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인 개발내용과 중앙자본에 의존하는 일본정부의 ‘지역활성화’ 정책은 파탄의 연속이다. 예를 들어, 1987년 제정된 종합보양지역정비법(綜合保養地域整備法, 리조트법)도 실패로 귀결되었다. 현재 리조트 고용자수는 당초 예상의 1/4에 그치고, 도산이나 경영파탄도 부지기수다. 인프라정비로 인한 자치단체의 재정부담, 주민들 사이의 대립, 행정에 대한 불신, 이농화, 지가상승, 환경파괴 등으로 인해 지방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류우큐우1는 일본에서도 특히 심각한 모순을 안고 있다. 1972년 미군통치체제에서 일본으로 ‘복귀’한 후 35년간, 진흥개발지로 약 9조 엔이 투하되었다. 오키나와현(沖繩縣)의 현외수취구성비(縣外受取構成比, 2003년)를 보면, 재정 경상이전(經常移轉)이 42.1%, 관광수입이 17.7%, 기지관련수입이 8.4%다.2 오키나와현에는 연간 600만 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지만 관광수입의 약 2배의 경제효과를 내고 있는 것은 국가보조금이다. 현채잔고(縣債殘高)현에서 발행하는 채권잔고는 약 6,519억 엔까지 올라 현 연간예산총액을 넘었다. 1인당 현민소득은 국가최하위, 실업률은 전국평균의 약 2배이며 생활보호수급자도 늘고 있다. 지방세의 주민 1인당 세수액(2005년)이 가장 많은 도쿄도(東京都)와 가장 적은 오키나와현 간의 차이는 약 3.2배다.

류우큐우 관광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폐쇄공간인 도서(島嶼)에 많은 관광객이 생기면서 환경이 파괴되고 문화는 상품화되고 있다. 오키나와섬 산호초의 약 90%가 개발로 사멸했다. 또한 집객(集客)에 의존하는 대기업항공회사나 여행대리점의 경제지배도 현저해졌다. 다른 산업과의 경제 연관효과는 적고 관광수익은 중앙으로 환류되고 있다. 저임금, 중노동, 불안정한 고용형태가 일반적이고 이직률도 높다. 류우큐우 방문에 선택권을 지닌 것은 관광객으로, 그들 중에는 ‘오키나와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특권의식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다. 관광객의 90% 이상은 일본인이다. 관광업을 통해 류우큐우사람들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한 일본인들 사이에는, 미군기지문제 등 류우큐우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한 무관심과 방관자의식이 확대되고 있다.

IT산업(특히 콜센터) 성장이 돋보이는 류우큐우지만, 이곳의 노동자는 저임금, 중노동, 불안정적인 고용을 강요당하고 있다. IT시설은 미군기지를 유지하기 위한 보조금으로 건설되었다. 그 외 주요 진흥책인 금융특구나 대학원대학 설립도 미군기지의 존재와 무관하지 않다. 국토의 0.6%의 땅에 75%의 미군기지를 집중시키는 이 차별정책은, 지금은 오히려 진흥개발정책으로 인해 더욱 고정화되고 있다. 콜센터에서는 류우큐우 이름을 손님에게 알려 차별적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며, 그 외 개인적 차원에서도 차별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1990년대는 류우큐우의 전환기였다. 1995년 미군의 소녀폭행사건 이후 격해진 반(反)기지운동을 진정시키기 위해 후텐마기지(普天間基地)를 나고시(名護市) 헤노코(野古)로 이전하기로 결정하고, 미군기지 소재 시ㆍ쵸오ㆍ무라(市ㆍ町ㆍ村)우리나라의 시군구와 비슷한 행정단위 활성화사업, 북부진흥책 등 공적자금이 뿌려졌다. 2007년 일본정부는 미군기지건설의 진척상황에 따라 진흥자금을 제공하는 미군정책을 실시하게 되었다.
같은 시기에 발생했던 ‘오키나와 붐’은, 미디어가 ‘남쪽 섬·낙원 이미지’를 재생산하고 관광객과 이주자가 그것을 소비한 것이다. 기지를 필두로 하는 문제들이 전혀 없다는 듯, 일본인은 허구의 낙원 속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친절한 현민(民)’으로 위안받고 섬 전체를 놀이동산으로 여겨왔다. ‘관광입현(觀光立)’이라는 슬로건 아래, 문화, 자연, 토지를 팔아넘기는 것이 발전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한 지자체는 관광객을 ‘따뜻하게 맞이할’ 것을 류우큐우인에게 요구했다. 광대한 미군기지를 받아들이고 욕구를 발산하려는 관광객과 이주자까지 받아들이는 류우큐우는, 일본인에게 만만한 장소로 전락했다. 관광이나 이주를 통해 일본인이 류우큐우의 지배와 소비에 관여할 기회가 많아졌다.

