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워D-War>(심형래 감독, 2007) 얘기를 하고 싶다. 그렇다고 요즘 항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에 끼어들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디워>를 비판하려고 들면 비판의 소지는 무궁무진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비판하려드는 것이 정녕 옳은 태도인가는 되새겨 볼 일이다. 많은 네티즌들이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디워>를 옹호하고 나선 것은 엘리트 영화평론가들에 대한 대중의 반감 역시 작용한 것일 터이다. 물론 나는 <디워>를 옹호할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다. 더구나 인터넷 지면을 메우고 있는 옹호의 논리는 건강하지 않다. 문제는 그 옹호의 논리가 이제 영화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 밖으로 나와 버렸다는 데에 있다. 

영화 <디워> 전체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것은 착종된 오리엔탈리즘이다. 그 오리엔탈리즘은 영화의 내용, 미장센(mise en scène)에 이르기까지 영화 전면에 고루 스며들어 있다. 500년 전 조선에서 환생하지 못한 악한 이무기 부라퀴가 미국 LA 한복판에서 환생한다는 설정 자체가 우선 그렇다. 외국 배우의 입에서 나오는 ‘이무기’, ‘여의주’와 같은 어수룩한 한국어 발음이나 한국 전설에 대해 미국인 배우들이 서로 주고받는 내용들을 보면 우리는 마치 헐리우드 영화에 우리가 주연 배우로 등장한 듯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영화 마지막 씬에서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아리랑은 그런 점에서 압권이다.

그러나 이런 장면들 말고 나는 영화에 등장하는 전설의 원류, 즉 500년 전 조선의 장면에 주목하고 싶다. 왜 거기에 그려진 우리의 모습이 <007어나더데이Another Day>(2002)에 등장한 우리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 것일까. <007어나더데이>는 남북분단체제와 연관된 첩보전을 다룬 영화였다. 영화의 소재가 그렇다보니 숱한 동양인, 아니 한국인들이 등장하고 한국어 대사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격한 발음의 한국어는 영화 속에서 어찌나 생경하게 들리던지…….

<디워>에 등장하고 있는 조선인들도 <007어나더데이>의 한국인처럼 낯설다. 그들의 복식(服飾)과 건물들 또한 전혀 조선적이지 않다. 단청이 그려진 조선식 기와집 앞에서 벌어지는 결투 장면을 생각해 보라. 그건 서구인의 눈에 비친 조선일 따름인 것이다. <디워>는 심형래 감독의 한국영화이면서도 미장센은 서구의 그것이다. 이를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런 점에서 다시 주목해 보고 싶은 것은 순수 국산이라고 상찬받는 바로 그 디지털그래픽 기술이다. 그래픽 기술 그 자체는 <용가리>(1999)에 비하면 괄목상대할 정도로 뛰어나다. <용가리>를 <디워>와 비교하면 확실히 <디워>는 <용가리>를 몇 단계 뛰어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워>를 비판하는 평론가들은 <디워>의 스토리 전개나 배우들의 연기가 낙제점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용가리>에 비할 바는 아니다. 감독 심형래의 고투어린 노력이 느껴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디워>에는 이런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한 이무기가 부라퀴와 싸워 드디어 용으로 변신하는 마지막 장면은 주목할 만하다. 서양의 드래건이 아닌 동아시아 신화에 등장하는 바로 그 용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보아온 용이 디지털 기술로 실감나게 다시 태어난 것은 <디워>가 거둔 성과이다. 우리는 이제 더이상 <에라곤>(2006)에 등장하는 그런 드래건의 이미지로부터 놓여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워>는 우리나라에서만 842만 관객으로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여기에는 감독 심형래의 영화에 대한 강한 집념이나 우리 영화가 도달한 디지털 기술의 실체를 확인하고 싶은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정서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세계시장, 특히 미국인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들은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트랜스포머>(2007)를 보며 변신로봇 장난감을 처음 탄생시킨 일본인들이 느꼈을 심정과 비슷할까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