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1년 처음으로 나가사키(長崎)항에 포르투갈선박이 들어오면서, 해외무역항 나가사키가 탄생하였다. 이후 나가사키는 외국문물과 문화를 받아들이며 비약적인 번영을 이루었고, 그 중심에 데지마(出島)와 토오진야시키(唐人屋敷)중국인 거주시설가 있었다. 그 중 데지마는 오랜 세월 네덜란드 중계무역의 거점으로 세계 각지의 무역품이 거래되었으며, 서양문화의 창구 역할을 했다. 지금 데지마네덜란드상관유적(出島和蘭商館跡)에서는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복원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데지마네덜란드상관유적은 나가사키 중심을 흐르는 나카지마가와(中島川) 하구에 위치하고 있다. 데지마는 나가사키항구의 갑(岬)에서 돌출한 곳에 구축한 부채꼴모양의 인공섬으로, 당시 면적은 약 15,000㎡였다. 기독교 포교를 금지한 에도막부(江戶幕府)는 포르투갈인을 수용하기 위해 나가사키에 데지마를 만들도록 명령했다. 1634년 나가사키 주민 25명이 출자하여 데지마 축조에 착수하였고, 2년 후에 완성되어 시내에 흩어져 살던 포르투갈인들을 이주시켰다. 그 후 금지령이 강화되면서 포르투갈인들의 도항이 금지되고 데지마에서마저 추방되었다. 그러나 1641년 나가사키와 데지마는 히라도(平戶)에서 네덜란드상관이 이전하면서 일본과 네덜란드무역의 거점이 되었다. 이후 안세에(安政)일본연호 개국(1)에 이르기까지 218년 동안 데지마를 통해 서양의 학문과 기술, 문화가 전해져 일본 근대화에 큰 역할을 했다. 또한 데지마는 일본의 은과 동이 해외로 수출되고, 일본문화가 소개되는 통로이기도 했다.

 에도시대 말 새롭게 외국의 여러 나라들과 통상을 맺는 가운데, 나가사키는 대형선박이 입항할 수 있는 근대적인 항구로 다시 태어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데지마 주변은 점차 매립되기 시작했다. 메이지(明治)시기 대규모 항만개량공사로 완전히 내륙화되면서 본래의 부채꼴모양을 잃었다. 그 후 1922년 데지마네덜란드상관유적이 국가지정 사적(史蹟)으로 지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나가사키시는 데지마의 잃어버린 예전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 1951년부터 정비계획을 세웠다. 이 복원정비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전후보상문제가 거론되면서 네덜란드측이 일본에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정식 공문서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걸로 밝혀졌으나, 데지마가 네덜란드인들의 또 하나의 고향임을 알려준 에피소드이다. 1978년 나가사키시데지마사적정비심의위원회를 설치하여 사적정비방침을 검토하고, 1996년 심의회의 회신을 받아 본격적인 복원정비사업에 착수하였다. 복원정비사업은 건물복원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중단기계획과 데지마의 현재화(顯在化)를 축으로 하는 장기계획으로 나뉜다. 중단기계획은 25개동의 복원건물을 짓는 것이다. 건축물 복원시기는 고지도가 비교적 많이 남아있어 당시 네덜란드 건물모형이 현존하는 1820년대 경으로 설정했다. 이 계획에 따라 데지마의 서쪽부터 차례대로 건축물복원을 실시하고, 동쪽은 현존하는 메이지시대 이후의 양관들을 활용하게 된다. 또한 데지마의 본래 모양인 부채꼴을 재현하기 위해 현재 남쪽과 서쪽 일부지역에 해자(垓子)를 만들고 호안석벽을 정비하고 있다. 장기계획에서는 데지마 주변 교통망을 정비하고, 나카지마가와와 도오자가와(銅座川)의 유로(流路)를 바꾸어, 사면이 모두 물로 둘러싸여 바다에 떠있는 듯한 19세기초 데지마의 모습을 재현할 수 있게 된다.

