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는 1883년 제물포 개항 이후 외국 문물 및 문화가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근접국 중국을 비롯하여, 필리핀, 베트남,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태국, 우즈베키스탄, 스리랑카, 네팔, 몽골 등 아시아 주변국들의 삶과 문화가 깊숙이 스며들어와 있다. 전국 100만이 넘는 이주민은 이제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 되어가고 있고 이 중 6만에 가까운 이주민,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등이 인천에 살고 있다. 바로 이들과 인천시민의 아름다운 어울림의 자리가 지난 10월 7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야외광장에서 인천아시아이주민문화축제‘아시아, 또 다른 우리가 산다’라는 제목 아래 개최되었다. 올해 2회째이고 지난 5월 법무부가 8월부터 12월까지 미등록이주노동자 합동단속을 발표하고 단속 및 추방의 위협을 벌이는 가운데 진행된 행사이기도 하다.

이날 행사는 인조이 아시아(In-joy Asia) 2007준비위원회에서 주최·주관하고 이주민들과 시민들의 참여 속에 크게 전시마당, 인권마당, 아시아음식마당, 아시아체험마당, 공연마당 5개로 나누어 각 국의 생활문화 소품 진열 및 음식 나누기, 노래자랑, 민속공연, 사진전, 인권영화전 등이 진행 되었다. 행사 끝자락에 내리기 시작한 가랑비가 조금 원망스러웠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차질없이 성사되었다. 보이진 않아도 이 땅 위에서 열심히 일하며 생활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사진전시와 고급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나라별 코스 음식, 노래로 하나되는 이주민 한국어노래자랑과 외국 전통 민속공연이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주민 지원단체에서 미술프로그램을 진행해 그 결과물을 입체적으로 전시한 그림에는 그리운 고향마을 및 전통문화, 꿈 등이 밝은 색채와 더불어 한껏 뽐내고 있었다. 바로 한켠에서는 투호던지기 및 한복 입어보기, 헤나(henna) 문신하기 등 일반인들의 참여코너가 아쉽지 않도록 배치되었고 최근 미얀마 군정탄압사태를 고발하고 민주화를 지원하기 위한 부스도 마련되어 그 실상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좁은 행사장을 반복해서 돌고 있다는 자각과 동시에 아쉬운 점들이 눈에 띈다. 음식을 무작정 나누어 주기보단 공동으로 서로 어울려 만들고 이야기하며 나눠먹는 진행을 구현했다면 음식을 매개로 교감이 한결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 반응은 최상이라지만 시식코너마냥 비춰진 부분이 분명 있다. 그리고 일회용 접시는 되도록 자제하면 좋겠다. 또한 이주민과 인천시민들의 한바탕 어울림이 주요 취지임을 상기시켜 본다면 시민의 참여가 이주민에 비해 저조한 게 걸린다. 축제의 기대와 진행 규모로 보아선 좀더 넓은 공간을 활용했어도 좋았을 것이다. 이 와중에도 눈과 귀, 입이 연신 즐거웠기 때문인지 아쉬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주노동자들은 일요일이 쉬는 날이자 문화를 향유하고 참여하는 소중한 하루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쉽게 지나칠 수도 있는 존재와 실태를 스스로 바깥으로 부각시키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쪼개어 결국 함께 마주하기, 함께 살아가기를 쉽게 보여줬던 점은 이번 축제의 중요한 의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인천사랑마을 이주민센터 김철수 소장은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편견과 차별의 시선이 없는 의식 속에서,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행사를 열게 됐다’며 다르지만 같은 아시아인에 대한 일상적 맞이를 강조한다. 인천이 동북아 중심도시로의 도약과 더불어 향후 이주민 유입이 갑절 많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 상황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소통의 가교 역할로서 ‘문화’를 이용할 것이라면 이번 축제의 점검과 확장은 지속되어 마땅하다. 잠시 살펴보면 이주민과 함께하는 다문화축제는 인천 이외 지역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수원, 안산, 구미, 부천, 용인 등이 오히려 인천보다 앞서 축제의 장을 마련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천에 적지 많은 이주민이 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과의 이해와 소통, 공존의 모색이 일찍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건 퍽 안타깝다.

그런 점에 비추어 본다면 앞서 우리는 그들의 시선을 굴절시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레 반사시키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며, 이런 간극을 조금씩 줄여가기 위해 인천만이 아니라 주요 외국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충분한 다문화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천에서는 2007년 인천문화재단 지원 공공미술프로젝트 중 ‘인권 찾기 미술행동 프로젝트’가 올 12월까지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에 인권카페를 구축한다. 이주민과 한국인들의 이해와 소통, 교감의 체험 워크숍을 토대로 최종 구성될 인권카페는 이주민에겐 문화적 소통공간을 제공하고 학생과 시민들에게는 다문화·인권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곳을 발판 삼아 서로가 사회 주체로 인정하고 공존해가는 모습을 이듬해 이주민문화축제에서 보다 즐겁게 표현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