류우큐우에는 ‘기지인가 경제인가’ 라는 양자선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양자는 일체화되어 있다. 경제문제는 진흥개발로 개선되지 않는다. 금융특구로 지정되고 많은 개발자금이 투입된 나고시의 시채잔고(市債殘高, 2004년)는 약 235억 엔으로 늘었고, 실업률(2005년)은 12.5%에 이르며 상점가도 피폐해졌다. 기지관련 수입의존도가 큰 카데나쵸오(嘉手納町), 요미탄무라(谷村), 킨쵸오(金武町)의 실업률(2005년)은 각각 17.5%, 12.4%, 12.1%로 현평균보다 높다. 진흥개발로 새로 건설된 인프라나 시설의 유지관리비는 지자체의 재정부담이 되었고, 단기적인 공공사업은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 

반환기지 ‘신도심’의 외부종속성
미군기지 중에는 반환된 토지도 있다. 그 토지의 이용에서도 류우큐우의 외부종속성이 엿보인다. 현의 수도인 나하시(那覇市)에 ‘신도심’이라 불리는 반환기지부지가 있다. 그곳에 재개발계획을 세우고 실시한 것은 일본정부기관인 도시재생기구(2004년 이전의 지역신흥정비공단)다. 1987년 이 군용지가 전면 반환되었고 1989년 오키나와현지사와 나하시장이 재개발사업 실시를 구()공단에 요청했다. 1992년부터 재개발사업이 시작된 ‘신도심’에는 대형 상업시설, 오락시설, 문화시설 등이 건설되었다. 고소득자용 고급맨션도 건설되었고 집과 토지의 임대료도 현내에서 상위를 점하고 있다. ‘오키나와의 비벌리힐즈’ 라고 불리는 이 반환기지 부지는 류우큐우인의 빈부격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초 나하시청은 녹음이 우거진 ‘전원도시’를 목표로 도시계획을 작성했다. 그러나 개발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나하시는 도시재생기구에 도로하청을 주었다. ‘신도심’이라는 거리 명칭도 이 기구가 정한 것이다. 도시재생기구는 토지개발에서 얻는 이익 확보를 최우선으로 여겼기 때문에, ‘전원도시’ 계획보다는 상업 ㆍ 업무시설 용지 면적을 대폭 늘렸다. 대형 상업시설뿐 아니라 빠칭코, 슬롯머신점 등 대형오락시설도 난립했고, 오락시설 옆에 현립박물관과 미술관이 건설되는 등 비문화적 풍경이 태어났다. 녹지대도 적고 문화의 향기라곤 느껴지지 않는 난잡한 거리에, 치안악화의 우려까지 가세하고 있다.

도시재생기구는 시마다(島田)간담회사업(오키나와현 미군기지 소재 시ㆍ쵸오ㆍ무라 활성화특별사업)으로 ‘코자 뮤직타운(Koza Music Town)’사업을 전개해 왔다. 이 사업은 미군기지가 집중되어 있는 오키나와시에 음악시설을 세운다는 것이다. 도시재생기구는 이익 획득을 목표로 반환기지 부지개발을 주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지관련 보조금사업까지 책임지고 있다. 일본정부에서 류우큐우로 투하되는 공적자금의 대부분은 이렇게 섬 밖으로 유출되었다. 대규모건설사업은 일본의 대기업이 수주하고, 지방기업은 이익이 적은 건설과정밖에 참가할 수 없다.

