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바리데기』가 서점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때문인지 한국소설이 일본소설에 밀려 고사 직전이라던 연초의 위기론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물론 김훈의 『남한산성』, 신경숙의 『리진』 등이 베스트셀러 대열에 함께 한 덕분일 것이다. 『바리데기』를 읽고 적잖은 감명을 받았던 차에 <플랫폼>9?0월호에 실린 김은하 씨의 작품론 「연민과 용서의 해원굿」을 읽었다.

글의 요지는 작품의 주인공인 바리가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상상 속의 인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었다. 김은하 씨에 의하면, 바리는 작가 황석영의 남성적 시각에 의해 왜곡된 여성상이다. 소설 속에서 온갖 간난신고에 시달리면서도 할머니와 풍산개 칠성이의 영적 도움으로 너무나 쉽게 그것을 극복하고 벗어나지 않는가. 그러므로 온 세상 한 맺힌 원혼들을 화해로 이끌기 위해 바리는 “내면성을 결여한 허깨비”, “팝콘비너스(Popcorn Venus)”가 돼버렸단 얘기다.
소설적으론 치명적인 결함이다.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있을 법한 얘길 들려주는 것이 소설의 길이라면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소설의 주인공은 왜 꼭 그래야 하는가? 거꾸로, 바리를 제외한 그 무수한 ‘있을 법한’ 인물들을 떠올려 보자. 오히려 왜 바리만 비현실적 인물처럼 그려졌는지를 밝히는 게 순서 아니었을까? 고전설화 속의 인물 바리공주를 이 작품 안에 가져온 이유는 충분히 거론되지 않았다.

팝콘비너스는 <007>시리즈의 본드걸 같은 여성상을 말하는 것일 터이다. 도구나 장식품에 불과하단 뜻이다. 바리가 팝콘비너스라면 성춘향도 팝콘비너스라고 해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