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쿄오토(京都)시는 새로운 경관정책을 시행했다. 고도(古都)의 경관을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삼고 있는 쿄오토시는 지금까지 일본에서 가장 선진적인 경관행정을 시행해 왔다. 이번 신경관정책(新景觀政策)은 ‘시간을 초월해 빛나는 쿄오토 경관조성’이라는 슬로건에서도 보여주듯 50년 혹은 100년 후의 모습을 내다보고 제정한 것으로, 내용면에서 모든 부분의 규제가 강화되었다. 일본은 2004년 경관법을 제정하여 전국 각 지자체의 독자적인 경관행정을 지원하고 있다. 쿄오토시도 이런 경관법을 등에 업고 지금까지의 경관정책보다 더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경관정책의 첫 번째 요지는 높이규제 강화이다. 1973년부터 쿄오토시는 시내 전 지역의 건축물높이를 규제하는 고도지구를 도입해 왔지만, 이번 신정책에서 이 높이기준을 대폭 낮췄다. 예를 들어, 중심부인 ‘타노지(田の字)’지구는 최고한도가 대로 주변은 45m에서 31m로, 대로 안쪽은 31m에서 15m로 낮아졌다. 이것은 전통상가가 늘어서 있는 중심부에 고층아파트가 늘어나면서 관광객들로부터 ‘쿄오토만의 아름다움’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두 번째 요지는 조망경관(眺望景觀) ㆍ 차경(借景)(1)의 도입이다. 역사문화유산이 위치한 곳에서 쿄오토의 산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해, 조망을 가로막는 건물이나 역사문화유산의 배후에 아파트를 지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높이제한, 건축규제는 이미 지어져 있는 건물에도 적용된다. 새로운 규칙에 위반된 건물을 ‘기존부적격물건’이라고 한다. 이런 아파트나 빌딩은 바로 재건축할 필요는 없지만, 앞으로 재건축할 경우에는 새롭게 강화된 높이규제를 따라야만 한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기존부적격물건에 대해서는 대부분 새로운 높이기준을 적용하지 않지만, 쿄오토시는 이러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존부적격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파트를 재건축할 경우, 같은 호수, 방 면적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신경관정책이 실시되고 기존부적격아파트의 시장가격이 급락했다. 또한 이런 아파트를 중고로 구입해도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융자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조례 시행 이후, 기존부적격아파트의 관리조합들은 간담회를 결성하여, 시를 상대로 재건축 보상과 높이기준의 예외적 완화를 요구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설사 재판을 하더라도, 재산권이 공공복지를 위해 제약될 수 있다고 헌법으로 정하고 있는 일본에서 원고가 승리할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간담회도 소송이라는 수단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기존부적격아파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공연히 재건축 시기를 늦추어 노후화된 고층아파트가 50년, 100년 뒤에도 남아있게 될 것이다. 무리없이 재건축을 촉진해 갈 수 있는 시책이 필요하다. 세 번째 요지는 옥외광고물에 대한 규제이다. 쿄오토시는 이전부터 쿄오토에 어울리는 간판 ㆍ 광고 조성을 행정적으로 지도해 왔다. 맥도널드의 간판이 빨갛지 않고 갈색인 곳은 쿄오토 뿐이다. 신경관정책에서는 종래의 기준을 더욱 엄격히 규제하여 점열식 조명, 이동식 조명, 옥상설치용 옥외광고물을 전면 금지한다. 허용되는 간판의 면적도 대폭 좁히고, 사용가능한 색상도 한정했다. 경관법 제정과 동시에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이 각 시ㆍ쵸오ㆍ무라(市町村)시군구에 해당하는 일본의 행정단위의 옥외광고물 규제권한에 무게를 실어주었지만, 이렇게까지 엄격한 기준을 도입한 것도 쿄오토시뿐이다. 이 규제안이 알려지자 옥외광고물업자들은 쿄오토시청 앞에서 대규모 데모행진을 주도하는 등 격렬한 반대운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반대운동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종래 간판에는 7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지만, 신설되는 옥외간판광고물은 이 엄격한 새 기준에 기초하여 설치해야만 한다. 실제 옥외광고물업자는 신정책 시행 이후 일거리가 극감하고 있다. 쿄오토의 번화가인 시죠오카와라마치(四條河原町)의 옥외광고물을 조사한 결과 현재 간판의 82%가 새로운 기준에 위반된다. 시의 신경관정책이 확실하게 적용된다면 쿄오토 중심가의 화려한 분위기는 수수하고 복고적인 느낌으로 일변할 것이다. 네 번째 요지는 건축디자인에 대한 규제이다. 쿄오토시는 쿄오토를 76개 지구로 나누어, 각각의 지구에 바람직한 건축디자인 기준을 세세하게 세우고 있다. 이 디자인기준을 정하기 위해 최근 ‘경관디자인협의회’가 발족했지만, 그 구성원은 디자인 ㆍ 건축학 전문가들로 각 지구주민들의 참가는 염두해 두지 않았다. 이 협의회는 2년 후를 목표로 각 지구의 디자인기준을 책정할 예정이다. 이후 이 디자인기준에 따라 건축물을 지어 쿄오토다운 마을을 복원해 간다는 것이다.

쿄오토시의 이번 신경관정책 내용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시로부터 탑다운(Top-down)방식으로 모든 경관규칙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최근 ‘쿄오토만의 아름다움’이 현저하게 사라지고 있어 이처럼 다급히 규칙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각 지역의 주민들이 경관규칙을 자신의 일로 느끼지 못한다면, 이후 주민들 스스로가 규칙을  발전시켜 갈 리가 없다. 또한 시가 매번 규칙위반자에 대해 시정명령 ㆍ 벌칙을 부과해야 한다. 시의 경관정책과는 4월부터 경관규칙위반단속을 위해 10명의 직원을 새롭게 채용했지만, 시에서만 규칙을 운영하면 비용이 많이 들 것이다. 또한 경관 ㆍ 마을조성에 관해 금지사항을 많이 정해놓고 있을 뿐,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촉진하려는 자세가 부족하다. 최근 고층아파트 건설은 중단되었지만, 중심부의 전통상가들이 철거된 이후 자동차 주차장만 늘어나 마을을 좀먹고 있다. 신경관정책은 경관파괴에 대한 긴급조치로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쿄오토가 ‘시간을 초월해 빛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진시켜 갈 수 있는 구조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번역 康惠林 인천문화재단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