국익을 위한 이벤트사업
류우큐우에서는 지역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이벤트가 실시되어 왔다. 그러나 이벤트의 대부분은 류우큐우에 혼란만 일으키고 끝나버렸다. ‘복귀’ 특별사업으로 1975년 국제해양박람회가 개최되었지만, 지방기업의 연이은 도산으로 지금껏 ‘해양박불황(海洋博不況)’이라 불리고 있다.

현재 오키나와현청은 관광진흥책으로 국제회의를 유도하고 있다. 2006년 5월 일본정부는 태평양도서국의 수뇌들을 오키나와로 초대하여 ‘시마정상회담(島サミット)’을 개최했다. 그러나 회의내용과 수뇌선언문 작성 등 중요항목을 결정한 것은 일본 외무성이었고 오키나와현청에는 각국대표단 접대, 식사 준비 등 주변적인 업무가 맡겨졌다.
류우큐우에는 과거 2003년, 2006년 두 차례나 ‘시마정상회담’이 개최되었지만 지금까지 류우큐우와 도서국 사이에 실질적인 협력관계는 보이지 않는다. 전전(戰前)에는 태평양 각 섬으로 이주하여 경제활동을 하는 많은 류우큐우인이 있었고, 그들이 가족에게 보내오는 송금으로 섬의 생계가 꾸려졌다. 또한 태평양의 각 섬과 류우큐우는 같은 섬나라로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비상시에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관계에 있다. 그러나 이 회의는 도서민 동지들간의 관계강화를 위한 것이 아니며, 오키나와현청은 일본정부의 ‘하청기관’으로 전락해 버렸다. 2006년 ‘시마정상회담’에서 일본정부는 약 450억 엔 규모의 원조를 도서국에 약속했다. 태평양지역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을 증강하고자 하는 국익 상의 전략을 위해, 류우큐우라는 장소를 이용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2000년 류우큐우에서 개최된 선진국수뇌회의(정상회담)에서 류우큐우 기지문제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회의개최의 목적은 류우큐우인을 구슬려 신기지를 받아들이게 하려는 데 있었다. 

관광·이주에 의한 섬의 지배
필자와 인연이 깊은 이시가키섬(石垣島)류우큐우 열도에 속한 섬은 현재 개발로 인해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07년 3월 현재, 3000평방미터 이상의 리조트시설 7건, 택지조성 9건이 진행 중이다. 규모가 작은 건축물(높이 13미터 이상, 500평방미터 이상) 신고도 18건 있다. 2006년 주택 겲팎컷?등 건축 확인 신청도 406건을 넘어 전년도에 비해 17% 증가했다.『야에야마 매일신문(八重山每日新聞)』(2007. 3. 23) 명승지인 카비라만(川平灣)에 인접한 얀바라(山原) 지구에는 이주자 색채가 선명한 주택, 점포, 민박이 줄지어 있다. 2001년 농업진흥지역이 재검토된 이후 택지분양이 활발해졌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마이바라(米原) 지구에는 5층짜리 서양식 별장 4채, 요시와라(吉原) 지구에는 7층짜리 맨션, 모토나구라(元名) 지구에는 130호나 되는 분양주택 대형개발계획이 서 있다. 모토나구라 개발은 산을 두 개로 잘라 택지를 조성할 예정이라 토사재해, 나구라만(名灣)으로의 적토유출도 염려되고 있다.
이주자들은 바다가 보이는 고지대나 해변 근처에 주택을 건설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런 지역에는 생활용 인프라가 정비되어 있지 않다. 이주자들은 주택건설을 위해 시청에 생활용 인프라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시청은 재정난을 이유로 거절하고 있다. 한정된 폐쇄공간인 도서의 급격한 인구증가는 물 부족을 초래했고 그로 인해 수원(水源) 확보를 위한 개발도 필요해지고 있다. 게다가 폐기물처리 등 추가적인 행정비용의 증가도 예상된다. 이시가키섬에는 연간 약 77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시가키시는 많은 지방채잔고로 인해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2005년에 인구 약 4만 5천 명이었던 이시가키시에, 2006년 한 해 동안 전입해 온 인구만 약 3천 4백이 넘는다. 그 외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섬에 이주한 ‘유령인구’가 1만 명 정도라 한다. 유령인구는 지방세를 납부하지 않으면서 행정서비스를 향수하고 있어 재정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이주자 중에는 지역공동체행사나 축제(祭り)에 참가하는 등 선주민과의 관계맺기를 거부하고, 오로지 자연만을 향유하려고 하는 자기중심적인 사람도 적지 않다. 개발이 풍경과 자연을 파괴하고 과거와 현재를 단절시켜, 문화와 자연이라는 인간의 근본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자금과 경영력을 지닌 일본기업이나 일본인이 섬의 자연을 포위하고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 공동체의 붕괴, 섬사람으로서의 정체성 위기, 경제의 식민지화가 예견된다. 이후 신이시가키공항이 완성되고 단카이세대3의 대량퇴직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시가키섬으로의 이주와 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2007년 6월, 미군함대가 처음으로 요나구니(那)섬에 잠시 정박했었다. 미군측은 이시가키섬에도 잠시 들르기를 원했지만 시장의 거부로 실현되지 못했다. 관광객과 마찬가지로 미군도 야에야마제도(八重山諸島)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군은 중국의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해 류우큐우 전체를 군사거점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신이시가키공항은 미군에 이용될 것이고 관광 시설 역시 미군의 여가시설이 될 것이다.

