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상하이세계박람회(World Expo 2010 Shanghai China) 개최가 1000일 앞으로 다가왔다. 각종 축하공연이나 회의들이 준비되겠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여름의 이상기온으로 대규모 동원행사는 아마 힘들지 싶다. 여기에는 행사진행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통제하기 어려운 잠재적 상황들이 내재되어 있다. ‘도시, 생활을 더 아름답게(城市, 讓生活更美好·Better City, Better life)’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세계 규모의 박람회는 이 도시민의 생활과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을까. 또 어떻게 ‘우리의 생활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일까? 2002년 12월 그날 저녁, 2010년 세계박람회 유치현장에 참여하여 상하이 유치성공 소식을 전해준 한 친구는 감격으로 눈물을 글썽거렸다. 훗날 그 친구는 그 순간 중국인이 마침내 세계로부터 인정받았다는 민족적 자부심에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했다. 그 다음날 아침 상하이 푸동(浦東)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10% 상승하였고, 그로부터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도시의 부동산신화는 점점 부풀려져 누구도 포기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박람회를 위해 공헌하고 세계박람회를 위해 양보하자” 라는 정부의 요구 하에 세계박람회장으로 지정된 지역의 주민들은 외곽으로 이주해야 했고 100년 역사의 쟝난조선소(江南造船廠) 역시 철거되었다. 세계박람회 유치성공을 포함한 일련의 사회변화 속에서 일부 사람들은 엄청난 부를 축적했고 더 많은 중하층 가정이 집값 폭등으로 빚어진 부작용 속에서 원래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사회계층 간의 간극은 현저하게 벌어졌고 빈부격차는 급격히 가속화되었다. 이런 사회변동 속에서 일찍이 이 도시의 사회적 주체였던 수많은 산업노동자들이 새로운 사회구조와 도시계획 밖으로 완전히 밀려났다. 감격은 사라졌고 그들 가슴에 끓어오르던 민족의식과 자부심은 그렇게 멀어져갔다.

그러나 나의 친구는 오히려 예외였다. 계속되는 각종 회의들이 불만이긴 했지만 세계박람회 유치성공으로 임시기구였던 세계박람회유치사무실은 세계박람회사무협조국으로 승격되었고 그의 신분 역시 임시직에서 정식 국가공무원으로 변했다. 세계박람회의 중요성으로 인해 그의 몸값도 몇 배로 뛰었다. 이러한 개인신상의 변화는 사회정치구조 하에서 변화하는 도시의 정치경제적 은유와도 같다. 1990년대 중후반 중국의 개혁개방은 바로 상하이 푸동개발을 기치로 삼았고, 그것을 전범으로 삼아 민간에서 국가까지 인적ㆍ물적 자원을 총동원하여 ‘3년 후의 괄목상대’한 상하이를 구현해나가고 있다. ‘상하이 열풍’과 ‘상하이 신화’가 ‘해마다 피어나’ 국내외를 풍미하는 지금, 어느 학자는 연안지역의 선개발이 중서부지역에 대한 ‘내부식민화’를 기초로 건설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찌되었든 세계와의 연결을 갈망하는 중국이나 전지구화 시장을 필요로 하는 외국자본에 상하이는 솔선수범하여 발전시켜야 할 도시다.
최근 10년 간 2008년 올림픽 유치성공이 가져온 거대한 호소력으로 인해 도로망에서 각종 도시인프라 건설까지 국가의 전략적 중심은 베이징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상하이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상하이세계박람회 유치는 베이징과 상하이 두 지역의 정치·경제 부문의 향후 발전상을 전망하는 중요한 실험대가 될 것이다. 일상 속에서 민족자부심과 도시문화발전이라는 대계(大計)는 이렇듯 세속적이고 평범한 현실적 정치경제 속에 해체되었다. 아니, 아예 정치경제적 현실의 일부로 전환되었다.

