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인천에 중동문화원이 문을 열었다. 1970년 오일쇼크 이후 40년간의 오랜 숙원이 이루어진 셈이다. 우리에게 중동이 주는 의미가 결코 작지 않은데도 지난 40년간 우리는 중동을 너무 홀대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해왔다. 1970∼1980년대 약 20여 년간 100만 명 이상의 건설근로자들이 중동을 다녀오고, 1978년을 기점으로 한 중동특수를 통해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 수출 100억 달러라는 대망의 꿈을 이룰 수 있었음에도 우리사회에서 중동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왜곡과 편견의 그늘에 가려 진정한 문화의 빛이 바래져 있었다.

중동의 핵을 이루는 아랍권은 약 3억 인구에 22개국으로 구성된 문화권이다. 아랍이란 아랍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이슬람교를 주된 종교로 믿으며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아랍’이라고 표현하는 집합체다. 따라서 아랍은 종족적 개념이 아니고 문화적 개념이다. 22개 아랍 국가는 아랍연맹(Arab League)1945년 3월 창설을 형성하여 단단한 정치ㆍ경제ㆍ문화적 유대를 이루고 있다. 한국과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살펴보자. 중동-아랍국가는 원유의 70% 이상을 도입하고, 해외 건설플랜트 프로젝트의 80% 이상을 매년 수주하는 경제적 파트너가 아닌가? 최근에는 대부분의 중동국가에서 가전, 자동차, IT 분야 한국제품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 않는가? 문화적으로는 어떤가! 카이로의 <겨울연가> 열풍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란에서는 <대장금>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시청률 80%라는 전무후무한 한국 드라마 사랑이 중동 전역에 번져가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또 어떤가. 이미 1,200여 년 전인 통일신라시대부터 우리와 중동-아랍세계는 밀접한 역사적 접촉과 문화적 교류를 해왔다. 바닷길을 따라 중국 동남부 해안에 왔던 많은 수의 아랍-페르시아 상인들이 한반도로 들어와 교역을 행했고, 그들의 종교와 문화를 이 땅에 남겨놓았다. 고려 말에도 개경에 모스크가 있었으며 조선 초까지도 이슬람 집단 거주지가가 있었음이 조선왕조실록 등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우리가 오늘날 사용하는 음력이나 음악, 고대 과학기기들이 이슬람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 많다. 특히 일제치하에서도 중앙아시아에서 많은 수의 이슬람인들이 한국에 건너와 살았던 기록들이 보인다. 오늘날 한국인 무슬림은 약 4만에 이른다. 이슬람 문화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터키군대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다. 터키군은 대민봉사와 교육사업을 통해 한국 땅에 이슬람의 가르침을 남겨놓았던 것이다. 지금 한국에는 9개의 모스크와 50여 개의 예배소를 중심으로 약 10만 명 이상의 무슬림들이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이웃으로 너무 가까이 와있는 셈이다.   

오랜 역사적 관계와 함께 그들은 한국을 좋아하고 ‘코리아’란 브랜드에 집착하는데, 왜 우리는 국민 전체가 색안경을 끼고 그들을 적대적 이해당사자 쯤으로 만들고 있는가? 무언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 무엇보다 해방 이후 50여 년간 우리의 눈과 귀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매우 제한되어 있었다. 9.11 테러와 김선일씨 납치 살해사건, 최근의 탈레반 인질사건에 이르기까지 자살폭탄테러, 팔레스타인 분쟁, 전쟁과 납치 같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뉴스 중심으로 중동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중동국가들과 정치적으로 또 군사적으로 적대적 이해관계에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언론보도와 정보를 통해 중동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축적된 지적인 편중과 편견도 중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한 원인이 되었다. 또 한 가지 많은 한국인들은 극소수인 급진 테러조직들의 폭력 행위를 통해서 중동 전체 사회를 단죄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 극소수 반문명적 테러행위와 절대다수의 건전한 협력 파트너를 구분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을 좋아하고, 엄청난 이해관계가 달려 있는 협력 파트너를 존중하지 않는 시장 마인드는 생명력을 이어가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고 다가가고 싶어도 채널이나 정보가 너무 제한되어 있었다.

이제 오랜 숙원 하나가 풀리게 되었다. 글로벌시대, 세상을 열어가는 관문인 인천에 중동문화원이 건립되었다. 역사시대 이후 항상 서양을 받아들이고 세상을 앞서가던 인천에 우리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 중동과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는 창구가 자리함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 문화공간은 왜곡과 편견의 창을 닫고 우정과 이해의 새 창으로 크게 기여하리라 기대한다. 다만 중동문화원이 단순한 전시기능에 머물지 않고 중동-아랍 사회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제공과 교류 기능은 물론 오랜 단절 끝에 새로 만나게 되는 두 문화를 진정으로 맺어주고 이해하는 보금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거리를 둔 ‘보는 문화’에서 생생한 체험과 접촉, 피부를 부비면서 서로를 가까이 호흡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이벤트도 있었으면 좋겠다.

‘중동에 관해 궁금하다면, 이제 중동문화원으로 달려가라’는 모토 아래 우리사회에서 역할을 다하리라 믿는다. 무한경쟁의 글로벌시대, 우리사회 못지않게 중동사회도 급변하고 있다. 막대한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놀라운 사회적 변화와 첨단개혁을 이루어내고 있다. 이제 한국의 많은 CEO들이 두바이리더십(Dubai  Leadership)(1)에 눈을 돌리고 석유산업 너머에 잠재된 아랍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21세기의 파트너로 중동은 이미 우리 곁에 와있는 것이다. 중동문화원의 역할과 책임은 그만큼 중차대하다.