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홍콩의 통치권이 중화인민공화국에 반환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10년 전의 경제상황과 비교해 볼 때, 현재의 홍콩경제는 여전히 성장국면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지표를 보면, 실업률이 1998년 중반 이후 최저치인 4.2%로 줄었고 일자리는 1997년 수준으로 창출되었다. 또한 215,006달러(홍콩)에 이르는 2006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종전 최고치인 1997년의 210,350달러를 넘어섰다. 이렇듯 홍콩경제는 장밋빛 미래를 맞이하고 있는 듯하지만, 정치 분야는 불안과 격변의 위기에 놓여있다.

국가안보 방위에 우선권을 두지만 잠재적으로 홍콩의 출판겫링돛?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홍콩기본법(the Basic Law) 23조1 를 이행하려는 중국정부의 의지에서 파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법률제정과 부당한 통치에 대한 홍콩시민들의 대규모 시위(2007년 7월 1일)를 야기했고 결국 행정장관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또한 홍콩특별자치구의 행정장관 2 과 입법위원 직선제에 대한 논쟁도 홍콩의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문화가 현실투쟁이 전개되는 대안적 공간이듯, 홍콩의 문화분야는 홍콩과 중국 사이의 불안과 모순을 반영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대중국 홍콩무역을 확장하기 위해 자국의 정책을 완화할 필요가 있는 홍콩은 중국시장과 중국행정당국에 의존해야만 하며, 필연적으로 홍콩문화와 중국문화를 융합하려는 동력이 생긴다. 영화와 텔레비전 산업이 이러한 경향을 분명히 드러낸다.

1997년 반환 직후, 홍콩은 아시아 경제위기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경제적 영향은  증권시장, 부동산 가치, 평균임금의 급격한 하락에만 그치지 않고, 영화제작비는 물론 대중들의 여가활용비 고갈로도 이어졌다. 2002년 이후, 한 해 동안 홍콩에서 제작되는 영화편수는 종전 최대치였던 1993년의 242편에서 100편 이하로 현격히 줄어들었다. 한편 홍콩에서 벌어들인 티켓판매 비용은 홍콩 영화시장의 전성기에 비해 4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인터넷을 통해 온갖 종류의 문화상품을 불법적으로 복제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주도하는 아시아의 문화적 현실에서, 홍콩영화시장 또한 영화의 불법복제로 인해 부분적으로 손실을 보았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렇듯 홍콩의 문화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홍콩의 영화감독들은 거대한 중국시장의 잠재력에 의지하게 되었다. 중국영화(<영웅> 2002 등)를 제작하기 위해 중국의 국영과 민영 영화사와 제휴하는 감독들이 있는가 하면, 일부 감독들은 전통적인 중국의 문화적 요소를 활용하는 한편 중국문화를 영화의 주요 배경으로 하여 대규모 제작비가 드는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소림축구>, 2001 등). 이들은 종종 중국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국외자본을 이끌어내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그 한 예로 저우 싱츠(周星馳)의 <쿵푸허슬>(2004)은 콜롬비아영화사의 투자로 제작되었다.