2005년 10월부터 2006년 5월에 이르는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나는 2010상하이세계박람회 테마관과 중국관 전시기획팀의 일원으로 세계박람회에 관한 연구 및 토론 작업에 깊이 관여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것은 성공적이지도 유쾌하지도 않은 작업이었지만, 대학 지식인이 접하기 어려운 작업에 참여함으로써 사고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 나에겐 의외의 소득이었다. 대규모 전시와 전람회 조직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주변인이 볼 수 없는 내부의 진행과정을 접한 것이다. 우리는 세계박람회 중국관의 전시이념과 전시주제에 관해 주로 토론했다. 중국의 도시문명을 어떻게 풀어내어 보여줄 것인가, 중국의 지혜를 어떻게 체현할 것인가? 무엇이 중국 도시문화의 상징이고 세계에 대한 공헌인가, 또 이것이 왜 ‘생활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가에 대해 반드시 답해야 했다. 구체적으로 최근 20년간 중국 도시건설의 거대한 성과를 보여주자는 것인가, 아니면 중국의 찬란한 고대문명과 문화를 보여주자는 것인가라는 문제도 있었다. 전시를 보러올 손님이 서구라고 할 때, 지난 몇 년 동안 건설한 거대한 마천루로 대표되는 도시화과정은 중국이 서구적 현대로 진입한 결과다. 그러나 현대화 및 전지구화에 반대하는 세계적 추세를 고려한다면 이런 결과는 회의적이다. 그것으로 중국의 지혜를 어떻게 드러낼 수 있는가. 설사 전시의 포커스를 중국 고대도시문화에 맞춘다 한들 지난 20여 년간의 정치적ㆍ문화적 진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여러 차례의 논쟁 끝에 확정된 주제는 ‘화해:도시 발전 속의 중국지혜’였다. ‘화해’는 몇 년 간 중국 지도층이 국내외로 강조해 온 이념이었고 ‘중국지혜’는 중국적 경험이 세계 도시발전에 미치는 의의에 초점을 둔 것이었다. 남은 것은 현실적인 문제들이었다. 예를 들어 상하이가 주관하는 세계박람회 중국관에서 어떻게 ‘상하이’를 처리할 것인가. 주지하는 바대로 전임 상하이시위원회 서기 천 량위(陳良宇) 해임 배경을 보면, 부패문제보다 그가 상하이를 중심에 두고 상하이의 위상을 확대하려고 한 것이 더 주요한 원인이었다. 베이징 중앙정부와 일치된 방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천 량위 사건이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전시관이 상하이를 어떻게 위치지을지는 문화적 문제라기보다 상당히 현실적인 정치문제였다. 반 년이 넘는 전시안기획과정을 보면, 여러 계층의 지도자들이 서로 다른 현실정치와 경제 관점을 갖고 있었고, 천 량위 사건의 여파가 채 끝나기도 전에 상하이 지도층 인사는 부단히 뒤바뀌었다. 그로 인해 전시기획안, 심지어 전시주제도 번복되기 일쑤였다. 일의 양에 비해 속도는 형편없었고 제대로 진행될지조차 우려스러웠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이런 상황으로 인해, 결국 사퇴를 결심했다. 그러나 세계박람회 유치 및 협조 업무를 맡고 있는 내 친구에게 이런 것은 매우 일상적이고 필연적인 상황이었다. 대규모 국제적 대중동원 문화전시활동은 단순한 문화전시가 아니라 국가이미지 및 사회, 정치, 경제 활동을 망라하는 형식이자 정치ㆍ경제 이익을 대표하는 문화활동으로서, 서로 다른 목적을 아주 현실적으로 종합해야 했다. 이러한 타협 과정은 참여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현실의 경험은 책에서 얻는 것보다 엄중했다.

1851년 영국 런던에서 제1회 세계박람회가 개최된 이래 세계박람회는 ‘경제, 과학기술, 문화의 올림픽’으로 급부상했다. 국제전람국(國際展覽局)의 정의에 따르자면, 세계박람회란 한 국가의 정부가 주관하고 여러 국가 및 국제조직이 참가하여 인류가 사회ㆍ경제ㆍ문화ㆍ과학기술 영역에서 이룬 성과들을 전시하는 것이다. 더 많은 국가와 지역단체들이 2010상하이세계박람회에 참가하도록 하기 위해, 중국정부는 국가정체성이 다른 지역에도 문호를 개방하여 그들의 도시 혹은 지역조직에 명분을 주어야 한다. 이런 조치는 행사의 국제성과 전지구적 관대함을 강조하여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할 것이다. 유치 초기 상하이세계박람회 조직위는 7천만인이 박람회를 참관하게 하겠다고 보장했다. 중국은 인구가 많으니 문제될 것 없다. 그러나 이런 미끼가 바로 문제의 본질을 드러낸다. 세계적 규모의 마케팅으로서 세계박람회는 세계가 소비사회로 진입한 후 직면한 난관을 해결해야 했다. 인류문명의 진보와 발전 운운하는 것은 대부분 허울일 뿐이다. 하물며 앞서 언급한 문제처럼 문명진보의 상징이 무엇인지, 생산품인지 신기술인지, 그 배후에는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와 관념이 작동하고 있다.

