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철도 마니아가 많은 나라다. 마니아들은 복잡한 시간표를 즐겨 보고 열차 이름과 모양을 일일이 외우며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 낡은 기차표나 열차 부품, 역무원의 제복 같은 물품을 모으고 철도 모형을 만들어서 감상하는 것을 지상의 행복으로 삼는다. 도쿄 료오고쿠(兩國)에 있는 에도도쿄박물관(江戶東京博物館)에서 열린 특별전 <대철도박람회(大鐵道博覽會)-쇼오와(昭和)로 가는 여행은 열차를 타고>에는 그런 마니아들이 몰려올 거라고 막연히 상상했었지만 예상은 약간 틀린 것 같았다.

이 전시회는 메이지(明治)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본 철도가 걸어온 발자취를 개관하면서 증기기관차의 실물, 옛 신바시(新橋) 정거장 자리에서 발굴된 레일 등 전전(戰前)의 물품을 보여주고 있지만, 전시의 중심은 ‘쇼오와 30년대(1955~1964)’의 물건들이다.  그 시대의 전시물로는 특급 쓰바메(ツバメ)제비라는 뜻에 설치된 전망대를 실물크기로 재현한 모형, 특급 미즈호(ミズホ)벼이삭이라는 뜻와 급행 긴가(銀河)에서 사용된 3등 침대차의 3단 침대 실물, 수학여행열차 히노데(日の出), 키보오(希望)의 3인용 좌석과 테이블 실물 등이 있다. 그리고 열차 앞에 달려 있던 헤드마크열차 이름 등을 쓴 판, 식당차의 차림표, 난로 등의 소품도 있으며, 사진으로는 아카보오(赤帽)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철도역의 짐꾼들이 일하는 모습, 역 주변에 자리를 잡은 구두닦이들, 집단취직열차를 탄 젊은이들의 사진 등이 있다. 또 별실에는 쇼오와시대의 풍경이 작은 모형으로 재현되어 조그마한 열차가 달리고 있었다.

이 전시회에서 쇼오와 30년대가 강조된 것은, 그때가 일본이 전후의 가난을 벗어나기 시작한 고도경제성장기였으며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는 등 변동이 일어나면서 철도가 일본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메이지 초기 기차여행은 상류계급의 전유물이었지만, 쇼오와 30년대에는 국민의 생활수준이 향상되어서 철도를 이용한 여행이 꽤 대중화되었다. 1달러가 360엔(円)이었던 시절, 서민들에게 해외여행은 아직 먼 꿈이었지만 철도여행은 충분히 실현가능한 꿈이었다. 철도의 발달은 전후 일본의 부흥을 상징하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도쿄올림픽이 열린 쇼오와 39년(1964)에 개업한 ‘꿈의 초특급’ 신칸센(新幹線)이 그 극치였다.

여기에 향수를 느끼는 것이 바로 단카이세대(團塊世代)인데, 그들은 쇼오와 30년대에 소년기나 청년기를 보낸 사람들이다. 지금은 이 세대가 정년퇴직 연령에 달했기 때문에 단카이세대의 대량퇴직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어, 기업들은 시간과 돈에 여유 있는 이 세대 부유층의 주머니를 겨냥하고 있다.
내가 이 전시를 보러 갔을 때도 60~70대 남성 관람객이 가장 많았다. 단카이세대와 그것보다 약간 윗세대 사람들이다. 그들이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때에는 그 많은 학생을 수용하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수학여행열차를 타고 수학여행을 갔을 것이다. 시골 아이라면 중학교를 나오자마자 집단취직열차를 타고 대도시에 나와 일했을지 모른다. 신혼여행은 도쿄에서 열차를 타고 아타미(熱海)시즈오카(靜岡)현의 온천지에 가면 충분했다. 화이트칼라로 취직한 사람들은 도시의 확대에 따라 교외에 만들어진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정원의 두세 배 되는 승객을 억지로 태운 만원열차로 통근했을 것이다. 집안에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이 생겨 생활은 나날이 편리해졌다. 가족들은 작은 방에서 동그란 식탁을 둘러싸고 오순도순 밥을 먹었다. 흉악범죄는 별로 없었고, 열심히 일하면 연수(年數)에 따라 저절로 출세하는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의 시대. 힘들었던 것 같으면서도 ‘쇼오와 30년대’는 평화롭고 꿈이 많은 시대였고, 철도 노선은 그 꿈과 함께 퍼져갔다. 

현재 일본 여러 곳에서 ‘쇼오와 30년대’가 붐이다. 쇼오와 33년의 도쿄를 무대로 한 영화 <올웨이즈-3가의 석양(ALWAYS―三丁目の夕日)>을 비롯해, 영화감독 키타노 타케시(北野武)가 부모에 대한 추억을 담은 TV드라마 <키쿠지로오와 사키(菊次郞とさき)> 등, 쇼오와 30년대를 무대로 한 작품들이 자주 나온다. 쇼오와 30년대를 재현한 음식점이 생기고 식품회사는 당시 팔렸던 음식이나 음료수를 부활시켰다. 어떤 회사는 그 시절의 풍물을 재현하여 그 속에 실제로 사람들을 살게 하는 ‘쇼오와 30년대 마을’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쇼오와 30년대 붐’이 이제 지겹고 그 시절을 무비판적으로 이상화시키려는 움직임도 탐탁지 않다. 여기에는 내가 윗세대인 단카이세대에게 느끼는 어떤 반감도 다분히 작용하고 있겠지만, ‘쇼오와 30년대 붐’에는 단카이세대의 향수를 자극해서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이 앓고 있는 환경오염이나 정치적 부패도 고도경제성장 시대가 남긴 부채이며, 그 때문에 젊은 세대가 장래의 희망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꿈의 잔해 같은 쇼오와의 유품을 보면서, 나는 그 노스탤지어를 공유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