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냉전시기 우리에게 자유중국으로 불렸던 타이완은 대내적인 민주화 노력과 대외적인 탈냉전의 국제적 기류 속에서 반공 이데올로기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국가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경제적 성장과 민주화 성취를 바탕으로 시작된 이러한 변화는 정치적으로 탈중국을 통한 독립적인 주권국가를 지향하고 다종족사회(multi-ethnic society)인 타이완의 문화적 주체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타이완이라는 독립적인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은 ‘하나의 중국’이란 국제정치의 현실적 벽에 부딪혀 있다. 이와 달리 타이완 문화의 주체성 추구는 학술, 교육, 문화 등 각 분야에서 다양하게 시도되고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타이완문학의 성립과 연구 역시 이러한 문화적 주체성 추구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으며 십여 년의 노력으로 인해 독립적인 학문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1987년 계엄해제 후 타이완문학 연구의 폭발적인 성장은 우선 역사ㆍ문학 연구에 대한 장기간의 억압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1949년 중국내전에 패배한 국민당은 타이완으로 철수하여 중국정권을 연장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중국 통일의 근거지로 삼은 타이완은 십여 족(族)의 원주민과 각기 다른 시기에 이주해 온 한인들로 구성된 다종족 이민사회였다. 또한 과거 청조에 의해 일본에 할양되었던 식민지로 반세기의 피식민 지배에서 갓 벗어난 곳이기도 했다. 국민당 정권은 이러한 다원적 사회성격과 이질적인 역사경험을 무시하고 냉전 이데올로기인 반공의식을 일방적으로 타이완사회에 주입시켜 왔다. 그 과정에서 중국대륙을 무대로 한 역사와 문화가 정통으로 인식되고 타이완과 관련된 학술연구는 장기간 정부의 억압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 상황으로 인해 타이완문학은 존립조차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1970년대 초 유엔 강제탈퇴와 미국, 일본과의 단교 등 국제정치에서의 고립은 요원한 중국의 꿈에서 벗어나 생활 근거지인 타이완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1980년대 정치적 민주화운동과 더불어 자국문학에 대한 관심은 향토문학-본토문학-타이완문학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정명(正名)과정을 거쳐 1990년대 대학의 정식 학문영역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타이완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23개 대학에 타이완연구 관련학과와 대학원과정이 생겨났고 타이완문학과 역사연구에 투입된 연구인원도 연간 500~600명에 달한다고 한다. 연구인원의 급속한 증가 이외에도 최근 5년간 타이완문학 관련학술회의가 한 해 20여 차례 개최되는 등, 활발하고 적극적인 연구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오랫동안 묻혀있었던 타이완문학 자료와 텍스트 발굴에서부터 개별 작가와 작품 연구, 문학사 서술을 거쳐 현재 식민과 냉전의 동일한 역사경험을 가진 동아시아 문학과의 비교, 참조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와 궤를 같이하여 타이완문학의 연구경향 역시 타이완 특유의 역사경험을 찾고 타이완 의식을 추구하는 데서부터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 문학 속에서 타이완문학의 위치를 자리매김하고 지역문화에 공헌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타이완문학 연구추세에 힘입어 각종 민간연구소와 도서관, 작가기념관이 차례로 문을 열었는가 하면 행정원(行政院) 산하 국가문화건설위원회에 직속된 기구로 2003년 국가타이완문학관(國家台灣文學館)1 이 설립, 운영되고 있다. 타이완 남부의 고도(古都)인 타이난(台南)에 위치하고 있는 타이완문학관은 일제시기 관청으로 제2차세계대전 때 미군의 폭격으로 허물어진 지붕을 보수하고 주변 건물과의 조화를 위해 지상 2층과 지하 3층의 아담한 프랑스식 건물로 개축한 건물로 백 년 역사를 가진 고적(古蹟)으로 지정되어 있다. 타이완문학관은 타이완의 국가급 문학박물관으로 타이완문학 자료 발굴과 보존, 연구 외에도 정기적으로 각종 전람회와 이벤트를 통해 타이완문학을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먼저 자료 발굴과 보존은 타이완문학 존립의 기초이며 문학관의 주요임무이다. 초기의 원주민 시기부터 네덜란드 점령시기, 명대 정성공(鄭成功, 1624~1662)2 통치시기, 청조 점령시기, 일제시기와 2차대전 후의 현대문학을 망라하는 방대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유실된 자료를 찾는 것은 물론, 원주민문학, 민간문학, 그리고 금기시되었던 현대문학잡지 발굴과 자료 정리가 진행되고 있다. 타이완문학 연구는 문학관 자체에서 진행하는 정기적인 학술세미나 개최, 학술논문집 『타이완문학연구학보』의 발행, 타이완문학관련 자료집 출판, 문학 데이터베이스 구축 이외에도 매년 우수한 타이완문학 연구논문에 대한 상과 장학금을 수여하여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자체 연구활동 외에 각 대학에서 개최하는 학술회의를 지원하는데, 매년 그 회수가 십 여 건에 달하고 있다. 또한 2개의 상설전시장과 4개의 특별전시장에서 타이완문학 작가와 작품에 대한 상설 전시와 테마 전시를 개최한다. 현재 진행 중인 상설 전시로는 <타이완문학의 발전>, <구건축 신생명>, 테마 전시로는 <문학화원의 관개: 1997-2004년 문물기증 주제전>과 <시인, 건배!-예 띠(葉笛)서거 일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다. 또한 타이완 각지의 문화기관과 협력하여 순회전시도 개최하는데, 현재 <계엄시대 수난작가 순회전>이 문학관의 주관으로 타이쭝(台中)에서 열리고 있다.   

타이완문학의 보급과 대민 홍보, 교육은 최근 들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작가와의 만남, 문학지망생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 제정, 어린이를 위한 아동문학 체험실 상설 등 여러 가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매월 3, 4차례의 특별강연과 좌담회를 마련하여 연구자들에게 의견교환의 기회를 제공하고, 전문 안내원을 배치하고 단체 전람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등 민중에 대한 홍보와 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문학도서 열람실과 아동문학실을 별도로 설치하여 보다 다원화된 민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타이완문학이라는 용어의 성립과 활발한 연구는 타이완문화의 주체성을 추구하는 일련의 사회운동과 병행되어 왔다. 주권국가로의 진입이라는 근대적 과제와 맥락을 같이 하는 만큼 문학 외적인 요소의 영향을 받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간의 노력과 연구 성과의 축적으로 타이완문학은 독립된 학문영역으로 자리잡았다. 충실하고 진실되게 역사와 사회 속에서 사람을 반영하는 것이 문학이라면 타이완문학이 겪어온 지난한 과정은 하나의 좋은 사례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