어느 사회가 생산중심의 사회에서 소비형 사회로 전환한 후, 어떻게 과잉생산을 해결하고 소비능력을 증대하며 소비욕망을 자극할지는 자본주의만 직면한 문제가 아니다. 세계대공황이 한참 진행되던 1933년 시카고세계박람회에 테마공원이 도입된 이래 각종 신생활 이념이나 신소비방식에 대한 홍보가 세계박람회의 주요내용이 되었다. 그 후 상품과 각종 소비를 위한 문화자원을 전시하게 된 데는 국가와 민족의 문화를 홍보하는 것 외에 관광객과 투자유치라는 목적이 있다. 예를 들어 환경보호를 주제로 한 일본의 아이치(愛知)세계박람회(2005)에 아프리카와 남미의 경제개도국이 참가하였고 대자연의 풍경, 환경보호적 생활방식, 에너지 절약의 신기술과 제품이 그 전시의 핵심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러한 자연·인문 자원의 소개와 탁월한 기획을 넘어 아름다운 자연생태와 전통적 혹은 현대적ㆍ포스트모던적 다원문화의 배후에 은폐된 것이 ‘국가·기업전략’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세계박람회에서 기업은 점점 국가보다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세계박람회는 한마디로 인터내셔널한 쇼이다. 그것이 점점 더 물질화되고 반(反)문화적 경향을 띠기 때문에 비평가들은 발전, 현대, 전지구화 등의 관념 하에 파생하여 발전하고 있는 세계박람회가 다원문화의 상호융합을 촉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의 축제’일 뿐이라고, 이미 심각하게 지적하고 있다. 전시되는 상품이나 기술은 ‘관람되는 산업궁전’, ‘전시된 상품세계’, ‘연출된 소비문화’로 구조화되어 있으며 ‘발달’과 ‘현대’를 상징하는 일련의 기호일 뿐이다.

오늘날 세계박람회라는 환상은 산업제국이 낳은 상품, 생활방식, 제국주의의 관념을 전세계에 성공적으로 선전했을 뿐 아니라 세계박람회 유치경쟁을 후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통과의례로 만들었다. 상하이세계박람회 유치 성공 후 내 친구가 흘린 눈물은 바로 제국주의 관념이 우리 개개인에게 얼마나 깊게 침투해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실 이것이 어디 세계박람회뿐이겠는가. 문화, 체육 등의 이름으로 개최되는 각종 국제행사들이 모두 이렇지 않은가? 2005년 여름 경건한 심정으로 한국의 광주 5.18민주화운동기념탑을 참배했을 때, 나는 울고웃는 불굴의 생명력에 감격했다. 참관 후 현대적이고 화려한 5.18기념관에서 광주시 주관으로 열린 국제문화세미나에 참가했는데, 그들은 광주가 세계민주화운동이라는 장에서 세계적 NGO와 민주운동조직을 흡수하여 광주를 국제문화중심도시로 만듦으로써 광주의 문화경제를 발전시키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이런 세계적 문화유산이 이미 정치경제적 현실 속에 매몰되어 버렸음을 깨달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오늘날 전지구화의 추세와 도시주의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과 반성이 일어나고 있으며, 억눌린 지역문화와 사회에 대해 민중들이 더이상 수동적 방관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박람회를 예로 들면, 1995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정부가 개최권을 획득했을 때 비엔나 시민들은 이를 격렬하게 반대하며 주민투표를 통해 거부의사를 표명했다. 당시는 세계박람회 일정이 이미 시작된 때였지만 비엔나조직위는 세계박람회의 개최권을 박람회국제사무국으로 반납했고 그 해 세계박람회는 무산되었다. 세계는 아직 희망적이다. 문제는 우리가 우리의 생활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고 소외되어가는 문화에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가이다.    번역_魯貞銀 건국대 중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