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모래시계>가 5월 광주를 브라운관에 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그제서야 1980년 5월 광주를 궁금해 하고, 그날의 잔혹함을 기억했다. 10여 년이 지난 2007년, 5월 광주는 다시 스크린에서 우리를 맞았다. 1980년 5월 18일, 우리 가족은 광주 금남로에 살았다. 어린 시절 내내 5월이 되면, 나는 부모님이 ‘살아남은’ 스토리를 들어야 했다. 잔혹과 공포, 그리고 무정부상태에서도 질서정연했다는 그날 광주의 얘기들은, 듣기만 해도 눈물 쏙 빠졌던 기억이 난다.

2007년 7월, <화려한 휴가>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의 어머니는 이내 눈물을 쏟았다. 그날의 아픈 기억들이 되살아나서 그러는가 싶었지만, 어머니는 도리어 “이렇게 잊혀지면 안 된다” 고 거듭 얘기했다. 필자인 유다진씨가 무엇을 기억할 것인지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필자의 말대로 ‘평범한’ 광주사람들의 삶 속에서 5.18을 다룬 것이, 오히려 그 의미를 ‘희석’해버렸다는 데 동감한다.

물론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여러 각도에서 영화화될 수는 있겠지만, 가족애, 동료애, 이성애를 다루는 영화의 소재로 5.18이 적절한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영화의 성공이 마치 ‘가장 자극적인 역사적 소재 - 5.18 광주’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또, <화려한 휴가>가 5.18의 주범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 같아 불편하기만 하다. 유다진씨의 글은 이런 부분을 조목조목 짚어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속 시원하게 읽었다. <화려한 휴가>는 어쩌면 ‘기억하라’가 아니라 ‘추억하라’고 말하는 영화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