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9?0월호는 ‘베스트셀러로 본 오늘의 중국’을 특집으로 잡았다. 새로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자주 듣게 된다. 그러나 요즘 중국인들의 생각이나 문화를 알 수 있는 정보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베스트셀러를 통해 오늘날 중국문화와 중국인의 의식구조를 살핀 이 특집은 시의적절 했다.

쑨 샤오중의 「위 츄위는 왜 그런 인기를 누렸을까?」와 전홍철의 「삼국지와 논어, 성경과 맞짱뜨다」가 앞에 나온 만큼 비교적 전반적인 얘기를 다루고 있다. 그 핵심은 급변하고 있는 중국사회 속에서 중국인들이 정신적 위기에 빠졌다는 것이다. 위 츄위의 산문이나 『삼국지강의』, 『논어심득』 등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이 정신적 위기로부터 위안을 구하는 중국인들의 심리 때문이란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한편 최용만, 박자영, 백지운은 중국어권에서 빅히트를 기록한 소설작품들을 대상으로 오늘날의 중국사회상을 점검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빠르게 서구자본주의 문물을 습득하고 있는 신세대들은 이제 일본이나 한국의 젊은이들과 별 차이가 없어졌다. 따라서 이들이 향유하고 있는 소설의 분위기도 비슷비슷해진 것이다.
특집 필자들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니 오늘날의 중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화현상들이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고전열풍만 보더라도 도올 김용옥의 TV강의 <노자와 21세기>가 엄청난 인기였고 <KBS역사스페셜> 같은 프로그램도 떠오른다. 무라카미 하루키 이후 일본 신세대작가들이 우리 서점가에서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으니 중국 상황이 낯설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도 정신적 위기에 빠져있다는 건가? 어쨌든 우리 상황과 좀더 충실히 비교했더라면 그저 ‘먼 나라 이웃나라’ 소식이 아니라 피부에 와 닿는 구체적인 논의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플랫폼>9?0월호는 특집 말고도 중국의 오늘날에 관한 꼭지가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어 한결 풍성했다. 이시카와 료오타의 「동순태와 인천화교 무역」, 이희옥의 「정명운동, 타이완의 탈중국화」가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데, 신문을 보면서도 잘 납득되지 않았던 중국-타이완 양안관계나 한국화교의 내력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는 글들이다. 아시아문화비평을 표방한 <플랫폼>지에 걸맞은 알차고 유익한 기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