 나가사키시가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데지마복원정비사업으로 데지마는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네덜란드수호400주년이었던 2000년 봄 제1기 사업이 완료되어, 데지마 서쪽지역의 복원건축물 5개동-헤토루베야(ヘトル部屋)네덜란드상관장차석 사택, 이치방부네센토오베야(一番船船頭部屋)네덜란드선장 숙박소, 료오리베야(料理部屋), 이치방구라(一番藏)주로 설탕 저장고, 니방구라(二番藏)주로 염료 저장고-이 일반에 공개되었고 서쪽과 남쪽 호안석벽 일부도 복원되었다. 제2기 사업은 2001년에 착수하였는데, 크게 3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는 데지마의 본래 부채꼴모양 복원을 목표로 하는 현재화사업으로, 남쪽 호안석벽 131m를 조사해 정비를 마쳤다. 이 석벽은 예전에 바다에 접해있어 항상 조수(潮水)의 영향을 받고, 태풍이 올 때에는 거친 파도에 시달렸다. 제일 먼저 호안석벽 발굴조사를 실시했다. 지하로 파내려갈수록 조수의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석벽상태가 매우 좋아 하단(下段)에서 중단(中段)까지 발굴해냈다. 석벽의 돌을 쌓은 방법과 석재가 갖는 특징 조사와 더불어 석축의 손상 및 파손상태, 결손부분의 확인 등 복원에 필요한 데이터 기록도 실시하였다. 이러한 조사성과와 기록을 바탕으로 복원에 필요한 범위를 결정하고 석벽 해체조사를 실시하였다. 그래서 석벽의 뒤채움공법(backfilling) 및 유물의 출토상황 등 당시 토목기술과 석벽의 파손이력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석벽 복원공사가 이루어졌다. 석벽은 소중한 유적으로, 조사에서 정비단계에 이르기까지 데지마석벽이 갖는 특징을 해치지 않도록 충분히 배려하였다. 현재 데지마 외곽보도에서 잘 정비되어 있는 석벽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19세기초 건축물복원사업이다. 이미 완성된 5개동을 포함해 10개동이 완성되어 데지마 서쪽지역의 예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새롭게 복원된 5개동 건물은 카피탄베야(カピタン部屋)네덜란드상관 관장의 집, 오토나베야(乙名部屋)일본인 관리자의 집, 하이레에힛샤란진베야(排禮筆者蘭人部屋)네덜란드 서기장의 집, 산방구라(三番藏)설탕저장소, 수문이다. 데지마의 중심건물인 카피탄베야는 건축물 복원시 주요 참고자료인 브롬호프(2)데지마모형(Biomhoff出島模型)라이덴국립민족학박물관소장이 현존하지 않아, 2층 평면도 및 막부말기의 옛 사진, 그림자료 등을 정리하여 복원이 이루어졌다. 완성된 건물은 정면에 삼각지붕계단이 있고, 외벽에는 외벽조명이 설치되어 있으며, 발코니 손잡이는 선명한 녹색페인트로 칠해져 있다. 실내는 다양한 무늬의 카라카미(唐紙)(3)로 장식되어 있고, 중후한 구조로 되어 있다. 카피탄베야는 데지마를 방문하는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영빈관으로써의 역할과 상관장(商館長)의 주택으로써의 사적인 기능도 함께 가진 건물이었다. 이에 비해 일본인 관리의 사무실로 사용하던 건물이 오토나베야이다. 이 건물은 서민주택 구조로 되어 있어 카피탄베야와 비교했을 때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이처럼 데지마의 무역거점이었던 창고와 상관원(商館員)의 생활공간이었던 주택, 출입하던 일본인 관리의 사무실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건물의 복원을 통해, 당시의 생활과 무역구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세 번째는 데지마 전체를 전시활용하는 것이다. 데지마에는 에도시대 복원건물과 기존의 메이지시대 건축물 등을 합쳐 모두 15개의 건물이 있다. 각각의 시설이 뚜렷한 테마를 가지고 있어, 관련성을 고려하여 데지마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복원계획을 진행하였다. 현재 데지마는 복원건축물이 들어서 있는 복원구역과 메이지시대 이후 건물을 활용한 교류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복원구역은 건물 외관 및 내부를 재현하여 19세기초 데지마를 복원하기위해 노력하였다. 교류구역은 역사적으로 가치있는 양관을 활용하고 휴식장소로 정원을 조성하여, 데지마 정비를 추진하면서 얻게 된 연구성과발표의 장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그 가운데 복원건물은 생활재현전시와 테마전시로 크게 나뉜다. 생활재현전시는 19세기초 당시의 일상을 설정해 소품을 배치했다. 대표적인 예로 카피탄베야 2층 연회장에 네덜란드 동지(冬至) 축하파티 모습을 재현했다. 카피탄베야가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장면설정에 공적인 요소가 강하게 나타나 있다. 대조적으로 이치방부네센토오베야 2층은 상관원과 선장의 개인공간을 재현하였다.

 테마전시는 무역, 난학(蘭學), 고고학, 건축 등 데지마와 관련된 테마별로 전시되어 있다. 이런 테마들은 다양한 데지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상호관련되어 종합적인 데지마상(像)을 보여준다. 니방구라는 무역관으로, 중계무역으로 오고간 무역품 실물자료와 문화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주로 일본과 네덜란드의 중계무역을 소개하고 있지만 세계각지에 설치되었던 네덜란드상관을 거점으로 한 세계무역인 것이다. 하이레에힛샤란진베야는 난학관으로, 데지마를 통해 들어온 난학과 서양학문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데지마의 난학 근원지로서의 위상을 보여주고 과학, 의학, 천문학, 어학 등 학술 및 기술을 전파한 데지마 상관장, 상관의(商館醫), 네덜란드 통역들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교류구역에 있는 큐우이시쿠라(舊石倉)는 고고관(考古館)으로, 발굴조사로 출토된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하고 있다. 데지마에서 출토된 도자기를 비롯해 네덜란드상관원의 생활상에 관한 많은 자료를 볼 수 있다. 구(舊)데지마신학교에서는 기획전시실을 두어 일 년에 여러차례 기획전을 열고 있다. 체험전시실에서는 데지마식의 당구, 배드민턴 등을 체험할 수 있으며, 운슨카루타(un-sum carta)포르투갈에서 들어온 카드놀이와 에도산푸스고로쿠(江戶參府雙六)일본전통 주사위놀이 등 옛날 놀이나 데지마를 모티브로 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데지마복원정비사업은 데지마를 세계적인 역사유산으로 인식하여 나가사키시의 지역조성 핵심주요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이 사업을 위해 데지마복원모금활동을 실시하여 나가사키시 및 현외(縣外)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실시된 모금활동으로 목표액인 10억엔을 돌파하였고, 이 모금액은 현재 데지마복원기금으로 소중히 예치되어 있다. 또한 4명의 자원봉사가이드가 상주하여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과 관광객에게 데지마의 역사와 견학포인트 등을 설명해준다. 이러한 나가사키시민의 힘이 있었기에 지금의 데지마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데지마를 기점으로 한 다양한 교류가 이루어졌고 그 성과가 복원정비사업으로 집결되었다. 또한 복원작업과정을 통해 학술적인 고찰과 전통기술 계승으로 완성된 데지마를 축으로, 또 다른 새로운 교류가 이루어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시민 스스로 데지마를 재발견함으로써 데지마의 미래를 밝혀나가는 일이야말로 나가사키의 귀중한 유산을 지키고 활용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