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영의 「파편으로 떠도는 인간들」은 전시비평임에도 불구하고 그 전시가 어떠했는지 확연히 그려지지 않았다. 상당부분 질 들뢰즈의 철학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었고, 독자는 그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원배의 작품에 나타나는 인간은 결코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힌 수인 같은 존재”로 읽히지 않는다. 역동적인 포즈와 사색에 잠긴 표정, 현실을 달관한 붓다의 도상처럼 표현된 인간형은 현실에 절망하거나 안주하여 불행해하지 않는다.

전시의 부제에서 밝히고 있는 ‘상황의 실존주의적 변주‘를 연주하는 등 달관하는 삶의 태도를 지니고 있다. 작가는 표현주의 경향의 작업을 해오면서 사회의 부조리와 현실에 직면하는 소외된 인간계층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고 이를 작품화해 왔다. 그러나 80년대의 작품과 90년대의 작품, 그리고 최근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인물들은 더욱더 긍정적인 색채로 묘사된다. 과거보다 좀더 간결하고 단순화된 배경은 인물의 형상이나 식물의 형상을 오히려 강하게 부각시켜주고 있고, 인물은 단단하게 강조된 볼륨으로 역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어두운 배경은 금속성의 불상처럼 반사광을 드러내는 인물의 포즈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배경이 있기에 주제가 드러나며, 어둠이 있기에 밝음이 있다.

“인간들에게 타인과 기계적 구조물은 서로 겉도는 존재”라거나, 오원배의 “실존적 인간이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무력감”속에 있으며, “거대한 회화가 공허와 공포에 젖어 있다”는 이선영의 해석에 동의할 수 없다.
‘같다는 것은 다름에서 같음을 분별한 것이오, 다르다는 것은 같음에서 다름을 밝힌 것이다’는 원효대사의 화쟁의 사유로 화평과 화해를 추구하는 작가의 불가적 가치관을 밝혀주었다면 독자에게 더욱 친절한 비평공간이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