멋진 여자’·‘멋진 남자’를 선발한다. 최후에 남는 1인의 남녀를 챠오뉘·콰이난이라 한다. 이 프로그램은 휴대폰 문자메시지 투표 등 시청자의 직접참여 형식을 통해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챠오뉘·콰이난에 선정된 남녀들에겐 팬클럽이 결성되었고, 또 광고모델이나 음반취입 등의 기회가 주어진다.
3.  상하이에서 출생, 타이완에서 활동한 저명한 여성소설가.  
4.  타이완의 저명한 여성소설가·산문가.
『꿈속에서 꽃은 얼마나 떨어졌을까?(夢里花落知多少)』, 『사하라사막이야기(撒哈拉故事)』 등의 대표작을 통해 전세계 화교사회에 널리 알려졌고 대륙에도 많은 독자층이 있다.
5.  타이완의 여성시인·화가. 1980년대 초 감미로운 시로 중국 대학생들의 심금을 울렸다. 

6.  1970년대 말~1980년대 초에 등장한 시파. 대표적인 인물로 베이다오(北島)가 있다.
7.  중국 현·당대 작가들. 주로 중국공산당의 혁명투쟁과 혁명적 낙관주의, 혁명을 위해 희생하는 영웅적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