결론을 대신하여
관·민의 대량투자 속에 인구와 인프라가 증가하고 있는 류우큐우는 일본 문화도시의 성공사례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그 실상은 류우큐우를 미군주둔과 국제이벤트를 위한 장소로 이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거기에 일본기업 및 일본인의 지배까지 가세하고 있어, 섬은 자연, 문화, 지역공동체가 파괴되는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
인간의 정신과 신체의 토대는 지역에 있다. 그러나 현재 군사기지화, 반환기지 개발, 관광개발, 일본정부 ·기업·일본인에 의한 경제지배로 인해 류우큐우인은 지역의 중심에서 떨어져 주변화하고 있다. 또한 일미(日美) 양군의 협력관계가 강화되면서 류우큐우 전체가 전쟁의 거점이 되어가고 있다. 류우큐우의 근대적 치장이라고 할 수 있는 눈부신 문화도시의 표피를 벗겨보면, 에고로 가득한 인간들이 군사경제지배 하에 숨죽여 활약하는 볼썽사나운 속내가 드러난다.
류우큐우는 관광업, IT산업이라는 저임금ㆍ중노동ㆍ고용불안을 강요당하며 일본경제의 주변으로 밀려나 있다. 일본인은 미군기지라는 짐을 떠맡기고 욕망을 해소하고 이익을 챙기는 장소로 류우큐우를 이용한다. 2007년 일본정부는 일본군의 강압으로 일어난 주민의 ‘집단자결4 부분의 기술을 교과서에서 삭제하도록 했다. 일본에 불편한 것은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역사에서 지워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거의 말소가 내는 효과는 개발에 의한 자연 및 사회 파괴와 같다. 일본인에게 과거를 도둑맞은 류우큐우인은 현재를 살아가기 위한 기반을 가질 수도, 미래에 희망을 의탁할 수도 없다.

예전 류우큐우왕국은 동아시아, 동남아시아의 각 지역과 교역하며 아시아의 문화를 꽃피웠다. 그러나 1879년 일본이 왕국을 멸망시켰다. 그 이후 일본인은 류우큐우인을 차별하고 섬을 전쟁터로 삼았으며 전후(戰後)에는 아예 미군에 넘겨버리고 자기는 경제성장을 구가했다. 지금은 관광개발, 일미동맹의 거점으로서 류우큐우를 지배하고 있다. 일본인도 관광객, 이주자로서 류우큐우 지배의 최전선에 서 있다. 류우큐우인은 이 식민지구조를 자각하고 역사를 공유하는 동아시아 각 지역과 협력하면서, 자치실현을 위해 행동할 시기에 와 있다.

번역_康惠林  인천문화재단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