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 Menu Body
플랫폼
웹진 검색하기          상세검색

 <b>웹진 전체보기</b>
HOME > 웹진 전체보기
  비상을 꿈꾸는 중국 현대미술
통권 : 06 / 년월 : 2007년 11,12월 / 조회수 : 2323
< 부유-중국미술의 새로운 흐름展 > (국립현대미술관, 2007. 8. 17~10. 7)

지난 8월 17일부터 두 달여 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한ㆍ중 수교 15주년을 기념하여 <부유-중국미술의 새로운 흐름Floating-New Generation of Art in China展>이 열렸다. 이 전시는 한국과 중국에서 상호 교차전 형태로 기획되어 양국이 문화적 동반자로서의 위상을 드높이려는 데 그 뜻이 있다고 한다.  중국미술관장 판 디안(范迪安)의 말처럼 한국과 중국은 “사상적 관념과 문화적 각도”에서 공통점을 드러내면서도 “다른 표현방식”을 지니고 있으며, 이번 전시는 두 국가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다양하고 참신한 탐구결과를 제시할 무대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이 전시는 ‘부유Floating’라는 타이틀 아래 중국작가 50여 명의 작품 130여 점을 소개했다. 중국은 개방과 더불어 국제미술계에 급부상한 국가로서 다양한 전시를 통해 서구적 문법과 아시아적 정체성의 혼융을 과도기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전시 역시 그러한 움직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새로운 중국예술의 활약과 풍요를 반영하는 ‘부유’라는 말은 신세대들의 자아 표현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구, 그에 의한 초현실성과 생소함, 나아가 공기의 흐름과도 같은 정서로서의 창작의 원천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호하고 확언할 수 없는 상태와 생기(生氣)롭지만 미숙한 현재를 일컫는 이 개념은 분명 회화, 조각, 설치, 사진, 비디오의 영역을 가로지르며 중국 본연의 문화적 속성과 서구적 어법을 기묘하게 표류하는 작가들의 상황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가능한 한 신세대의 다양한 창작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했다던 기획의도답게 회화 영역에서만 보더라도 14명의 작가가 인물에서부터 풍경까지 다채로운 소재와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 대체로 서구적 회화양식을 자신들의 언어로 소화하고자 하는 경우와 서구적 재료를 이용하되 전통적 표현양식과 접목을 시도하는 경우로 대별되는데, 무엇보다도 ‘중국다움’이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들을 볼 수 있다.
서구적 양식의 시각언어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는 궈 옌(郭燕)의 깊은 밤 도심 상공 이부자리 위에 떠있는 남녀의 초현실적 이미지를 그린 <유랑>, 이탈리아 트랜스아방가르드(transavantgarde)1나 독일 신표현주의 등의 회화적 어법이 연상되는 골프장의 여러 풍경을 형상화한 천 원보(陳文波)의 <녹야에서>, 초현실적 도시 상황과 인간적 관계를 드러낸 타 먼(他們)의 작품 등을 들 수 있다.


한편으로 서구적 재료를 채택하여 전통양식과 접목을 시도한 경우로는, 동양화의 산수나 기물의 구성을 따르나 채색과 묘사에서 키치적 특성을 보이는 펑 쩡췐(俸正泉), 전통회화 양식에 유화로 그려진 풍경과 한자의 글들이 가져다주는 독특한 분위기의 쩡 판쯔(曾梵志), 역대 명인들의 수묵이나 산수를 유화로 재현하는 허 썬(何森)의 작업 등이 있다. 그러한 가운데 중국다운 장중한 스케일과 넓은 공간 배치 여기에 붉은색 기둥과 둥근 테이블 위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형상이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 같은 우 밍쫑(武明中)의 작품 <먹자! No.2>도 눈길을 끈다. 

 


조각과 설치에 15명의 작가들이 소개되었다. 커튼을 이용한 가상공간의 집을 드러내는 량 슈어(梁碩), 배의 실체와 파편을 공중에 설치한 리 후이(李暉), ‘알형’안에 아기와 해골의 형상이 드리워진 애니메이션을 설치한 쉬 종민(許仲敏), 미니멀한 벽돌들의 단위 아래 정교하게 조각된 절의 형상을 보여주는 샤오 캉(邵康)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또한 흘러내리는 듯한 스틸의 중국풍경이나 크게 확대된 스테인레스 스틸의 개미, 인공의 관절과 신경을 이식하듯 이어진 4미터의 소나무, 비닐의 팽팽한 표면에 이미지와 문자들을 채우고 이를 공중에 매단 <미술관>이나 매끈한 유리로 만면에 가득한 미소를 머금고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세 형상 등 다채로운 작업이 선보였다. 또한 11명의 사진 작업에서는 최후의 심판을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새롭게 재구성하여 보여준 먀오 샤오춘(繆曉春)이나 임신한 배를 한 어린 소녀의 멀티플한 공간구성의 추이 슈원(崔岫聞), 도시 공간을 나는 인물과 풍경의 리 웨이(李偉)의 작품, 버려진 폐허의 건물 작은 방에 새로운 주인인 도마뱀, 기린, 세일러문2이 자리한 낯선 풍경 등이 이에 속한다. 비디오 분야에는 총 8개 팀이 참여하였는데, 망망대해 위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돌을 띄운 이미지가 주를 이룬 것, 우주재건계획이라는 제명 아래 등장하는 이미지와 설치, 게임의 캐릭터들이 사라짐과 등장을 반복하는 <창세기> 등이 제시되었다.


이와 같이 중국 신세대들에 의해 드러난 중국 현대미술은 다채로운 취향을 제시하고 있었다. 젊은 작가들의 경쾌하면서도 진지한 새로움에의 도약과 비상의 여정으로 조명된 이 전시는 개방 이후 중국에서 동요와 기대가 교차하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서양적 어법이 손에 덜 익었거나 중국성을 억지스럽게 붙잡고 있는 듯한 느낌도 간혹 받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의 작업 속에 들어있는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서구적 문법이나 사례를 자신들의 언어로 도입하는 데 더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이 남는다.

 




#저자 약력
朴南熙 1970년 광주생, 홍익대 예술학과 강사, 논문으로 「예술의 사회ㆍ역사적 해석에서 歸屬과 循環의 문제」 parknamhee@gmail.com
글쓴이 : 박남희
작성일 : 2007/10/29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