중국의 행정당국 또한 2003년 6월 경제협력강화협정(Closer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CEPA)을 공표하는 등 경제적 불황에 직면한 홍콩의 문화시장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이론상으로는 경제협력강화협정이 외국시장의 중국진입을 금지하는 수입제한 쿼터제를 제거하면 중국어권 영화를 제작하는 모든 홍콩영화사에 상당한 경제적 기회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이 새로운 정책 속에서, 중국을 타겟으로 하는 지방(즉, 홍콩)의 영화생산이 지방에 대한 관심보다는 중국의 공식적 이데올로기와 가치를 반영하는 문화상품으로 주조되었다. 이 현상을 나는 ‘지방민족주의(local nationalism)’라 명하고자 한다. 홍콩영화사들은 중국시장 진입에 성공하기 위해 체질전환을 해야만 했다. 중국진출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중국정부의 검열기준에 맞게 영화를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홍콩영화 제작자가 성, 폭력 그리고 정치문제를 포함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자기검열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동일한 지방민족주의가 텔레비전 드라마들을 통해서 가정으로도 침투했다. 이 드라마들의 제작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중국정부는 지방담론을 결정하는 데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반환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메이저 중국 텔레비전방송국 TVB(Television Broadcast Limited)와 ATV(Asia Television Limited)는 그들의 중국 측 협력사들과 함께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텔레비전 드라마들을 제작했다. TVB는 CCTV의 자회사인 중국국제텔레비전회사(Chinese International Television Limited)와 협력하여 6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드라마 <세월풍운The Drive of Life> (2007.6.22~)을 제작하였다. “협력하여 중국의 꿈을 실현”한다는 주제를 갖는 이 드라마는 베이징과 홍콩에서 수십 년 동안 격리된 생활을 한 후에 재결합한 화(Hua)3형제에 관한 이야기다. 이 형제들은 외국시장을 무대로 성공하기 위해 자동차회사를 설립하여 최초의 중국산 자동차를 제작하려 시도한다. 중국어 글자 뜻대로는 중국 또는 중국문화를 의미하고, 상징적으로는 가족 구성원의 재결합을 지칭하는 화(華)는 모국(母國)인 중국으로 홍콩이 재결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삼형제의 사업에 대한 야심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나 가족의 결속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그것은 중국정부의 원조 하에 번영하는 홍콩을, 정치적으로는 모국인 중국의 발전을 공유하는 홍콩 사람들의 민족적 자긍심을 반영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맏형 화 원한의 발언이 명백한 증거가 된다. 그는 드라마에서 반복적으로 자신의 형제들에게 기업할 수 있는 좋은 환경과 국가정책을 제공한 중국정부에 대한 감사를 표현한다. 정치적 측면에서, 드라마의 구성은 홍콩국제금융센터의 의제가 아닌 국가적 의제와 관련된다. 국제중국자동차라는 전설은 중국 건국 이후 불경기에 처해 있는 중국 자동차산업의 침체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중국산 자동차 홍치(紅旗)는, 기술, 명성, 성능의 측면에서 중국에서 생산되는 세계 3대 자동차 브랜드에 비해 훨씬 떨어져 있다. 문화나 황금시간대 미디어를 이용해 대중에게 국가적 관심사를 상기시키는 것은 중국 정부의 통상적 관습으로 보통 ‘주선율(main rhythm)’이라 불리는데,3 미디어선전까지는 아니더라도 홍콩의 대중문화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TVB의 경쟁사인 ATV는 자체 제작 드라마 <영광의 귀환Glorious Return>에서 홍콩의 중국반환을 더욱 노골적으로 경축했다. 홍콩 상장회사의 대표이사인 동생과 베이징에 있는 구이점 주인인 형의 재결합이라는 유사한 전략을 지닌 이 드라마의 이야기는 서로의 차이와 사회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점차적으로 서로를 이해해가는 형제간의 우애를 그려냈다. 형이 동생의 목숨을 헌신적으로 구한 후 그에 대한 어떠한 보답도 거절하는 장면에서, 형은 애국주의적 어조로, 인간의 가치는 재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국가에 헌신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이런 시대착오적 서사는 상업적인 홍콩문화와 조화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으로 홍콩의 미디어를 장악해 왔다. 중국을 겨냥하는 문화상품의 경우 특히 그러했다. <영광의 귀환>은 여러 위성 텔레비전을 통해 광범위하게 방영되었다.

앞에서 논의한 것은 중국담론이 얼마나 압도적으로 홍콩문화의 각 측면에 개입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몇 가지 전형적인 예들에 불과하다. 사실, 중국의 민족주의담론은 홍콩 사람들의 모든 일상의 영역을 관통하고 있다. 사람들은 단순히 영화나 텔레비전을 통해서만 중국사회와 접하지 않는다. 요즘은 거리나 상점, 대중교통 수단에서 광동어 환경이 푸통화(普通話)를 말하는 대륙인들과 자연스럽게 융합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홍콩의 광고게시판이나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광고 문구 중 일부는, 번체자(繁體字)가 아닌 간체자(簡體字)로 쓰여지기도 한다.4

홍콩은 예술과 문화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장소이며, 홍콩인들은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는 데 익숙해 있다. 반환 후, 동서조우의 홍콩문화에 한 줌의 중국문화가 반짝거리는 것이 홍콩 사회로서는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새롭게 떠오르는 민족주의 이데올로기가 자유, 정의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지방의 가치를 맹목적으로 대체하기 시작한다면, 그야말로 대중적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번역_ 許恩光 인천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