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安部)정권은 전후(戰後)체제의 변혁을 주장해 왔다. 전후체제는 평화헌법을 고수하며 자위대 활동을 억제하고 아시아태평양제국과의 우호관계를 중시하는 외교, 평등주의적 경제정책 등을 지향했다. 아베정권은 헌법개정을 추진하면서,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시키고 해양기본법(1)을 제정했다. 또한 북한에 대해서는 계속 강경노선을 보였으며, 시장원리에 따른 경제성장을 추진했다. 이는 세계 속에서 일본의 대국화(大國化)를 지향하는 노선이었다. 그러나 불상사로 인한 각료의 퇴임이 이어지고, 사회보험청의 엉터리 연금관리체제가 들어나 국민의 불신이 높아졌다.

후쿠다(福田) 수상은 아베 전(前) 수상보다 정치사상이 온건하여 전후체제의 변혁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교과서역사왜곡문제가 문제시되어도 자신의 견해를 밝히지 않고 어떠한 지도적 역할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아베정권의 정책을 크게 바꾸려는 자세도 아니다. 최근 모리야(守屋) 전(前) 방위사무차관이 체포되면서 방위성의 부패가 드러나, 아베정권처럼 정권기반이 취약해질 것이라 예상된다. 아베정권, 후쿠다정권 모두 관료기관의 부패를 드러냈다.

본래 관료를 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수상의 지도력 부족이 현저하게 드러난 것이다. 자신의 토대인 정치체제, 관료기관이 흔들리면서 자신을 잃은 두 정권은 국민들의 눈을 가리기 위해 역사를 미화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청년들에게 내셔널리즘을 가르침으로써 구조적으로 약해진 스스로의 정치기반을 다시 새우고자 하는 것이다.

일본정부는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서 일본군이 류우큐우(琉球)오키나와의 옛지명인들에게 강요한 집단자결(2) 내용을 삭제하도록 교과서회사에 요구했다. 이에 반발하여 2007년 9월 30일 ‘교과서 검정철회를 요구하는 현민(縣民)대회’가 열렸고, 현지사, 현의회 의장 등을 비롯한 약 11만 6천여명이 참여해 정부의 부당함을 규탄했다. 군의 명령으로 자신의 가족을 죽여야만 했던 류우큐우인들의 기억을 국가는 역사에서 지우려한 것이다.

그 후 교과서출판사의 정정신청을 받은토카이 키사부로오(渡海紀三朗) 문부과학대신은 교과용도서검정조사심의회를 열어, 일본군의 자결강제에 관한 내용을 부활시킬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하자면 검정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고, 교과서회사와 집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이다. 현의회 의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교과서 검정철회를 요구하는 현민대회’ 실행위원회는 검정철회 및 자결강제에 관한 내용을 다시 기재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검정조사심의회의 심의공개와 오키나와(沖繩)전쟁 연구가의 검정조사심의회 참여 등 교과서검정에서 오키나와전쟁의 명확한 위상확립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요구들이 실현될 때까지 실행위원회를 해산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러나 10월 4일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은 이번 검정이 공정하고도 적절하다며, 교과서출판사의 정정신청이 있더라도 자결강제에 관한 내용을 부활시켜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문부과학대신에게 제출하였다. 또한 약 1000만부를 발행하고 있는 일본최대의 신문사인 요미우리신문(讀賣新聞)은 11월 3일자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일본군이 자결을 강요했다는 내용이 삭제된 것은 최근 여러 증언을 통해 집단자결 당시 군의 ‘강제’와 ‘명령’이 있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정기준에 맞지 않는 정정신청이 인정된다면 교과서 검정결과가 정치개입으로 번복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기게 된다. 앞으로 검정을 마친 교과서 내용에 대해 중국정부가 항의할 경우,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내용에 잘못이 없더라도 항의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위해 정정해 줄 것인가”

현재 오키나와전쟁 당시의 지휘관들이 군의 집단자결명령은 없었다며 재판을 벌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그 군인들의 증언을 근거로 집단자결을 강요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껏 류우큐우의 켄ㆍ시ㆍ쵸오ㆍ무라(縣市町村)(3)에서는 군의 명령으로 주민들이 자결했다는 수많은 증언들이 남아 있다. 왜 계쟁(係爭) 중인 재판의 증언은 중시하면서도, 수많은 주민들의 증언은 무시하는 걸까. 이는 군의 입장을 중시한 견해이다. 일본최대의 신문사는 류우큐우의 교과서문제가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불똥을 튀겨, 숨기고 싶은 사실이 드러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일본의 교과서검정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전체주의ㆍ군국주의적 교육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현재 교과서검정제도는 일본정부에게 유리한 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제도가 되어버려, 검정제도 그 자체가 ‘정치적 개입’으로 왜곡되고 있다.

 왜 일본정부는 역사를 왜곡하는 것일까. 태평양전쟁 때 일본정부는 주민이 산다는 것을 알면서도 류우큐우에서 지상전을 전개하였다. 오키나와전쟁의 목적은 하루라도 더 연합군을 붙잡아 두어 일본본토에서의 결전시기를 늦추는 데 있었다. 결국 류우큐우는 일본인들을 위한 희생양이 되었고, 일본본토에서의 결전을 막을 수 있었다. 또한 전쟁에 강제동원된 약 15만 주민은 전쟁, 말라리아, 굶주림 등으로 사망했다. 일본군이 류우큐우어를 말하는 주민을 스파이로 몰아 학살한 경우도 많았으며, 동굴로 피난해 숨어있던 류우큐우인들을 총탄과 대포가 빗발치는 밖으로 내몬 일도 많았다. 군대는 전쟁에서 류우큐우인을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현재 일본정부는 자국의 대국화를 위해 세계분쟁지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하고 있다. 자위대로 이름이 바뀐 일본군이 국민의 신뢰받기 위해서는 군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있다는 대의명분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오키나와전쟁의 자결강제나 학대는 그런 대의명분에 반한다. 일본정부는 교과서에서 이런 불리한 사실을 은폐하여, 젊은 세대에 군대에 대한 불신감을 불식시켜 일본을 다시 전쟁가능한 나라로 만들려는 것이다.

주일미군재편과 함께 오키나와 나고시(名護市) 헤노코(邊野古)에 새로운 군사시설건설계획이 추진 중이며, 자위대와 미군의 공동훈련도 강화했다. 류우큐우에서 괌으로 800명의 해병대가 이주할 예정인데, 사령부 기능부대가 괌으로 이전하고 실전부대는 오키나와에 남는다. 미ㆍ일정부는 중국과 북한을 위협하여 류우큐우를 전쟁터로 이용하기 쉬운 상황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과서문제는 현재의 미군재편과 관련이 깊다. 류우큐우와 일본의 역사적 청산(淸算)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879년 류우큐우국 합병, 오키나와전쟁의 류우큐우인 학살과 자결강제, 전후(戰後) 미국의 류우큐우군사통치 허용, 거대한 미군기지 주둔으로 군인과 기지로 인한 빈번한 사건사고 등에 대하여 아직 일본정부는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역사인식을 공유하지 못한다. 검정받은 역사교과서에는 일본정부의 역사관이 나타나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사람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친 일본은 스스로의 죄를 인정하고, 앞으로 똑같은 실수를 다시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라도 모든 사실을 교과서에 기술할 책임이 있다. 이 역사교과서문제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전체의 문제이다. 일본의 식민지지배와 전쟁피해를 입은 한국인과 류우큐우인은 일본의 대국화를 위해 말살되고 경시되어온 스스로의 역사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 번역_金志松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